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곳곳에 세워진 솟대 볼 수 있어

 

무술년 정월 초, 설 연휴에 찾아갔던 수원전통문화관 마당에 서 있는 솟대’. 솟대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상징이다. 솟대 앞에 서 있는 설명문을 보면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물로서 물새들을 장대 위에 세워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겼습니다. 물새는 예로부터 곡식과 식수가 메마르지 않도록 비를 가져다주며, 마을을 홍수나 역병 같은 재해로부터 구원하는 수호신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뒤이어 또한 철새로서의 물새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조로 여겨져 하늘에 인간의 꿈과 소망을 전하는, 지상과 천상을 잇는 영혼의 전달자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솟대는 단순히 마을의 안녕이나 풍농이나 풍어를 기원하는 것만으로는 솟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우리민족은 음력 정월 초, 3일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와 음력 10월 상달이 되면 길일을 택해 마을의 안녕과 풍농, 풍어 등을 위한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대동제를 지냈다. 이는 아주 오래 전 삼한시대부터 전해진 유풍으로 하늘에 감사하는 의식으로 행해진 의식이다. 부여의 영고(迎鼓), 예의 무천(舞天), 고구려의 동맹(東盟) 등은 모두 이런 대동의 의식이었다.

 

마을대동의 안녕과 가가호호 집안의 안택을 기원하는 마을제사는 장승제, 성황제, 거리제, 산신제 등으로 이는 모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가내의 안과태평을 위해 모든 이들이 모여 기원하던 우리민족의 공동체 의식이었다. 그 대동의식 중 하나가 바로 솟대를 깎아 세우고 정월에 길일을 택해 제를 지내던 거리제였다.

 

 

솟대는 대개 누석탑, 장승과 함께 세워

 

수원을 돌아보면 곳곳에 서 있는 솟대를 볼 수 있다. 천천로 서호천 변에 서 있는 솟대공원, 그리고 수원전통문화관 경내와 평동 오목공원 등 곳곳에도 솟대가 서 있다. 물론 이 솟대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세운 것은 아니다. 일종의 교육용 솟대로 세웠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평동 오목공원에 세운 솟대는 장승과 함께 조성했으며 지난 해 528일 장승과 솟대를 새로 마련하고 상송장승고유제를 열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고유제가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솟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긴 장대나 긴 돌 위에 얹은 마을의 수호신이다. 솟대는 대개 마을의 입구에 세워, 마을에 들어오는 액을 미리 예방한다는 뜻으로 세운다. 솟대만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돌탑, 장승 등과 같이 세우기도 한다. 솟대는 정월 열나흘날 밤에 새로 깎아 세우고, 주민들이 모여 정성스럽게 마을제를 지낸다. 솟대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여 솟대, 짐대, 돛대, 새대, 설대 등으로도 부르고, 그 기능으로 세분하여 수살, 진목, 추악대, 표줏대 등으로도 부른다.

 

이러한 솟대는 참나무나 돌로 만들어 마을입구에 세우고, 그 위에는 오리를 만들어 올려둔다. 대개는 솟대 위에 한 마리를 얹는 수도 있지만, 끝을 갈래지게 해 두 마리를 올리기도 한다. 이 위에 올리는 새는 마을마다 달라, 기러기나 까마귀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새의 종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위에 새를 올리는 것은 멀리 날고, 높이 날 수 있는 새를 올림으로써 먼 곳에서부터 오는 액을 사전에 미리 막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통은 지켜질 때 가치가 있다

 

우리민족이 역사 속에서 그 많은 외세의 압력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동체문화 때문이다. 일제는 그런 공동체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해 1920년대 문화말살정책까지 행하면서 우리문화를 말살시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외압 속에서도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켜온 것은 바로 공동체문화였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 전통을 한낱 박물관에 들어가 있어야 할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사대주의자들은 이제 반성해야 한다. 정월이 되면 일 년의 안녕을 기원하고 10월이 되면 자연에 감사하던 각종 마을의 제의식. 그런 마을제가 다시 되살아나기를 기원한다. 이 나라가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관 경내에서 만난 솟대를 보면서 무술년 한 해 우리의 것을 되찾고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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