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교마을 호박돌담장을 조선시대에 쌓았다고?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는 요즈음 찾아드는 발길들이 잦아졌다고 한다.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메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는 것이다. 마을이 생긴 지가 오래되었지만, 요즈음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겨울철이라 좀 뜸한 편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이 되면 꽤 몰려온다고 이야기를 한다.
반교마을에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드는 것은, 바로 마을 집들이 쌓아놓은 돌담장 때문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집집마다 길가에 쌓은 돌 축대며 담장이 보인다. 조선조에 쌓았다고 하니,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일 추운 날 돌담장을 만나러 가다니
갑자기 날이 추워졌다. 움츠리고 밖으로 나가기도 싫은 날씨지만, 부여군의 많은 문화재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몸살기운이 영 가시지를 않아 병원신세를 진 몸이지만, 그 역마살은 이런 날씨에도 사람을 밖으로 몰아내는가 보다. 참 세상에 이런 팔자도 드물 것이라고 투덜거리면서도, 발길은 어느새 반교마을을 향하고 있다.
부여를 출발하여 40번 도로를 이용해, 외산면 만수리 무량사를 찾아가다가 만날 수 있는 반교마을. 도로에서 마을 입구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돌담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등록문화재 제280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부여 반교마을 옛 담장’이다. 이 담장들은 조선조에 축조가 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연륜이 묻어있는 담장이다.
물론 그 동안에 많은 보수를 하였겠으나, 그래도 옛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모습에서 반가움을 느낀다. 수많은 석탑과 석불을 만나러 다니는 것도 부족해, 이젠 돌담까지 이 추운 날 만나러 가느냐고 어느 분이 우스갯소리를 하신다. 정말 돌에 무엇이라도 홀린 것이 아니고서야, 이 추운 날 사서고생을 하다니.
호박돌로 쌓은 돌담장을 만나다
반교마을 옛 돌담장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마을의 밭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막돌인 호박돌을 이용해 쌓은 담장이다. 호박돌이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돌을 말한다. 이런 호박돌은 마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돌을 이용해 길을 따라 늘어선 담장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든다.
담장은 밑의 폭이 90cm 정도이고, 위는 60cm 정도의 폭으로 위가 좁아져 안정감이 있다. 초입에는 옛 돌 축대가 무너질 것을 대비했는지, 시멘트로 발라 놓은 곳도 있다. 그 축대 역시 막돌을 이용해 쌓은 것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돌로만 담을 쌓았다. 흙 한 덩이 이용하지 않고 돌로만 쌓아 올린 담이, 이렇게 견고하게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소통을 할 수 있는 높이의 담장
담장의 높이는 약간씩 다르지만, 길가에 쌓은 담장은 어른 키보다 조금 낮다. 담장 너머로 울안이 들여다보일 정도이다. 이렇게 담장을 어른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양반가의 담장들이 폐쇄적이라면, 민초들의 담장은 누구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낮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민가의 담장이 갖고 있는 멋이기도 하다.
손이 곱을 정도로 매서운 날씨다. 그래도 마을 안을 이리저리 돌아본다. 돌이 참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괜한 걱정을 해본다. 그저 척척 올려놓은 듯한 돌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다니. 반교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저 담장에 넝쿨 꽃이라도 타고 올라가는 날, 다시 한 번 찾아오리라 마음을 먹는다. 겨울철 담장은 너무 차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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