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직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엇인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과감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름다운 경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선사시대 암각화에 나타난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과감히 접었어요. 선배님 한 분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용기를 주셨기 때문이죠.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그것도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그리고 싶었어요. 그 그림은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잖아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6~7년 되었는데 공식적인 첫 그림이 사단법인 구상전에 입상이 되었어요. 그 때도 자연인 볍씨와 불씨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죠.”

 

 

2009년 첫 그림이 입상을 한 후 같은 해에 <4회 아시아의 불꽃전>에 전시를 했단다. 그리고 2013년까지 연이어서 구상전에 입상 및 전시를 한 바 있다고. 16일 오전에 영동시장 이층에 있는 갤러리 아라에서 만난 이경화(, 39세 수원 우만동 달토리 도자골 공방 운영)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으로 회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암각화는 자연과 공생을 하는 인간의 모습

 

선사시대의 암각화를 그리는 것은 그 당시 인간들은 자연과 함께 공생을 했기 때문이란다. 즉 그런 마음을 찾아가기 위해서라는 것. 그래서인가 전시실 벽에 걸린 그림들이 암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과 볍씨와 불씨 등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인간들이 처음에는 자연과 공생을 하다가 요즈음은 자연을 모두 파괴하고 있잖아요.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파괴되고 있는 자연의 본질을 찾아가자는 것이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자연을 우리들은 너무 함부로 대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런 자연을 찾아가다가 보니까 표현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자기까지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기성세대들이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경화 작가는 그림을 통해서 잘살아가는 과정을 알아가고 있다고..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그 아이들이 우리가 흔히 배우는 외우기식의 교육이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한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저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생각을 실천으로 실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를 하는 작가는, 114일부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소재한 수원미술전시관에서 <강정-숨결-녹색전>을 기획 중에 있다고 한다. 2013년도에 문화예술기획자 과정을 수료한 이경화 작가가 기획하고 있는 이 전시는 다원예술전이라는 것.

 

 

아름다운 강정마을이 보존되길 기원해

 

제주도의 해변이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파괴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이런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다원예술이란 여러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해서 공동으로 전시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전시회는 그림만이 아니라 사진, 조각, 문학, 음악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를 하는 것이죠.”

 

2013년에는 재주 강정마을 거리 서가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던 작가는, 이 강정-숨결-녹색전을 기획하면서 강정마을이 파괴되지 않기를 기원한다는 것. 전시는 11월 4일부터 하지만 118() 개막식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 이경화 작가는 그 날은 행위예술과 작은 공연도 곁들여 진다고 한다. 그 역시 다원예술이라는 것.

 

 

본인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는 이경화 작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2010년에는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에 입상을 하기도 했고, 2011년에는 강원도 토지문화관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도 활동을 했단다. 그것뿐이 아니라 한국도자재단 도예가 인증을 받았으며 도자기공예 기능사 자격도 획득했다.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아가면 안되잖아요. 저는 저 암각화를 생각하고 그리면서 자연과 공생을 하고 자연을 닮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예요.”

 

도판 등에 12지와 별자리 등을 작업한 유현미씨

 

저는 12라는 숫자의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가 보면 12라는 숫자를 참 많이 만나게 됩니다. 우선은 집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중에서도 시계와 달려 등이 모두 12라는 숫자로 되어있죠. 거기다가 사람의 띠도 12지라고 하여서 12가지의 짐승으로 표현을 합니다.”

 

그런 12가 주는 의미를 재해석 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굳이 자신이 예술가가 아닌 그저 평범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어릴 적부터 만들고 싶었던 도자기를 만들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하는 유현미(, 38.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도자기로 만든 작품은 모두 12개씩이었다. 12라는 숫자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다.

 

 

저는 어릴 적부터 도자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 해 호텔에서도 일을 해보았고, 그 외에 직업도 가져 보았죠. 대학에 들어갈 때 어릴 적 꿈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갑자기 전공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 꿈을 버릴 수가 없었죠,”

 

갤러리 아라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유현미씨의 작품은 수원시 팔달구 화성 팔달문 앞 시장인 영동시장 1층 아트포가 갤러리 아라에서 만날 수가 있다. 914일까지 전시를 하고 있는 이 유현미씨의 작품은 시작을 주제로 설정한 것이다. 시작은 곧 탄생이라는 의미를 해석을 한 작가는 도자기를 넓적하게 만든 도판에 갖가지 형태의 작품을 조성한 것이다.

 

저는 시작이라는 의미를 탄생이라고 봐요. 그래서 12지의 뜻에서 만날 수 있는 12가지의 동물을 표현했어요. 도판에 웃고 있는 12지간이란 제목으로 12띠의 동물을 그린 것이죠. 거기다가 별자리를 도찬에 여러 가지 흙과 유약을 사용해 색을 다르게 해서 보석을 사용해 별자리를 표현했어요.”

 

 

밤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들의 지를 나타내기 위해 보석을 사용한 작가는, 탄생이라는 의미를 보석이 갖는 의미와 부합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 어릴 적부터 다육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유현미씨는 앞으로 아주 작은 다육식물을 담을 수 있는 화분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다육식물을 좋아해 화분에 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작은 것을 담을 수 있는 화분이 없어요. 그래서 직접 화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도자기를 판매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게 돼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거기다가 작품 전시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죠.”

