2012년도 다 저물어가는 12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에 소재한 서울노인복지센터 구내식당이 시끌벅적하다. 이른 아침부터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 80여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센터 관계자로부터 봉사를 할 장소와 방법 등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날 자원봉사자들은 지구촌공생회, 영화사, 남원 선원사와 개인적으로 봉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오전 11시 20분부터 1시 30분 정도까지 2,000명의 어른신들께 점심을 대접하는 이날 봉사는, 전날 남원서부터 이곳까지 갖가지 채소와 20kg짜리 쌀 15포를 차에 싣고 온,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이 2,000분의 어르신들께 짜장밥을 봉사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일 년의 봉사를 마무리한 짜장스님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한 운천스님은 2012년 한 해에 60회가 넘는 봉사를 하고 다녔다. 한 해에 만든 짜장면과 짜장밥만도 35,000그릇이나 된다. 2012년 스님짜장의 봉사가 이곳에서 마무리가 지어지는 것이다. 봉사자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자리로 옮겨 어르신들께 짜장밥의 공양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식당의 문이 열리기 전에 봉사자들은 각자의 자리에 섰다. 누구는 식탁만 청소를 하고 다니고, 누구는 배식구 안으로 들어가 밥을 푸고 짜장을 담아낸다. 그런가 하면 수저만 나누어주는 봉사자도 있고, 어르신들이 음식을 드신 후 입을 닦으라고 휴지만 준비를 하는 봉사자들도 있다.

 

 

빈 그릇을 재빨리 주방으로 날라다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말끔히 세척을 하는 봉사자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식판에 담긴 짜장밥을 식탁으로 옮겨내는 봉사자도 있다. 하나같이 말없이 자신의 맡은 책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불만에도 웃음으로

 

11시 20분에 식당의 문이 열리고 어르신들이 식탁에 자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식판에 담긴 짜장밥과 수저를 어르신들이 앉은 자리로 날라다가 놓는다. 그런데 가끔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계시다. 아마도 밥이 부족하거나 짜장이 부족하다고 그러는가 보다. 양푼에 밥과 짜장을 담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더 떠주는 자원봉사자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그렇게 식당 안은 왁자하니 소란하다.

 

 

가끔은 듣기에 민망한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자원봉사자 누구하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한꺼번에 320명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좁지 않은 식당이지만, 2,000명이면 8번이나 바뀌어야 한다. 이리저리 식탁 사이로 다니면서 식사를 마치고 나간 자리를 열심히 깨끗하게 닦아내는 봉사자들도 몇 차례가 바뀌자 지치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웃음으로 시종일관 어르신들을 대하는 자원봉사자들. 그들을 보면서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크고,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 줄을 깨닫게 된다. 노인센터에서 근무를 했었다는 한 분은

 

“처음에는 줄을 서시라고 했다가 소화기를 갖고 등을 맞은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어르신들 스스로가 질서를 잘 지켜주셔서 그래도 참 좋아 진 것입니다. 이 복지센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하루에 3,500명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서 2,000명에게 식사대접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대접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제는 어르신들이 그런 것도 조금은 이해를 하시고 단돈 500원이라도 성금함에 넣어주십니다. 그것으로 다시 어르신들을 위하는 일에 사용을 하고 있죠.”라고 한다.

 

 

아름다운 미소 자원봉사

 

지구촌공생회에서 봉사를 하러 왔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어르신들이 날도 추운데 점심 한 그릇을 드시겠다고 이곳까지 오셨는데, 행여 그분들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되죠. 그저 최선을 다해 봉사를 하다가 보면, 저분들도 언젠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알지 않겠어요?” 라고 되묻는다.

 

1시 30부이 지나자 2,000분의 배식이 모두 끝났다.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주방에서 나오는 운천스님께 수고하셨다고 말씀을 드리고 2013년 계획을 잠시 물었다.

 

“내년에는 한 4만 그릇 정도를 봉사하려고 합니다. 소록도 같은 곳이나 평택항에서 중국으로 가는 보따리 장사들을 위해서도 짜장면을 만들어 드리려고요. 그분들도 한 천명 가까이 된다고 하네요. 밥 한 그릇 마음대로 사먹지 못하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습니다. 2013년에는 더욱 살기가 팍팍할 것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렇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봉사를 하는 지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앞으로 좋아지겠죠.” 라며 웃는다.

 

 

봉사가 즐거운 사람들. 그리고 그 봉사를 하면서 마음의 평안과 건강을 찾았다고 하시는 분들. 그 분들이 있기에 어둑하고 침침한 우리사회가 조금은 밝아지는 것은 아닌지. 해가 지날 즈음에 찾아간 노인복지센터의 그 아름다운 미소가 오래도록 가시지를 않는다.

7월 18일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하고 난 후 트럭에 대형 솥을 싣고 전주에 있눈 전주초등학교로 항했다. 전날 미리 눌러놓은 밀가루며 면을 삶아 낼 대형 솥 등을 차에 싣고 떠난 것은, 학교 급식소가 수리를 하기 때문이다. 도착하자 마자 준비를 하는데 이런 전기가 들어오질 않는다. 겨우 안으로 옮겨 면을 뽑기 시작한다. 땀을 흘리며 면을 뽑고보니 이번에는 영 가마솥에 물이 끓을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나. 기다리고 있는 전주 중앙동장님과 전주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나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겨우 면을 끓여 1학년 부터 배식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찾는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인다.

 


면을 뽑고 배식 준비를 마친 봉사단과 중앙동 직원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1학년 어린이들 부터 '스님짜장'을 맛보러 온다. 어린 꼬마들이 식판을 손에 들고 다가와 짜장을 받아들고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아마도 그 말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이렇게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식판에 짜장을 받아 이층 식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나란히 줄을 지어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맛있어요?"
"예, 그런데 왜 고기가 없어요?"
"스님이 만든 짜장이라 고기를 넣지 않았어요"
"왜 스님은 고기를 먹지 않아요?"
"....."


어린이들 다운 질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스님들은 원래 고기를 먹지 않아요. 그래서 콩고기를 넣었어요"
"우리들은 스님이 아니라서 고기 먹어도 되는데요"
"아 그렇구나 그걸 몰랐네"



녀석들이 진땀을 빼게 만든다. 한 녀석이 질문을 하면 여러 녀석들이 동시에 질문을 퍼 붓는다. 이럴 때는 빨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 밑으로 내려와보니 고학년 학생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3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처음으로 만들어 준 '스님짜장'.

아마도 애를 탄만큼 더 값진 봉사는 아니었을까? 배식을 다 마치고 난 후, 한 그릇 푸짐하게 비벼 먹으면서 생각을 하고 혼자 키들거린다.

'정말, 고기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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