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은 만나지 못했어도 마음의 문을 열어

 

나에게는 버릇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많은 고난도 겪어보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나를 일으킨 것은 바로 여행이다. 항상 내 생활에 변화가 있을 때는 그저 간단한 차림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그렇게 여행에서 새로운 마음다짐을 하고 새 힘을 얻어 돌아오곤 했다.

 

그렇다고 장황하게 무슨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조용한 곳에 가서 2~3일 쉬면서 새로운 일을 맡아하게 될 사안을 정리하고 혼돈한 머리를 좀 쉬고자 할 뿐이다. 하기에 난 내 신변에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와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만나기 위함이다.

 

 

4일 오전 수원을 떠나 고성으로 향했다. 고성군 현내면 산학리 정수암 주지인 진관스님과 연락한 후 그곳에서 2~3일 묵으면서 2017년 내가 새롭게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를 하고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찾아보고 그 잘못을 반성하기 위함이다.

 

사람은 늘 반성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던가? 완전한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다만 그런 실수를 재차 반복하지 않기 위한 마음의 다짐을 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나에게 여행이란 중요할 수밖에 없다. 4시간을 더 달려 찾아간 정수암. 수원과는 달리 그곳은 눈이 쌓여 차조차 마음대로 오를 수 없었다.

 

 

지난해에 조성한 마애불과 조우하다.

 

정수암은 일 년에 두세 차례 찾아가는 곳이다. 그저 그곳에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딱히 없다. 법당에 들어가 참배를 하고나면 이곳저곳을 돌며 좋은 공기를 쏘이면서 스님과 이야기도 하고 인근 도시를 돌며 좋은 음식을 먹곤 하는 것이 고작이다. 해가지면 스님은 요사로 난 법당 한편에 묵을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가 혼자 조용히 생각을 한다.

 

일 년이란 시간을 재직했던 곳을 그만두었다.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한 달 동안 맡은 일을 처리하고 나면 2월부터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내가 맡은 일이라는 것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일이다. 늘 그런 일을 해왔지만 올해 맡은 일은 그동안과는 일과는 사뭇 다르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법당을 나와 지난해 조성한 마애불을 찾아보았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원하는 바가 있어 힘들여 조성한 마애불인데 아직 완성을 하지 못했다. 마애불 조성을 맡아하던 아우가 채 완성하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여 조성한 마애불이지만 아직 완성을 하지 못한 것을 바라보면 영 마음이 편치가 않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마음으로 대응해야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고 맺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 중에는 남을 이용하고 난 후 더 이상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 주변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절을 한 바퀴 돌아본다. 눈이 쌓인 절의 경관이 지난해 여름보다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풍광에 적응해야 한다. 산신각이며 절 입구에 세운 일광월광보살 불이문 등. 전통을 지키지 않은 절이지만 금강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어느 것보다 정신수양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 고성 현내면 산학리를 찾는 까닭은 바로 이런 변화 때문이다.

 

자리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적응을 빨리해야 한다. 적응시간이 길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12일로 찾아간 고성 정수암. 그곳에서 새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기운을 얻는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떠나는 여행. 올해 첫 여행이지만 이곳에서 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기운을 얻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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