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115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화령전 안에 있는 운한각은, 1801년에 건립된 조선 후기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조선조 순조 1년인 1801년에 축조된 화령전은, 순조가 아버지인 조선조 제22대 임금이었던 정조(재위 17761800)의 어진을 모셔놓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던 건물이다. 23대 임금인 순조는 이곳에서 노인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기도 하였으며, 직접 정조가 태어난 탄신일과 돌아가신 납향일에 제향을 지내기도 하였다.

 

이 화령전 운한각에서 2512시부터 262주기 정조대왕 탄신제향이 거행되었다. 운한각 안에는 순조의 하교에 의해 현릉원 재실에 모셨던 정조의 어진을 1801년에 옮겨 봉안하였다. 순조는 이 화령전을 축조한 후 매년 장중한 탄신제향을 이곳에서 거행하였는데, 조선의 임금 가운데 어진을 모신 전각에서 탄신일에 제향을 지낸 것은 정조대왕이 유일하다.

 

 

원래는 새벽 1시에 맞추어 제향을 올려

 

화령전에서 정조대왕의 탄신제향을 올리던 시간은 새벽 1시였다. 하지만 정조대왕의 탄신기념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바라고, 연례행사로 진행하기 위해 양력을 기준으로 삼아, 10월 네 번째 토요일에 올리기로 의견이 모아져 3년 전 복원한 탄신제향을 기본으로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지내게 되었다.

 

12시가 가까워지자 장용외영의 깃발을 든 장용영 무사들이 많은 유림의 인원을 대동하고 화령전 문안으로 들어섰다. 이날 제향은 행사안내를 시작으로 제관입장 - 망전례 - 초헌례 - 삼상향 - 독축 - 아헌례 - 종헌례 - 망료례 - 국궁사배례 - 예필례 - 음복례의 순으로 거행이 되었다.

 

 

이날 초헌관은 정조대왕 기념사업회 회장이 맡았으며, 아헌관은 염상덕 수원문화원장이, 종헌관은 김정수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맡았다. 창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 종묘제례 이수자인 이상훈이 맡아 집례를 했다. 또한 여민락과 수제천 등의 의식음악은 수원국악예술단이 연주했다.

 

장중한 의식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날이다

 

탄신제향을 찾은 한 시민은 올해 마음먹고 제향에 참석을 했다면서

말로만 듣던 궁중 제향을 이렇게 수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제향이라고 하면 성균관에서 열리던 문묘제향이나 종묘에서 역대 임금님들이 제를 지내는 종묘제례만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화령전에서 정조대왕의 탄신제향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정말 수원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원 화성 관광을 왔다가 이곳에서 정조대왕 탄신제향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는 한 관광객은

중국에도 많은 의식이 있지만 이렇게 국왕의 제향을 지내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이번에 한국에 나와 의미 있는 행사를 보게 되어 정말 기쁘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중국으로 돌아가면 지인들에게 자랑을 해야겠다,”며 웃는다.

 

제향이 시작되기 전에 화령전을 찾은 한 시민은 삼문 앞에 서 있는 문화재 안내판을 보다가

안내판에 정조대왕의 어진초상화리고 기록해 놓았다. 초상화는 일반인들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다. 대왕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어찌 어진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초상화라고 적고 있는가?”라고 뼈 있는 소리를 하기도.

 

어진이란 역대 왕들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을 말한다. 어진제작은 모두 세 종류로 도사(圖寫)와 추사(追寫) 그리고 모사(模寫)가 있다. 도사란 군왕이 생존해 있을 때 그 수용을 바라보면서 그린 것을 말한다. 추사란 왕의 생존 시에 그리지 못하고, 승하한 뒤에 그 수용을 그리는 경우이다. 모사란 이미 그린 어진이 훼손됐거나, 새로운 진전에 봉안하게 될 때 원본을 범본(範本)으로 해 신본을 그린 것을 말한다.

 

 

왕의 모습을 지칭하는 어진은 진용(眞容), (), 진영(眞影), 수용(晬容), 성용(聖容), 영자(影子), 영정(影幀), 어용(御容), 왕상(王像), 어영(御影) 등 다양하게 불렸다. 모두 왕을 높이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숙종 39년인 1713년 숙종어진을 그릴 당시 어용도사도감도제조(御容圖寫都監都提調)’였던 것을 이이명(李頤命)의 건의로 어진이라 했는데, 이후 이 명칭을 따라 어진이라고 주로 일컫는다.

 

한편 이날 독축에서 올린 정조대왕 탄신제 축문은 다음과 같다.

이제 단기 4347년 서기 2014년 갑오년 1025. 감히 조선국 제22대 국왕 정조 경천 명도 흥덕 영모 문성 무열 성인 장효 선황제께 고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장엄하고 근본 된 사당의 의절이 있으므로 화령전 운한각에서 제향을 올립니다. 얼굴색을 바로잡고 보시는 것과 같이 맑은 술과 여러 음식을 정갈하게 베풀어 밝게 올리니 삼가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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