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명이 잉태되는 곳, ‘곤충호텔’을 아시나요?

 

도심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수많은 차량들이 거리를 질주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많은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렸다. 원래 이 터전의 주인이었던 동물과 곤충들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빼앗겨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생명들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수원’이다.

 

지지난 해 여름이었던가? 수원시 서둔로 168번 길에 소재한 옛 서울농대가 있던 곳을 찾아간 적이 있다. 예전에는 이곳을 일반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 농대가 이전을 하고 난 후, 10년 동안 이곳이 폐쇄되어 있던 곳이다. 현재 이 서울농대 자리는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이곳 산책로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하절기인 3월 ~ 10월에는 오전 6시부터 18시까지, 동절기인 11월 ~ 2월에는 오전 7시부터 17시까지 개방을 한다. 개방을 하는 산책로는 서둔로 168번 길에 나 있는 엣 문을 통해 들어오면 중앙에 옛 차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산책로가 나 있다.

 

 

이 산책로는 원래 짐승들의 서식지였다. 그러던 것이 짐승들과 사람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길을 걷다가 만난 것이 바로 길가에 쌓아 둔 나무더미이다. 원래 이곳의 주인은 고라니, 청설모, 도마뱀, 두더지 등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오래도록 살고 있던 곳을 사람들이 잠시 한시적으로 빌린 것이다. 그렇게 쌓아놓은 나무더미에서 짐승들이 먹을 것을 취하고 겨울을 나기도 한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이런 한 가지만 보아도 수원이 얼마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인가를 알 수 있다. 곳곳에 마련한 작은 공원 등에도 이런 형태의 동물을 위하는 시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곤충호텔’이다. 남들이 들으면 무엇일까 하겠지만 수원의 생명 중시 정책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작은 시설이 그리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 안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잉태되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호텔? 이런 호텔 처음이야!

 

16일 오전, 권선구청에 볼일이 있어 찾아갔다가 시내로 나오기 위해 큰길가로 걸음을 옮겼다. 서부로를 거쳐 행정타운 사거리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길가 좌측 한편에 작은 입간판이 보인다. ‘곤충호텔’이라는 간판이 눈에 뜨인다. 곤충호텔이라니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경계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곤충호텔은 생태보존 가치를 더 높이고 도심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곤충들의 번식과 보호를 위한 자연 친환경 공간으로 보존하며 풀베기, 농약 살포 등을 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공간을 유지 보존한다. 곤충호텔은 곤충이 겨울나기와 짝짓기 등의 생존공간으로 활용하고 멸종위기 곤충들의 자연번식장으로 활용 목적을 두고 있으며 약 100㎡의 시범지역을 선정하여 곤충호텔을 제작하여 관찰한다’고 적고 있다.

 

한 마디로 이곳은 곤충들이 일 년 내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모두 4단으로 꾸민 이곳은 대나무, 얇은 나무토막, 짚 새끼줄, 계란 판, 기와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곤충들을 보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수원시가 마련해 준 것이다.

 

많은 생명들이 이곳에서 살아갈 듯

 

곤충호텔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데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이 보인다. 접사렌즈를 가져왔다면 아무리 작아도 촬영을 할 수 있는데 아쉽다. 그저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는 렌즈만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아쉬워하면서도 곤충호텔을 세세하게 살펴본다. 이런 호텔이라면 많은 곤충이 이곳을 이용해 번식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많은 종류의 생명들이 인간들의 개간과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구실로 인해 사라져버렸다. 그런 즈음 넓지 않은 공간에 설치된 이 하나의 작은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생명을 중시하는 수원은 모든 하천과 산, 그리고 도심에서까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면 다시 이곳을 찾아와 살펴보아야겠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이곳을 터전삼아 살고 있는가? 굼금하기 때문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