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행궁나라 갤러리 박은주·원용덕 초대전

 

박은주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전공을 했다. 그동안 개인전 8회와 단체전을 210여회나 열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런 작가가 팔달구 행궁동주민센터 1층 민원실 벽면을 전시공간으로 이용하는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에서 기억과 상상, 슬픔과 기쁨의 변주라는 제목의 전시를 731일까지 열고 있다.

 

행궁동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는 매달 두 명의 작가를 초대하고 있다. 벽면에는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아래편에 설치된 유리전시관 안에는 공예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 곳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관람을 하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번 공예작가는 텃밭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원용덕 작가이다.

 

비가내리는 날은 딱히 어딜 찾아가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요즈음이야 휴대폰의 촬영기능이 좋아져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지만 그래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처럼 좋은 화질을 만들기 어렵다. 비가 오는 날은 카메라에 습기가 차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카메라를 들고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9일 하루 종일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로 멀리 나가지 못하고 행궁동을 찾았다.

 

 

축제 끝난 거리, 인적도 끊겨

 

8일까지 행궁동 곳곳에서 열렸던 10회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 - 인간 나혜석 세상 밖으로 나오다행사가 끝난 행궁동 거리는 한산하다. 비까지 내려 시끌벅적하던 행사장 인근도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다. 아직도 곳곳에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딱히 어느 곳에서 어떤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행궁동 주에서 열리는 작가들의 초대전은 민원인이 되었던지 지나가던 행인이 찾아들어가던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게방된 공간의 초대전은 늘 사람을 반긴다. 박은주 작가의 기억과 상상, 슬픔과 기쁨의 변주전은 민원실 외벽과 주민자치회 사무실 벽면까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은주 작가는 그림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나의 작품세계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슬픔과 기쁨이 모티브가 된다. 화면 전체에 비형상적 이미지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감정과 내면세계의 표출이다라고 작가노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중심은 사랑이며, 사랑이 없는 세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람은 다만 느껴지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사랑이 되었던지, 자신의 작품에서는 형태와 색채로 표현되어 한 폭의 작품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벽면에 걸린 박은주 작가의 작품 속에서 사랑을 느끼기는 쉽지 않지만 미술의 본질인 형태와 색채라는 점을 인식하면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듯하다.

 

 

텃밭 사람들의 주제는 인간에게 도움 주는 배설물

 

화서문로에 공방을 열고 있는 원용덕 작가는 텃밭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한다. 작가는 인간과 각종 동물들의 배설물이 고향 텃밭(똥거름)부터 시작해 과학의 찌꺼기인 폐기물을 자연의 일부로 완전 분해시키는 상생역할로서의 상징적 표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똥이거나 가축의 똥이거나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에게 유익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면 가마에서 굽지 않습니다. 자연적으로 마르게 해 그 위에 칠을 하죠. 가급적이면 자연에 더 가까운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처음에는 칠을 하지만, 7~8월에 떫은 감이 나올 때쯤 그 감을 갖고 칠을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자연스런 색감을 얻어낼 수가 있죠.”

 

원용덕 작가는 작품을 가마 등에서 불에 굽지 않는다. 자연적인 햇볕과 바람에 말린 작품 그대로를 이용하고 있다. 작가는 1987년 전국 청년 신진작가전(서울 청년미술관)에서 그룹 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마산 대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후 2002년 진주 예림화랑, 2008년 수원 대안공간 눈과 서울 경인미술관, 2009년 용인 대덕사, 2010KASF. 2013년 수원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 20135월 해우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행궁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박은주 작가와 원용덕 작가의 초대전. 요즈음 새롭게 젊은이들의 관광명소로 변하고 있는 행궁동 행리단길을 걸어, 차 한 잔의 향과 작품감상에 젖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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