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 일원을 돌아보는 것이 짜여 진 일과인 듯하다. 어쩌다가 2~3일 돌아보지 못하면 그 안에 무슨 일이 많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생태교통에 관한 e-서포터즈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무엇이라고 해요. 연세가 있으신데, 아이들 틈에서 그런 것을 어떻게 하세요. 그리고 선생님은 글 전문가인데 애들하고 함께 하면 안 되죠.”

 

발대식 날 만난 지역의 기자들이 하던 소리이다. 물론 서포터즈가 아닌 기자로서 행궁동을 돌아보고는 한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속내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이곳을 돌아보련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도 많이 내리고, 비가 오지 않으면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로 인해 많은 애를 먹었다. 이렇게 한 달 이상이 계속되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생태교통 시범지역의 공사도 제 날짜에 공기를 마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도 그 중 하나이다. 공사가 제대로 실행이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날, 시범지역을 한 바퀴 돌아보자면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돌아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만만치 않은 무게의 카메라까지 메고 있으니, 도저히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렇게 7월 한 달을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고, 이제 8월이 되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추진단은 그만큼 속들이 탈 것만 같다.

 

 

“저희는 이미 속이 까맣게 타 버렸어요.”

 

8월 첫째 날. 행궁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덥다 못해 온 몸이 끈끈하다. 하루에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어야 하고, 목물을 두 번 씩 해야만 한다. 하지만 달라져가는 정조로와 화서로 일대를 돌아보면서, 생태교통 수원2013은 성공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로수는 모두 4각형으로 조형을 마쳤다. 간판도 가리지 않고, 건물보다 높이 올라가지도 않았다. 주변 건물 높이와 비슷하게 조형을 한 가로수들이 먼 이국땅에 온 듯한 느낌이다.

 

생태교통 추진단 사무실을 들렸다. 안이 시끄럽다. 아직도 반대를 하고 있는 일부 지역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더니 우르르 몰려나간다.

 

“저희는 이미 속이 다 까맣게 탔어요. 그동안 숱하게 이런 일을 당하면서 살았죠. 저희들도 이렇게 속이 탔는데, 단장님은 오죽하시겠어요.”

 

 

생태교통 추진단 이장영 시설팀장의 속이 탄 이유는?

 

민원인들과 대화를 하고 난 김병익 추진단장을 보며 하는 말이다. 이장영 시설팀장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물론 민원이죠. 민원이 발생하는 것이야 당연하죠. 오랜 기간 동안 공사를 계속하다가 보면, 주민들의 받는 피해가 발생하니까요. 그런데 저희들이 속을 끓는 이유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민원인들 때문이죠.”

 

이장영 시설팀장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나라도 속이 탈 것만 같다. 공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들을 마치 공사로 인한 피해인 듯 부풀려 보상을 요구 한다거나, 멀쩡한 담을 다시 쌓아달라고 요구를 하기도 한단다. 어떤 사람들은 집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을, 생태교통 공사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면서 고쳐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 많이 오고 날은 더운데 공기는 맞춰야 하는 저희들의 속이 얼마나 타겠습니까? 거기다가 하루에 몇 사람들이 찾아드는지도 모르게 찾아오는 민원인들로 인해, 정말 이젠 다 지쳤습니다. 그래도 저희들이야 좀 나은 편이죠. 저희는 현장으로 나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단장님은 일일이 민원인들과 대화를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민원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민원 중에도 최상위 민원과 최하위 민원이 있다는 것.

 

“민원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골목으로 난 담장을 헐을 테니 녹지를 조성해 달라고 요구를 하시기도 하죠. 이런 분들이 바로 저희가 바라고 있는 최상의 민원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담장이 금이 갔으니 새로 쌓아 달라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다 파악을 해두었는데, 그때 이미 금이 가 있었던 집이죠. 이런 분들이 바로 최하위 민원입니다.”