 

앞으로는 생활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작가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단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고 하는 유현미씨. 남들이 도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만 하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것 또한 이들이 추구하는 시작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작품들을 하나씩 설명을 하는 것을 보니 저희들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드네요. 전공자가 아닌 분들이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전시까지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오늘 여기서 정말 자신이 무엇인지를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을 돌아보다가 작가의 설명을 들었다는 한 관람객은 자신도 이제부터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시작의 의미를 탄생이라는 뜻으로 재해석한 유현미씨의 작품들. 그 작품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처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빛이 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 달에 한 번 꾸러미라는 것을 받는다. 매달 말일 경이 되면 어김없이 택배 상자가 하나 배달되어 온다. 그것을 받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 때문이다. 물론 그냥 받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정해놓고 받는 것이지만,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는 것들을 받기 때문이다.

 

벌써 이렇게 매달 받는 꾸러미가 4달째인가 보디. 그러는 사이에 집안에는 여기저기 도자기가 늘었다. 도자기도 아무 곳에서나 막 살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작가가 정성을 다해 빚어 장작 가마에 구워낸 것들이다. 가격으로 쳐도 만만치 않은 것들을 받는 것이 어찌 마음 편할 수 있겠는가?

 

 

벌써 둥지를 튼 지가 20년이 되었다니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골짜기 산 밑 마을을 즘골이라고 부른다. 즘골이란 이곳에 과거에 가마터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을 일러 즘놈이라고도 했다. 20년 전 작가부부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도 알고 보면 하늘의 인연이란 생각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부부를 남들은 참 아름답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부부이다. 그저 술 한 잔 걸치면 속을 다 내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속을 내주는 이 부부들이 나무와 풀과 꽃들과 풀벌레와 함께 살아가는 동안, 세상은 변하고 또 변했다. 그저 묵묵히 그 자연 속에서 살던 이 부부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 바로 이 꾸러미라는 상자이다.

 

 

세상과의 소통, 사람과의 소통이 되는 꾸러미

 

작가부부는 이 꾸러미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사람과의 소통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꾸러미의 내용물을 보면 사람과 세상에 베푸는 것이란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지불하는 가격보다 몇 배나 되는 소중한 것들을 받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받을 때마다 미안하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이번 달에도 역시 자연에서 채취해 5년간이나 숙성시켜 만든 백초식초가 한 병 담겨있다. 120가지나 되는 식물을 5년 동안 항아리에 밀봉을 해 만든 식초이다. 이런 식초 한 병만으로도 소중한 것인데, 그 안에는 쇠비름나물과 건조야채, 자연산 달걀지단과 칡 꽃차 등이 담겨 있다.

 

칡 꽃차는 에스프로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기관지에 좋고 숙취해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무공해 야채와 직접 로스팅한 커피도 함께 동봉이 되어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잘 포장이 되어오는 도자기들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이번에 들어있는 도자기들은 사과를 닮은 과일포크 꽂이가 들어있다. 거기다가 도자기로 만든 커피 드립이라니. 사람들은 흔히 커피를 내릴 때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도자기로 고민하여 만든 커피드립은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작은 찬기도 하나 들어있다. 이렇게 매달 받는 도자기류만 해도 지불하는 가격을 상회한다.

 

이 작가 부부의 바람은 소통이다. 더 좋은 사람들과 자연에서 채취한 올바른 먹거리를 함께 나누면서 세상의 즐거움도 함께 공유하자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꾸러미 안에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한 자연과의 소통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사실 그 바람 또한 미안한 일이다. 이 부부에게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꾸러미 가격 / 10만원(한 달에 1회 배달)

주문 및 문의 / 010-2631-9584

계좌번호  / 우체국 102343-02-006428 장순복

 

우리가 액을 소멸하거나 재물을 끌어들여 부자가 되기 위해 몸이 지니고 다니는 부적(符籍). 이 부적이 과연 효험이 있는 것일까?

 

제기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호황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에 도달시킬 수 있고, 그러한 상태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부적과 풍수, 사주와 같은 동양의 전통 음양오행 사상에 따른 것들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이 있어요. 이 전시를 하면서 벽면 한 편에 코스피지수를 영상으로 쏘고 있는데, 그래서인가 코스피가 날마다 상한가를 치고 있어요. 사람들이 부적 덕분이라고 하네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한참이나 웃었다. 설마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30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의 갤러리 전시실에서 만난 신재은(, 31)작가. 우연히 갤러리를 찾아갔다가 전시중인 작가를 만났다.

