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통닭거리 매출 30% 급감했다

 

아직은 그래도 버틸 만 합니다. 하지만 올 겨울이 지나고 내년 2~3월이면 우리나라 양계시장에 대란이 옵니다. 우선은 너무 많은 양계들이 살처분 되었고 종계들이 다 파묻히는 바람에 달걀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자라나는 닭이 없으니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시간이 2~3개월 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통닭거리는 전국으로 유명하다. 수원을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통닭거리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곳은 주말이면 통닭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자리가 없어서 순번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자리를 기다리는 줄은 평일에도 오후가 되면 쉽사리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원 팔달문 통닭거리 통닭집들이 하루에 판매하는 통닭이 평일에는 800~1000마리, 주말이면 1400~1500마리가 된다고 하니 그 숫자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현재 통닭거리에 닭 집이 12집이다. 이 통닭집들이 하루에 많이 파는 집은 주말단위로 1500마리 정도 된다. 이런 집이 몇 집 정도 되고 남은 집들은 그보다 판매량이 떨어진다. 하지만 어림잡아도 주말 통닭거리에서 팔리는 통닭의 숫자는 6~7천 마리를 웃돈다고 한다.

 

이렇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던 통닭집들이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바이러스로 인해 손님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긴 줄이 늘어서던 통닭집들은 줄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홀 안도 듬성듬성 자리가 비어있다. 이곳에서는 이런 광경이 오히려 낯선 모습이다.

 

 

지금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2~3개월 후

 

20일 오후 통닭거리를 찾았다. 낮 시간에도 집집마다 꽉 차 있던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장사가 가장 잘 된다는 한두 집 정도만 사람들이 보일 뿐 아예 휴일이라는 안내판을 걸어놓은 집들도 있다. 이렇게 한 두 집이 문을 닫으면 남은 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어야 하는데 자리가 텅 빈 곳이 많아 예전 같지 않음을 알려준다.

 

저희 집은 벌써 이곳에서 장사를 한지 30년 가까이 된 집입니다. 통닭거리에서는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집으로 알려졌는데 저희 집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습니다. 주말이면 하루에 1500마리 정도 판매를 했지만 이제는 주말에도 1000마리 팔기가 버거울 정도니까요. 심지어 지난 16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에 방영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아요. 예전 같으면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21에 소재한 진미통닭은 가장 많은 고객이 찾는 통닭집 중 한 곳이다. 언제나 보아도 늘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일 오후 2시쯤 찾아간 진미통닭에는 그래도 그 중 꽤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층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 박순종 대표를 만났다. 박순종 대표는 만나면서부터 걱정을 한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아직은 매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버틸 만합니다. 문제는 2~3개월 뒤에 달걀을 생산할 수 있는 성계들이 없다는 것이죠. 부화를 시키는 것은 인공적으로 할 수 있지만 달걀은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가 없으니까요

매출이 줄어 손해를 보는 것은 100% 업주의 책임이네요? 도움은 없습니까?”

전혀요. 양계농가야 살처분을 하고나면 그 보상을 받겠지만 저희 같은 영업집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죠. 앞으로가 정말 문젭니다

 

 

그렇다고 냉동 닭을 팔수는 없어요

 

박순종 대표는 통닭집들이 대처할 방안은 전혀 없다고 한다. 성계가 없다보니 달걀생산을 할 수 없고 결국 수입 냉동닭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겠다고 한다.

 

저희 집 종업원이 30명입니다. 그 많은 종업원들 인건비며 운영비 등을 따지며 하루에 통닭 600마리를 팔아야 본전입니다. 앞으로 닭을 구입할 수 없으면 손님이 찾아와도 통닭을 팔 수 없는 대란이 오겠죠. 저희들은 한 마리에 1.5kg 정도 되는 닭을 사용하는데 현재 닭값이 3500~4000원 정도입니다. 그 닭값이 앞으로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죠. 구매하는 닭값이 5000원을 넘기면 장사를 해도 손해를 보는 것이죠

 

빅대표는 요즈음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의 장사를 하던 닭집에서 새롭게 3층 건물을 짓고 이사를 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로 인해 심각한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수입 냉동닭으로 통닭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맛이 떨어집니다. 이미 저희 통닭거리 닭집들은 그 맛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냉동닭으로는 그 맛을 낼 수가 없죠. 저희는 늘 생닭을 이용하기 때문에 냉동닭을 이용해 통닭을 튀긴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요

 

앞으로 손해가 점점 더 클 것이라고 하는 박순종 대표. 조류인플루엔자와 김영란법, 거기다가 요즈음 불안한 국내정세까지 합쳐 회생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하루하루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가 활키고 간 통닭거리. 시간이 갈수록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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