 

듣고 보니 생태교통을 성공시키기 위해 추진단이나 주변 분들의 고충이 보이는 듯하다. 우리야 기껏 날이 덥다고 투덜대고, 비가 온다고 짜증을 부리지 않았던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죄스럽기도 하다. 이제 한 달이 남지 않은 ‘생태교통 수원2013’.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수원 시민 모두의 동참이 아쉬운 대목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올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간 수원의 장안문(북문) 일대인 행궁동 일원에서 펼쳐지는, ‘차 없는 거리’를 시험운영해 보는 프로젝트이다. 이 생태교통은 화석연료가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진 지구 온난화 현상 등을 막아내기 위한 시범운영을 하는 것이다.

 

9월 한 달간 수원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는 생태교통 수원2013에는, 이클레이와 유엔, 수원시 등이 합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을 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 일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6월 27일(목) 시범지역을 돌아보았다.

 

 

공정 70% 넘어서 마무리 박차 가한다

 

27일 오후 생태교통추진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익 추진단장은, 짧은 공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가급적이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병익 단장의 말대로 정자로에서 화서문으로 나가는 주 도로인 여기저기 바쁘게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쌈지공원 조성도 모두 7곳 중에서 이미 5곳이 완공이 되었다. 쌈지공원에는 쉼터 등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갖가지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심어놓은 꽃과 나무들이 마를 것을 염려해 차광막으로 덮어 놓았지만, 그 안에 식물들은 이 무더위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7월 10일이면 공연팀 섭외도 마무리 할 것

 

시범지역은 점차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화서문로 상가 여기저기 붙어있던 반대를 위한 현수막은 다 사라져 버렸다. 정조로 일부 상점만 반대 현수막을 달고 있을 뿐이다. 화서문 앞에는 민간추진단 운영위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안내를 하는 데로 잘 따르고 있는 편이다.

 

“이제 생태교통이 실행되는 중심부는 거의 다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8월 안에 모든 공기를 다 마쳐야 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저희들이나 주민 모두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이끌 생각입니다. 불편하실 텐데도 잘 참아주시는 주민들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김병익 추진단장은 이제 공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노영란 공연 담당 팀장은 어느 정도 공연 팀들의 섭외를 마쳐가는 중이라고 하면서, 7월 10일까지는 초청공연자들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공사 강행군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공사는 한창이다. 그렇게 공사를 강행하면서도 작업을 하는 인부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하고 있다. 생태교통으로 인해 개방이 된 화령전 앞길에 화강암으로 된 바닥돌을 깔고 있던 인부 한 사람은

 

“이 생태교통은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결려있는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에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성공해야 합니다. 우리 후손들을 우리 스스로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공해와 온난화 속에서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들도 힘들고 지쳐가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정해진 공기 안에 마치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한다.

 

 

점차 변해가는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 반듯한 도로와 일부 간판작업이 병행이 되면서 주민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변화가 되어간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것이다. 골목길에서 만난 마을주민 한 분의 이야기가 생태교통 수원2013의 성공을 기대하게 만든다.

 

“반드시 성공해야죠. 조금 불편 한 것만 감수하면 우리 마을이 정말 수원에서 가장 아름다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거리에도 이젠 젊은이들이 넘쳐 날 것이란 기대도 함께 합니다. 반드시 성공을 해야죠.”


섬진강이 아래로 굽이쳐 흐르고 있고, 강 건너편에는 전라북도인 남원시 대강면 방산리가 된다. 뛰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함허정은, 전남 곡성군 입면 제월리 1016번지에 소재한다. 현재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60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2월 26일에 들려 본 함허정은 여기저기 보수를 한 흔적이 보인다.

정자 위에 오르니 시원한 섬진강의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2월 말이라고는 하지만, 오랜만에 날이 푸근했다. 바삐 몰아 친 답사 길이 땀이 배어나게 만들었다. 이미 시간이 꽤 되어서 오늘의 마지막 답사장소로 택한 곳이다. 함허정은 조선조 중종 38년인 1543년에 심광형이 지었다고 하니, 벌써 500년 가까이 섬진강 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전남 곡성군 입면 제월리 섬진강 가에 자리하고 있는 함허정. 전남 유형문화재 제160호로 지은지가 500년 가까이 되었다.

