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도 담아 이웃과 나누는 고성주씨

 

제사에 쓸 장은 음력 정월에 담아야 해요. 2월장은 제사에 사용하지 않아요. 정월에 담는 장은 소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2월장은 정월장보다 소금을 좀 더 사용해야죠

 

지난 10일부터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가 바삐 움직인다. 317일이 음력 2월 초하루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장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태굿 등 의식이 많은 고성주씨는 매년 이렇게 정월이 되면 장을 담근다. 먼저 간장을 담기위해 메주를 독에 넣고 소금을 부어 간을 맞춘다. 간을 맞출 때는 독에 날계란 하나를 띄우는데 그 계란이 절반쯤 장물 위로 솟아올라 똑바로 서면 간이 맞은 것이라고 한다.

 

10일부터 고성주씨는 고추장을 담을 준비를 한다. 10일 아침부터 커다란 들통에 대파뿌리, 생강, 다시마. 멸치, , 북어머리 등을 넣고 끓여낸 후에 그 육수를 이용해 더덕, 도라지, 마늘, 표고버섯 등을 갈아 넣은 후 다시 한 번 12시간 이상을 끓인다. 이렇게 끓인 장국물을 이용해 고추장을 담는다는 것이다.

 

 

각종 영양분이 가득한 고추장

 

12일 아침, 고성주씨 안마당이 부산하다. 커다란 통에 이틀 동안 끓여낸 육수에 고춧가루를 풀어 넣고 휘젓기 시작한다. 휘저으면서 조청을 함께 섞어 다시 젓는다. 얼마동안 그렇게 휘저으면 붉은 장이 진득하게 변한다. 그때까지 쉴 새 없이 장을 저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제한 고추장을 작은 통에 담아낸다.

 

우리 집 고추장은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요. 그저 단순히 고추장을 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약재를 함께 넣고 담기 때문에 약고추장이거든요. 사람들이 먹고나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면서 달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 부탁을 마다할 수 없어 작은 퉁에 나누어 담는다고 한다. 130통 정도나 되는 통을 일일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죽 늘어놓고 나면 고추장 담기를 마치게 된다. 그렇게 장이 햇볕에 익으면 주변사람들이 찾아와 한통씩 달라고 한단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멀리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작년에는 경기도 광주에 산다고 하시는 분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셨다면서 고추장을 달라고 하는데 안 드릴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한분씩 드리고 나면 계속 딴 분들에게 이야기를 하시는지 찾아와서 달라고 해요

 

 

일 년 양식인 장도 나누며 살아야죠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도 김장과 마찬가지로 일 년 양식이다. 김장이 한 겨울 양식이라고 하는 것에 비해 장은 일 년을 두고 먹어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을 귀하게 여긴다. 가정집에서는 장을 담아도 아무나 퍼주지 않는다. 지신의 기족들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성주씨는 늘 사람들이 찾아와 장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을 한단다.

 

저는 집안에 전해지는 방법 그대로 고추장을 담아요. 정성을 들여 담아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날까지 다 계산하면 일주일은 족히 걸리는 듯해요. 그래도 장을 먹어본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 한 해도 거를 수가 없어요

 

무엇을 하던지 제일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는 고성주씨는 고추장을 다 담고 난 후 몇 통을 옆으로 구분해 놓는다. 장을 담느라 고생한 사람들에게 줄 것이라고 한다. 늘 나누면서 살아가는 고성주씨의 정월 고추장 담기는 또 그렇게 이웃사람들과 귀한 장을 나누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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