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 국물에 우린 우거지감자탕, 말을 못 하겠네
수원시 팔달구 자동하면 사람들은 먼저 ‘순대타운’을 생각한다. 그만큼 해가 지고나면 순대타운 안에는 빈자리 찾기가 수월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지동시장 인근에 꼭 순대타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나름대로 꽤 괜찮은 먹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지동이기 때문이다.
원래 ‘장사가 장사를 만드는 법’이라고 했던가? 지동 순대타운을 나서 화성 성벽 밑으로 난 차도를 걷다보면 우측에 ‘쩡근이네 감자탕’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곳에 문을 연지는 오래 되지 않았지만, 벌써 10년 째 감자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집은 감자탕 중(中)을 시키면 15,000원이다.
이 집은 감자탕 중(中)을 시키면 15,000원이다. 밑반찬도 집에서 먹는 반찬처럼 깔금하다.
우거지 감자탕의 백미
중자 하나만 시켜도 3 ~ 4명은 충분히 먹을 만한 양이다. 이 집이 마음에 드는 것은 깔끔하게 내주는 밑반찬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냄비에 가득 담아 주는 우거지 감자탕을 보는 순간, 군침이 절로 흐른다. 사골 국물을 5 ~ 6시간으로 고아서 만든다는 감자탕의 국물은 정말 진한 맛을 낸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306 ~ 6에 소재하는 쩡근이 감자탕 집의 주인인 안정숙(여, 61세)은 수원에서는 손맛 있기로 소문난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이 집은 연세가 드신 분들이 단체로 예약을 하고 감자탕을 드시러 온다. 감자탕을 단체로 드시러 오신 어르신들은, 그동안 감자탕 집을 하다가 잠시 쉬었지만 손맛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신다.
중자 하나만 시켜도 3 ~ 4명은 충분히 먹을 만한 양이다. 우거지와 뼈에 붙은 살을 함께 먹으라고 권유를 하신다. 국물도 잊지 말고 먹으란다. 그 안에 영원이 다 들어있다고.
“그저 내 가족을 대하듯 하는 정성이 제일이죠.”
여기저기 다니면서 감자탕을 꽤 먹어보았다. 이 인사가 워낙 좀 고급스런 칼질을 하는 음식보다는, 장거리에서 파는 탕을 더 좋아하는 탓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보니 이런 감자탕 집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우선 들어가서 한 그릇 먹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물을 진하게 내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비결이 따로 있겠어요. 정성이죠.”
“정상이라뇨?”
“모든 손님들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음식 하나라도 함부로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정성 하나만 있어도, 음식 맛은 저절로 나게 되어있어요”
두 사람이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냄비 안에 가득 남아있다. 뼈도 딴 집에 비해 엄청 많이 들어있어서 먹을 것이 많다.
하긴 그렇다. 가족에게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려고 하는 주부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지나가다 보면 가끔 어르신들이 단체로 찾아와 감자탕을 드시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한 마디로 10년 단골이라고 하신다. 물론 식당에 따라서는 대물림 단골이나, 30년 단골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집은 이제 장사를 한지가 10년이라고 하니, 10년 단골이면 꽉 찬 셈이다.
쩡근이네 우거지 감자탕은 양도 후한 편이다. 딴 곳에서는 20,000원짜리를 시켜놓아도, 둘이 먹다가 보면 조금 부족한 듯하다. 하지만 이집은 다르다. 배부르게 먹었는데, 냄비 안에 가득 남아있다. 이 감자탕집 주인 마나님의 손이 워낙 큰 탓이다. 손 큰 것이야 처음 감자탕을 내올 때부터 이미 알아차렸지만 말이다.
음식 한 그릇에 정까지 가득 담아내는 감자탕 집. 참 사는 곳 주변에 이런 먹거리 집이 많다는 것도 행복이다. 감자탕 집을 나오면서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후한 손으로 장사를 하시면, 무엇으로 이문을 남기실까 하고 말이다.
상호 / 쩡근이네 감자탕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지동 306-6
전화 / (031) 243 - 6114
가격 / 감자탕 중 15,000원
(길 찾기)
‘이짝으로~’에 낚이면 ‘내 짝 난다’
음식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식성이 다르다가 보니, 내 입에는 맞아도 남의 입에는 별로일 때가 있다. 그럴 땐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한 마이도 ‘맛이 없는 음식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음식을 잘하는 집을 가도 가급적이면 소개를 하지 않는다.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은 ‘맛집블로거’들의 소관이다. 물론 가끔 정말 좋은 음식을 만나면 슬그머니 한 꼭지쯤 나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을 워낙 돌아다니는 인사이다 보니, 찬찬히 앉아 음식을 음미해가면서 사진을 찍을 틈조차 없다. 그 시간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짝으로~’ 란 정겨운 말에 낚였다
어제(8월 1일) 아침 일찍 답사를 떠났다. 전남지역을 몇 곳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이른 시간부터 강행군을 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나간 답사길인데, 곡성과 화순을 거쳐 보성으로 들어갔다. 보상 대원사를 돌고 나니, 벌써 시간이 을 12시가 넘었다. 허기가 지는 김에 근처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현수막의 한 문구. ‘이짝으로 ~“으로라는 정겨운 말이 쓰여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흰 고무신 두 켤레가 입구에 놓인 것이 보인다. 그것 하나만 갖고도 분위기 운운하면서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시골백반 7000원’이라고 써붙였다. 7,000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란 생각이다.
맛없는 집도 소개를 해줘야 한다.
야외 평상에 앉았다. 옆으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꽤 그럴 듯한 분위기인 셈이다. 얼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찬을 놓은 쟁반을 들고 온다. 그런데 반찬을 보니 이상하다. 밑반찬 몇 가지가 달랑 있을 뿐이다. 순간적으로 오이를 썰어 내온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오이를 식당에서 내주는 경우는, 반찬이 부실할 때 한 가지라도 더 놓으려는 생각에서 많이 주기 때문이다.
"이게 반찬 다야?"
"그렇데요"
"국도 없이?"
"예"
반찬도 영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대체로 짠편이다. 장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반찬들이다. 부침은 한번 떼먹어보더니, 아무도 막지 않는다. 참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이 음식을 해 줄수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려는데 '맛있게 드셨어요? '라고 묻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 같으면 맛있게 먹겠소'하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완전히 ‘이짝으로 ~ ’에 낚여버린 것이다. ‘이짝으로~’ 좋아하지 마라. 자칫 ‘내 짝’ 날 테니.
(주) 그래도 이 집의 밥은 맛있었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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