섬진강을 가슴으로 느끼다

심광형은 조선 중기에 광양과 곡성 등 여러 곳에서 훈도를 지낸 바 있는 당대의 문사로 이름을 떨쳤다. 이곳에 함허정을 지은 것은, 지역의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란다. 그래서인가 이 정자를 일명 ‘호연정’이라고도 불렀다는데, 아마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뜻하는 것인가 보다.

함허정은 심광형의 증손자인 심민각이, 오래된 정자를 옛 터 아래쪽으로 옮겨 다시 지었다. 그리고 5대손인 심세익이 고쳤으며, 현재의 함허정은 1980년에 수리를 했다고 한다. 이번 답사에서도 함허정은 여기저기 손을 본 흔적이 있다. 팔작지붕인 함허정은 정면 네 칸에 측면 두 칸이다. 마루 한 칸을 3면을 트고 두 칸 반에 방을 드렸다. 현재 함허정을 오르는 계단 위에 놓인 일각문 앞으로는, 한단을 높인 높임 쪽마루를 놓았다.




멀리 무등산이 그림처럼 펼쳐 보인다. 그리고 정자 주변에는 고목이 된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이곳에서 시원한 섬진강의 바람을 맞으며, 논객들과 세상을 논하고 시를 읊었을 것이다. 섬진강 흐르는 물에 마음껏 여유도 부려보았을 정자 함허정. 그곳에 서면 섬진강을 느낄 수가 있다.

수많은 편액들이 심광형의 됨됨이를 알게 해

안으로 들어가 정자를 한 바퀴 돌아본다. 한 단의 기단을 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의 기둥은 원형기둥으로 세웠는데, 바르게 다듬지를 않았다. 약간 굽은 것도 그대로 기둥을 세워 인위적이지가 않다. 거기다가 섬진강 쪽으로 세운 기둥들은 안쪽의 기둥들보다 더 많이 갈라져 있다. 아마도 비바람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신을 벗고 새로 보수를 한 마루 위에 오른다. 누마루 바닥의 찬 기운이 발바닥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다가 위를 올려다보니, 수많은 편액들이 걸려 있다. 이 많은 편액들이, 함허정을 세운 주인의 심성을 일러준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함허정의 슬픈 모습이 보여

함허정 앞으로 보이는 섬진강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 섬진강의 강바닥을 고르고 한편으로는 돌로 축대를 쌓는 공사다. 이곳도 강을 정리하고 있는 것일까? 함허정을 돌아내려오다가 밭일을 하고 있는 분에게 물어보았다.



“저 공사는 무슨 공사예요?”
“모르겠어요. 저렇게 강을 골라 한편에 자전거 길을 만든다고 하네요.”
“섬진강 긴 곳 중에 하필이면 이곳에만 그런 공사를 하나 봐요?”
“작년에 이곳에 물난리가 났는데, 그것 때문인가 보네요.”
“물난리가 나다니요. 장마 때 그랬나요?”
“아뇨. 날짜도 안 잊어버리네요. 작년 8월 16일에 이곳에 물이 범람했어요. 차도까지 물이 넘쳐서 통행이 제한되었으니까요”
“홍수가 매년 그렇게 나요?”
“아닙니다. 작년에만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물이 넘쳤는데, 그러고 나서 공사를 시작했어요. 저렇게 강폭을 좁혀놓으면 더 큰 물난리가 날텐데, 동네에서는 아무도 말 한마디를 안하고 있어요”

저렇게 강바닥을 고르고 축대를 쌓아버리면, 함허정은 무엇을 보게 될까? 물론 자전거 길을 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곳에서 여가를 즐길 수가 있다면 그도 새로운 풍속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굽이치며 흐르던 섬진강을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함허정에서 바라보며 시심을 일깨우던 지난 시간은 모두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는지.


아마도 함허정에 올라 섬진강을 노래하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은, 저런 모습을 반기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보다 500년 섬진강을 노래하던 그 소리가, 이제 저 돌로 쌓은 인위적인 축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함허정의 강노래도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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