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도자기축제와 강원도 최북단 대진항

 

3개월, 90일을 편안히 쉬어보지 못했다. 모처럼 징검다리 연휴를 맞이하여 길을 나섰다. 바삐 살다보면 때로는 사람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핑계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지인들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데도 그저 바쁘다고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으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징검다리 연휴, 수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났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야 그런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저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라도 보자고 떠난 길, 먼저 들린 곳은 도자기축제가 열리는 여주 신륵사 주차장이다. 그곳을 들렸다가 바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최북단에 소재하고 있는 정수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여주에는 형제처럼 지내는 아우가 북내면 상교리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 부부가 함께 도자기 공방을 운영한다. 이 부부처럼 세상을 밝게 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생활이 윤택한 것도 아니지만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 주면 사람들에게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가 늘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온다.

 

 

사람은 많은데 판매는 저조

 

그런 부부가 올해도 도자기축제장에 자리를 마련했다. 몇 달을 도자기축제장에 진열한 작품들을 만드느라 잠조차 못 들더니 심한 몸살,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걱정스러워 찾아간 축제장. 징검다리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붐빈다. 하지만 정작 손에 짐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만나기 힘들다. 한 마디로 판매가 부실하다는 이야기다.

 

그토록 오랜 시간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작품 판매가 부실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작품작업을 하는 아우로서는 도자기축제에 참가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한다. 축제란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만한 경제적 도움이 되어야 한다. 축제를 여는 목적 자체가 지역경제를 튼실하게 만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우리 수원에도 많은 축제가 있다. 축제를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일부 지역은 식당마다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축제의 진면목을 보는 것이다. 그런 축제가 아니라면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개최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작가들에게 축제장에 참가하는 참가비를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은 축제라고 할 수 없다.

 

 

최북단 마을, 최북단 항을 찾아가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 금강산 줄기 밑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암자인 정수암. 20년 가까이 함께 고생하며 지낸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절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나 몸이 극도로 피곤할 때면 이곳을 찾아간다. 공기도 깨끗하고 주변 경관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회진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10여분만 나가도 동해안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저 얼굴만 마주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서로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지만 만나기만 해도 반가운 사람들이다. 작은 암자가 모처럼 4월 초파일 준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초파일에 암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비빔밥 공양을 하기위해 준비 중이란다. 지난해 조성하다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마애불을 둘러보고 자리를 옮겨야겠다는 스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사시예불에 동참한다.

 

“감독님(예전 방송 일을 할 때 부르던 호칭을 아직도 사용한다) 촉이 많이 떨어지셨습니다”

스님이 웃으면서 한 마디 하신다. 그동안 참으로 오랜 시간 떠나있었다. 사람은 누구에겐가 상처를 받고나면 사람만이 아니고 그 주위환경도 싫어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가보다. 스님과 함께 회진포 일대를 한 바퀴 돌아 대진항에 들린다. 그곳에서 알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것을 만난다. 그래서 사람의 공부는 끝이 없다는 것인가 보다.

 

2박 3일의 여행.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살아가기가 바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바쁜 시간을 살다가 모처럼 떠난 여행. 화려하지도 않고 풍성하지도 않은 길이지만 그 2박 2일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복. 그것 하나가 앞으로 다가 올 새로운 날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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