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관 날개 사라지고 주병 센서는 작동 안해

 

지동교 옆 팔달문 홍보관 앞에 자리하고 있던 불취무귀(不醉無歸)상이 자리를 옮겼다. 남문시장 남수문 앞 도로가 새롭게 정비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도로공사 정비구역 안에 자리를 하고 있던 불취무귀상 주변에는 각종 공사 잔해물 등이 쌓여있어 볼썽사납더니 20일 오후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번에 새로 자리를 옮긴 장소는 팔달문 홍보관 입구에 서 있던 소나무를 옮기고, 그 자리를 정비한 후 자리를 옮긴 것이다. 팔달문 홍보관 앞에는 도로정비를 마친 후 정조대왕의 불취무귀상이 서 있던 자리 옆에 글로벌 명품남문시장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기에 화성어차의 운행과 전통시장의 혼잡한 통행에 불편을 줄 것을 염려해 자리를 이전한 것이다.

 

그동안 불취무귀상은 여러 가지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우선 불취무귀상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동쪽이나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 동안은 딴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설치를 하지 못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 불취무귀상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팔달문 홍보관 입구 쪽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익선관 날개 바로 떼어 가

 

정조대왕의 불취무귀상을 조성한 후 바로 문제가 생겼다. 누군가 정조대왕이 쓰고 있는 익선관의 뒤편 매미날개를 잘라간 것이다. 익선관은 매미날개를 단 관모로, 임금이 쓰는 익선관은 매미 날개 한 쌍이 위로 솟게 달려있다. 일반 신하들이 사용하는 관모의 날개는 양 옆으로 뻗고 있다.

 

임금이 쓰는 익선관에 매미날개를 다는 이유는 선비의 갓끈과 같이 늘어진 것을 연상케 하기 때문에 선정을 베풀라는 뜻이며, 매미는 이슬이나 나무의 진을 먹고 살기 때문에 맑음을 의미한다. 또한 매미는 농부가 가꾼 열매나 곡식을 해치지 않아 염치가 있고, 다른 곤충과는 달리 집을 짓지 않으므로 검소하다. 그리고 늦가을이 되면 생을 마감하므로 무엇에 대한 탐이 없어 물러날 때를 알고 있으니 신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매미의 오덕(, , , , )을 닮으라는 의미로 익선관의 뒤편에 매미의 날개를 단 것이다. 하지만 이 정조대왕의 익선과 뒤편 매미날개는 불취무귀상을 조성하고 난 뒤 바로 누군가 꺾어 가버렸다는 것이다. 동으로 된 불취무귀상이기 때문에 가져간 것 같다고 팔달문 상인회 담당자는 이야기를 한다.

 

정조대왕이 들고 있는 주병 센서도 고장 나

 

정조대왕의 불취무귀상은 술병을 들고 있다. 정조대왕의 한 말 중 불취무귀(不醉無歸)’, ‘취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화성을 축성한 정조대왕이 한 말이다. 정조대왕이 수원 화성 축성 기술자들을 모아 놓고 회식하는 자리에서 기술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 말이다.

 

정조대왕이 화성 축성 기술자들을 모아놓고 한 이 말은 술에 취하라는 뜻이 아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정조대왕은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태평성세를 누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불취무귀상에 대왕이 들고 있는 술병은 사람들이 손을 대면 센서가 작동해 그 앞에 놓인 잔에 물이 흘러 차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센서가 작동을 하지 않아 그냥 술병과 술잔을 늘어놓은 의미없는 상으로 변해버렸다. 이번에 자리를 옮긴 정조대왕의 불취무귀상. 익선관의 매미날개와 술병의 센서를 보수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조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의미가 더 이상 퇴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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