 

부적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신재은 작가. 31세의 작가치고는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지난 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부적에서 작품을 찾아 나섰다. 2009년부터 단체전을 시작한 작가는 2012년 서울대 우석홀에서 좋은 곳이라는 개인전을, 올해는 국립여성사진관에서 좋은 꽃이라는 개인전을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 83일까지 대안공간 눈에서 전시가 되고 있는 제3회 개인전인 호황프로젝트를 열고 있는 중이다. 호황프로젝트란 자본주의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는 호황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좁지 않은 전시실 벽면에 걸린 작품은 몇 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몇 점의 작품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작품 호황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모든 이들이 영원한 호황을 맞이하는 경제적 유토피아의 성취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유토피아를 쟁취하기 위한 수행적 여정이 있는 것이죠. 경제적 유토피아란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허상이라는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수행의 목적은 빈자리를 대신 메우는 것입니다,”

 

나이 서른에 찾은 선문답

 

대담을 하면서도 깊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 나이 서른이 자났다. 그런데 그 또래들과는 생각자체가 다르다. 샤머니즘도 모른다고 하면서, 부적에는 깊이 몰입이 되어있다.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올해 319. 길일을 표시한 달력에 길일(吉日);이라고 표시가 괸 것을 보았어요. 그날 발전을 위한 국화를 그리는 것으로 호황프로젝트가 시작이 되었어요. 부적의 재료인 경명주사를 곱게 갈고, 부적을 쓰는 종이인 노란 귀황지 위에 금전운의 상승효과가 있다는 금 잔화와 발전운의 효과를 상징하는 국화를 그렸어요. 모두 12송이를 그린 것은 우주의 질서와 완전함을 상징을 표현하는 숫자를 나타낸 것이죠.”

 

 

그렇게 그린 부적을 갖고 한국의 최동단인 독도의 동도와, 서쪽의 백령도를 찾았다고 한다. 동서를 이번 전시회에서 끌어냈으니 다음에는 최남단과 최북단을 찾아 나서겠다.

 

“20143월 부적을 그리기 시작한 날을 기점으로 매일 코스피 주가 변동 지수를 체크하여 호황프로젝트에 의한 현실에서의 경제변화 추이를 객관적 수치로 피드백을 받음으로 꽃부적호황이라는 불분명한 목적에 대비시켰어요.”

 

그러한 발상만으로도 이지 작가 신재은의 작품을 그리는 바가 무엇인지 알만하다. 한 마디로 호황을 기다리고 있는 독도 동도와 백령도의 두 장의 부적이 호황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끌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작가는 앞으로 진일보한 세상을 위한 부적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은 것일 뿐.

 

날이 뜨겁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은 그늘로만 찾아든다. 날마다 30도를 기온이 웃돈다고 일기예보에서도 난리를 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란다. 그런 날 그 뙤약볕 아래 파라솔을 펴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수원 화성 행궁 옆 신풍초등학교 담벼락 밑에서 만난 거리의 화가 금정수(, 40) 작가.

 

주말과 휴일에 나와 사람들에게 커리캐처를 그려주고 있어요. 매번 나오는 것은 아니고요. 일이 있을 때는 나오지 못해요. 주말이면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일과처럼 되었어요.”

 

수원 행궁동의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인 레시던시 6기 작가로 올해 입주를 했다고 한다. 주말이면 이곳에 나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는 금정수 작가는 원래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다고.

 

 

저는 원래 기술 분야에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림이 좋아 먼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만화를 그리는 선생님 밑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이제는 제 본업이 그림이 되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금정수 작가는 자신이 택한 것을 할 수 있기에 행복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재미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겨

 

오후에 자리를 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하루에 많이 그릴 때는 20명 정도의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한 사람을 그리는데 20~30 분 정도가 걸리는데, 주로 아이들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재미난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한 권은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어느 어르신이 사진을 한 장 갖고 오셔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거예요. 사진 속의 여인이 부인인데 사진이 작아 걸어놓고 볼 수가 없어서 커리캐처로 그려달라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표정에서 금정수 작가의 심성이 그대로 보인다. 한번은 그림을 그리는 앞으로 꼬마 여자아이가 계속 지나다니더란다. 아이를 보니 남들이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본인도 그리고 싶지만 돈이 없어 그렇게 지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 그래서 아이에게 그림을 다 그리고 끝날 때쯤에 오라고 했단다.

 

남들은 그림 값을 주고 그리는데 그냥 그려주면 사람들이 안 좋아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끝날 때쯤 오라고 했어요. 그 아이뿐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은 몇 명씩 함께 몰려와요. 그래서 4~5명 그림을 그릴 때도 있어요. 혼자는 5000원이라도 부담이 되니까 용돈을 모아서 함께 와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죠.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동물을 들고 오는 어린이들, 그 마음도 헤아릴 줄 알아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작가가 그림을 한 장 내어놓는다. 그림 속에는 안경을 낀 여자아이가 강아지를 한 마리 안고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움직이지 않아야하는데 강아지가 가만히 있었을까?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재미가 있단다. 아이들을 천성적으로 좋아하는가 보다.

 

한 번은 털모자를 쓴 여자아이가 와서 끙끙거리면서 점퍼의 지퍼를 열었어요. 그러더니 토끼 인형을 꺼내서 그려달라는 거예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그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서 그려주고 난 다음에 얼른 한 장을 더 그리죠.”

 

커리캐처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어느새 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토요문화공연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다음에 만날 때는, 나도 꼭 한 장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