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대한불교 조계종 남원 선원사(남원시 도통동 소재)주지 운천스님은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10여 년 동안 짜장면 80만 그릇을 헐벗고 굶주린 이웃과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찾아가 보시를 해왔기 때문이다. 운천스님은 지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9년 녹원 스님을 계사로 직지사에서 사미계를, 2004년 보성 스님을 계사로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운천스님이 고통 받고 외로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짜장면을 만들어 봉사를 시작한 것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물산 소속 크레인 부선을 예인선이 끌고 가던 중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하여 유조선 탱크에 있던 7만 8,918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해역으로 유출되었다.

이 사고로 인해 태안반도 일대가 기름으로 뒤덮였을 때 봉사를 간 스님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내가 절에서 설법으로 봉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짜장면으로 보시를 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면서 그 때부터 짜장면 봉사를 시작했다. 운천스님이 그동안 찾아갔던 곳은 다양하다.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복지관을 비롯하여 교도소, 군부대, 경로당, 고아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먼 거리도 마다않고 찾아다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2년 구미 불산누출사고 당시에도 남들이 다 들어가길 꺼려하는 곳을 들어가 짜장봉사를 했다. 그렇게 어려운 곳을 찾아가 짜장면과 짜장밥 등을 만들어 급식공덕을 한 것이 80만 그릇이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팔의 어려운 마을에 학교가 다 부수어져 아이들이 한데서 공부를 하는 것을 알고 네팔 스리 칼리마이 선원사 초등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자료사진. 이목동 바다의 별에서 짜장면을 준비하는 운천스님

자료사진. 이목동 바다의 별에서 짜장면을 준비하는 운천스님


수원봉사 때 손가락 절단 되기도

운천스님의 고향은 수원이다. 삼일상고를 졸업한 스님은 수원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하기에 수원을 찾아와 짜장봉사를 한 것만도 수십 차례였다. 수원교도소를 비롯하여 복지관, 수녀원, 이목동 바다의 별, 행궁광장 등 수원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나 달려오곤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수원에 대한 봉사는 남달랐다.

그런 짜장스님이 수원을 찾아와 짜장봉사를 할 때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이 국수기계에 빨려 들어가 4개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운천스님은 그 일로 인해 근 20일 가까이 병원신세를 져야했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스님의 봉사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되었다.

그렇게 불우한 이웃을 찾아다니면 짜장봉사를 하던 운천스님은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포항 이재민들을 위해 두 달 가까이 자비를 들여 짜장면과 떡국 등을 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장에서 많은 곤욕을 치루기도 한 운천스님은 5일 조계종에 탈종계를 제출했다고 한다.


네팔에 학교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학교를 지어준 운천스님. 자료사진

네팔에 학교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학교를 지어준 운천스님. 자료사진


'무애도인'으로 살아가겠다

운천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고 탈종을 하면서 남원 선원사 주지임직도 반납하였다고 밝혔다. 운천스님은 “제가 부처님 제자지 조계종 제자는 아니잖아요. 이제부터는 ‘무애도인’으로 살아가렵니다. 탈종을 한다고 해도 조계종과는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그동안 제를 있게 했고 제가 짜장스님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됐으니까요”라고 했다.

두 달여 동안 포항 지진피해 지역에 가서 짜장면과 떡국 등으로 봉사를 한 운천스님은 그곳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봉사를 하는 스님들과의 관계도 그랬지만 포항시 공무원들과도 매끄럽지 못했던 것만 같다. 그런 와중에 스님은 앞으로 봉사를 온전히 하기 위해서 탈종을 결심한 듯하다.

세상에 많은 공덕 중에 금식공덕(給食功德)이 가장 큰 공덕이라고 한다. 우리 옛 소리에 보면 “배고픈 이에게 음식을 주어 급식공덕을 하였느냐? 헐벗은 이에게 옷을 주어 의복공덕 하였느냐?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어 해갈공덕을 하였느냐? 깊은 내에 다리를 놓아 월천공덕을 하였느냐?”라는 내용이 있다. 운천스님은 10년이 넘는 세월 오롯이 주변에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해 짜장급식을 계속하겠다는 운천스님이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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