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안녕과 가가호호 평안을 기원하다

 

담장 밖에 늘어선 사람들이 담장 너머로 안을 들여다본다. 대금, 피리, 해금, 장고, 바라 등 악기들이 내는 소리와 신복을 입은 무당의 걸 판진 노랫소리가 담장 밖으로 흘러나온다. 10일 아침부터 수원시 향토유적 9호로 지정되어있는 당집은 권선구 고색동 381-4에 소재한다. 원래는 뒤편 철길 쪽에 있었던 것을 일제가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수인선을 개설하면서 현재의 자리를 당을 옮겼다.

 

고색동은 정월 보름이 되면 주민들과 인근의 사람들이 모여 마을에서 줄다리기를 벌인다. 고색동 줄다리기는 주로 음력 대보름을 기해 행해졌으며 마을 단위로 편을 갈라 한편은 부녀자가 한편은 남자들이 줄을 마주 잡아당겨 승부를 겨룬다. 고색동의 줄다리기도 부녀자가 이겨야 풍농과 안과태평을 가져온다고 했다.

 

줄다리기는 삭전(索戰조리지희(照里之戱갈전(葛戰)이라고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 줄다리기에 관한 기록이 처음 나온다. 주로 중부지방 이남에서 성행한 것으로 보아 벼농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색동 줄다리기를 할 때면 먼저 이곳 당집에서 당제를 지낸 후 줄을 당긴다.

 

 

 

10월 상달에 펼쳐지는 도당굿

 

이규경(李奎景)五州衍文 長箋散稿에 보면 [我東鄕俗多虎豹之患, 夜不能出, 小醵錢備牲醴, 祭山君於本里鎭山, 巫覡粉若鼓之以妥之, 名曰都堂祭 : 옛날 우리나라에는 호랑이나 범에 의한 피해가 많아 밤에는 집 밖으로 출입을 하기 어려웠다. 백성들이 돈을 모아 제물을 마련하여 동리의 진산에 있는 신당에서 제를 올렸는데 무격들이 분으로 단장하고 북을 두드렸는데 이를 도당제라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10, 고색동 도당에서 ‘2018 고색도당굿이 열렸다. 경기안택굿보존회(회장 고성주)가 주관한 이날 고색도당굿은 그동안 이곳에서 열렸던 도당굿과는 달랐다. 한 마디로 내림을 받지 않은 세습무 계열의 화랭이들이 하던 도당굿을, 오랜만에 강신무인 경기안택굿 명인인 고성주 회장 일행이 굿을 맡아 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오던 굿과는 다르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음식을 차리는 것 하나부터 모든 것이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한 것 같아요. 우리 고색동에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아요

 

굿을 관람하고 있던 주민 한 사람은 고색동 도당굿이 이제야 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면서 좋아한다. 이날 도당굿을 주관한 고성주 명인은 자타가 인정하는 경기굿의 일인자이다. 함께 굿을 진행한 무녀 임영복 등 또한 굿 잘하는 무당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날 음악을 맡은 김무경 등 악사들 역시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급이 달랐다. 당연히 최고의 굿판이 될 수밖에 없다.

 

 

 

종합예술의 국치 보여준 고색도당굿

 

굿은 종합예술이다. 우리 굿은 그 안에 소리와 춤, 음악, 극적인 요소 모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악가무희(樂歌舞戱)가 총체예술이라고 한다. 이날 고색동에서 열린 도당굿에서는 굿 외에도 남도민요 국가지정 중요무현문화재 체5호 춘향가와 적벽가 이수자인 강승의를 비롯해 양용자, 조진숙, 이정은 등이 흥겨운 남도민요를 불러 앙코르를 받기도 했다.

 

경기재인청 춤을 춘 서금자와 변부현 등도 한량무, 엇중모리신칼대신무, 교방무 등을 추었다. 무대가 아닌 도당 앞마당에서 열린 행사라 춤을 출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지만 고색동 한마당 축제를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한 한 판이었다. 굿을 마치고 난 뒤 고색동 풍물패의 흥겨운 판굿 한마당이 벌어졌다.

 

굿은 모든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축제다. 고색동 큰말에 소재한 고색도당굿 한마당은 이곳 주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적인 결합을 주관하던 곳이다. 음력 10월 상달에 질펀하게 벌인 고색도당굿. 종합예술의 극치를 보여준 고색도당굿 한마당으로 인해 모두가 하나가 되는 화합을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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