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은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이자 중복이다. 대서는 24절기 중 12번째 해당하는 절기로 이때가 되면 장마전선으로 비도 많이 오고 더위도 극에 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음력절기에 맞추어 모든 일을 행하게 된다. 그래서인가 중복인 23일은 비도오고 날도 무던히 후텁지근하다.

 

사람들은 초복이나 중복이 되면 몸을 보할 수 있는 음식을 찾는다. 예전에는 보신(保身)을 할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하여, 냇가 등으로 나가 불을 피워 커다란 보신용 동물을 잡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건강을 위해서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식생활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동물보호 차원에서 많이 사라진 제철 풍습이긴 하지만, 아직도 복날이 되면 사람들은 그런 음식을 찾아 음식점으로 몰려든다. 복날에는 그저 땀을 비 오듯 흘려가며 음식을 먹어야 몸 안에 노폐물도 쏟아내고 건강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런 것을 보면 참으로 사람이란 것이 모질다는 생각을 한다.

 

 

 

구지뽕 백숙 한 그릇으로 만족해

 

어정 7, 동동 8이라고 했던가? 시골에서는 7월이 되면 세벌매기가 다 끝나고 잠시 농사일이 한가로움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는 논에 나가 물꼬를 보고, 봄부터 사용한 호미 등 농기구를 잘 닦아 말려둔다. 하지만 8월은 다르다. 모든 농산물이 수확을 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바쁜 일손을 빗대 부지깽이도 뛴다.’라고 표현을 했을까.

 

그만큼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8월이다. 8월에는 입추와 처서가 끼어있다. 즉 아무리 더워도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복중에는 날씨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보하는 음식 한 그릇을 먹는가보다. 복날이 되면 영양가 높은 보양식을 먹는 집마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도 몸을 건강하게 보해 다음 절기를 잘 맞이하기 위함이다.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용인시 이동면 서리에 있는 전문음식점에서 만나자고 한다. 이곳저곳에서 모인 사람들이니 그 중간 쯤 지역에서 만나는 것은 좋은데 과연 그 집의 음식은 어떤 것일까? 이것저것 음식이 나온 뒤에 끝에 나온 음식이 구지뽕 닭백숙이다. 구지뽕은 항암약초로 알려져 있는 식물이다.

 

구지뽕의 잎과 뿌리에는 항암억제력만 아니라 당뇨와 혈압 등 성인병애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줄여주기 때문에 당뇨를 예방하고, 신장작용을 활발히 하여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뇌졸증 등 각종 성인병의 예방에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요리대가가 만든 음식, 복달임 제대로 했네.

 

대개 초복과 중복, 말복 등에 먹는 음식을 복달임이라고 한다. 복달임은 일반적으로 개장국이나 삼계탕, 육개장 등 고기를 넣고 끓인 국을 의미한다. 예전 궁에서는 삼복이 되면 팥죽을 먹기도 했다. 팥죽은 더위를 쉽게 물리치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하여 삼복에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는 팥이 설사를 치유하고 열독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즉 복중에 팥죽을 먹는 것은 더운 여름에 뜨거워지는 몸을 식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동지에 먹는 시절음식이 팥죽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이날 용인시 이동면 백자로(서리) 156번길에 소재한 라는 음식점에서 구지뽕 잎과 줄기, 황기 등을 넣어 조리를 한 여 대표는 전국요리경연대화에서 수상을 한 전문가이다. 그림과 도자 등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 대표가 정성들여 조리를 해준 복달임 음식인 구지뽕 백숙 한 그릇. 시원한 냉채와 함께 먹는 그 맛이 일품이다.

 

더구나 냉채에 양념을 해서 조리를 한 족발을 얹어 먹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복을 맞아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먹는 음식. 그것도 요리대가인 주인이 직접 조리를 해 내주는 구지뽕 백숙 한 그릇. 올 중복의 복달임은 정말 제대로 한 그릇 챙겼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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