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읍 하리 200-1에는 강한사라는 곳이 있다. 이 강한사는 경기도유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이 되어있으며, 조선 중기의 문신인 우암 송시열을 모신 사당이다. 강한사는 조선조 정조 9년인 1785년에 건립되었다. 이 강한사 안에는 강한루가 있다. 강한루는 남한강을 굽어보고 서 있는데, 가을 은행잎이 떨어져 마당 가득 노랑 물을 들이고 있었다.

 

손에 노랑 물이 들것 같은 곳

 

지난 가을, 마당 어디를 보아도 온통 노랗다. 주변에 서 있는 몇 그루의 은행나무들이 잎을 다 떨어뜨려 강한루를 장식하고 있는 듯하다. 강한루는 단지 누각으로만 사용했던 곳은 아니다. 그 앞쪽에 보면 대로서원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어, 한 때는 이곳을 서원으로도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한루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름다운 정자가 아니다. 널찍한 평마루는 난간이 없다. 우측 한편에 붙어있는 조그만 방은 겨울철에 이용한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넓은 마루에 한 쪽 편에 방을 드린 형태다. 마루 양편에는 기둥이 서 있어 정자라기보다는 객사 같은 형태로 조성이 되었다.

 

정조의 명으로 건립되었던 대로사

 

원래 이 강한사는 대로사였다. 정조대왕이 세종의 능인 영릉과, 효종의 능인 녕릉을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양행 등에 명하여 사당을 건립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름을 '대로사'라고 내려주었으나, 고종 10년인 1873년 10월에 지금의 '강한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강한루의 이름도 이때 같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가을이 깊었을 때 강한루는 주변의 은행나무들과 어울려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위해 찾아갔으나, 멀리서 보니 은행나무에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다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허망한 생각에 그저 돌아갈까 하다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그 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잎들이 모두 마당에 쌓여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은행잎이 달렸을 때보다 더 아름답다. 강한루 주변이 온통 노랗다. 마당, 담장, 지붕, 뒤뜰, 어느 곳 하나 빠짐이 없다. 모두가 다 노랗다. 그저 강한루를 노랑 물을 들인 듯하다.

 

 

 

가을의 장관을 기억해 내다

 

가을이 되면 강한루가 아름답다고 하더니 바로 이런 정경을 보았기 때문인가 보다. 무엇이 이보다 아름다울 것인가? 노랑 물을 들이고 남한강을 굽어보는 강한루. 강한루를 찾아본지 몇 번 만에 처음으로 보는 장관이다. 그래서 한곳을 여러 번, 그것도 계절마다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인가? 지난 가을 강한루에 올라, 그 빛에 취해 세월을 잊는다.

 

 

 

누군가 이야기를 했다. 가을 날 강한루를 보지 않았거든 남한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그만큼 온통 노랑 물을 이고 서 있는 강한루이다. 올 가을이 기다려지는 이유 또한 이 노랑물감 때문이다. 어디를 만져도 손끝에 노랑물이 들 것 같은 곳이다. 그 가을이 기다려진다.

도시는 삭막하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런 말도 맞지를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그만큼 건물이나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곳은 아무래도 많은 투자를 할 수가 없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외부치장에 돈을 투자하려고 하지를 않는다. 투자를 해보아도 그만큼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 중앙동 일대에는 '웨딩거리'라는 거리가 있다. 말 그대로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을 이곳에서 준비를 할 수가 있다. 결혼식, 예복, 사진, 여행까지 이 거리에 있는 많은 사업장들이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거리는 요즈음 몸살을 않는다. 그나마 한편은 건물을 리모델링을 하고, 남들보다 색다르게 꾸며 혼기에 찬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삭막한 도시 건물에 걸린 전깃줄을 타고 오르는 수세미

삭막한 건물

그러나 한편은 삭막하다. 건물 앞에는 비어있음을 알리는 쪽지가 걸려있다. 그리고 그 거리는 낡고 퇴락했다. 한 때는 전주의 상권이 형성되었던 곳이다. 삭막한 도시에는 여기저기 꽃이라도 가꿔보지만, 그렇다고 회색빛 건물이 달라질 것도 없다.

그런데 정말 몰랐다. 그 삭막한 회색빛 벽을 타고 오르는 초록빛 생명이 있다는 것을. 이집과 저집을 연결한 전깃줄을 타고 건넌 수세미 덩쿨. 그곳에는 커다란 수세미와 작은 것 몇개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한편에는 샛노란 꽃이 피어, 삭막한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커다란 수세미 한 개가 힘겹게 벽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길을 건너는 줄기에도 몇 개의 작은 수세미들이 매달려 있었다.



건너편 붉은 벽돌에는 줄기가 타고 오르며 꽃을 피웠다. 노랑색으로 물든 꽃 몇 송이가 붉은 담벼락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수세미 한 줄기는 열매를 달고 꽃을 피우면서, 삭막한 잿빛 도시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저쪽 붉은벽돌 담벼락에도 작은 수세미 하나를 매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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