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지체장애인 어려움 많다 하소연

 

공용화장실 장애인이 이용하는 칸에 비상 벨이 없어요, 저희들은 급할 때 비상벨이 없으면 정말 힘들어요. 장애인 칸에 비상벨이 없으면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가 없거든요. 비상벨 좀 달아주세요

 

8일 오후, 남문시장 홍보관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 말을 건넨다. 아마 내가 시장 관계자로 알았나보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을 보니 장애인인 듯한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장애인 화장실에 비상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장애인 화장실을 들어가 비상벨을 찾아보아도 비상벨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악취로 인해 코를 들 수가 없다. 변기 옆에는 배설물인 듯한 덩어리도 보인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비상벨을 달아달라고 주문을 한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따라와 확인을 한 후에 돌아갔다. 냄새가 쉽게 빠질 것 같지 않아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비상벨이 없다고 이야기 했더니 시큰둥한 표정이다.

 

 

누가 장애인을 도와주러 가나요?

 

하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 그들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장애인 칸이기 때문에 누가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무작정 들어가겠느냐는 것이다. 만일 몸이라도 불편한 사람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 광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수치를 느낄 수 잇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근 119구급대와 연결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화장실 가까운 곳에 봉사자들이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하루에 몇 명이나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요. 일반 근무자들에게 그런 일을 맡긴다는 것은 무리고요

 

듣고 보니 그도 그렇다. 만일 용변이라도 보다가 휠체어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옷에 분비물이 묻어있을 것이고 그런 것을 치우려고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찾기 힘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남녀를 대기시켜야 하는데 그럴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저 비상벨을 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이야기 한 내가 부끄럽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고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해 비상벨만 달아주면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권선구 호매실동에 소재한 수원시장애인복지센터 화장실에는 비상벨이 달려있었다. 그곳을 생각하고 쉽게 이야기했지만 그곳은 남녀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건물 내에 봉사자들이 늘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의 손길이 가깝게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 불편사항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강구해야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비상벨이 제일 가까운 119구급대와 연결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119구급대가 있다고 해도 출동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장애인이 혼자서 애를 태울 것을 생각하면 그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이 비상벨이 없다면 아마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 휠체어에 오르기 위해 애를 태울 것이다. 이날 만난 장애인도 상태를 보니 잠시 동안 애를 먹은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시에는 52천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물론 그들이 모두 지체장애인은 아니다. 그 중에는 화장실에 들어가 약간의 도움만 받아도 혼자 용변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관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우선은 그들에게 바로 달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상벨의 설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빠른 시간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인적자원이다.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 그런 세상이 정말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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