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간(보릿대)의 무한한 변화를 연구하는 이수진 작가

 

지난 25년을 꼬박 맥간아트에 빠져 살았다. 마치 내 인생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오로지 이 길만이 나의 운명인 듯 그렇게 걸어왔다. 주재료인 보릿대와 그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품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썼던 지난 세월. 하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온 건 Rho 오래전 일인 것 같다. 무엇이 나의 작가적 창의성과 독창성에 갈증을 호소하도록 만든 것일까?‘

 

15일 오후, 취재 중 잠시 시간을 내어 부리나케 달려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송죽동)에 소재한 수원미술전시관. 2층 제2전실에서 한창 전시작품을 진열하고 있는 맥간아트작가 이수진을 만났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를 전공한 이수진 작가의 2017학년도 석사학위 청구작품전이 16일 개막을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조용히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수진 맥간아트 작가를 만난 것은 벌써 10여 차례가 넘는다. 보리줄기를 갖고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는 곳마다 이수진 작가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1993년부터 맥간공예에 심취했으니 햇수로 벌써 25년째이다.

 

                       

 

맥간공예란 자연 고유의 소재인 맥간(麥稈·보리줄기)을 이용해,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공예기법을 도입해 만드는 독특한 예술장르이다. 맥간공예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수원에서 이상수 작가가 금박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전수를 받은 이수진 작가는 독창적인 자신만의 기법으로 맥간공예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뜻 이 맥간공예 기법을 이용한 금박공예를 나전칠기로 착각하기도 한다.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평평하게 펴서 이를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인 뒤 목칠공예로 마무리기 때문에 그 공정과정은 더 섬세함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많은 손질을 해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정성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맥간공예

 

맥간공예는 자연적 질감인 보리대의 한쪽을 쪼개어 잘 편 후 사용을 하기 때문에 대작의 경우에는 3~4개월 씩 걸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죠. 맥간공예는 빛의 각도나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작품으로, 고품격 생활 공예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작가는 졸업 작품전을 열면서 맥간아트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25년이란 오랜 시간을 오직 맥간아트에만 매달려 보낸 시간동안 결코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는 이수진 작가는 스스로 새로운 맥간아트 기법을 창출해 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며 다양한 기법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맥간아트의 배경이 되는 판이나 프레임틀에 색을 입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작품이 되었고 내게 커다란 설렘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보릿대를 오브제로 삼아 작품을 완성해 나가면서 그것을 채우지 못했던 작가의 열망이 조금씩 충전돼 가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고 말이다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수진 작가의 맥간아트 작품들은 그동안 이수진 작가가 추구하던 맥간아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부를 더하면서 스스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맥간기법을 찾아낸 것이다.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작가의 고뇌가 작품 안에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맥간공예의 새로운 장르를 만나다

 

이수진 맥간공예가는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맥간공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수진 작가는 벌써 25년 째 맥간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으나 배우기 시작한지 2년이 지나 다니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어렵고 힘든 전문 맥간아트 작가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청춘을 보릿대와 함께 세월을 보낸 셈이다.

 

이수진 맥간공예가는 현재 맥간아트 및 아카데미 대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2012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 선정으로 전통, 연희 부문에 특별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전과 아세아미술초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북경 문화당미술관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보리줄기와 사랑에 빠진 맥간공예가 이수진씨. 작음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스승의 뒤를 이어 맥간공예에 일생을 바치겠다는 녹원 이수진 맥간아트 작가. 전시실에서 만난 그녀의 작품을 돌아보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작품의 장르를 창출해내고 있는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날 작품을 기대하는 것 또한 하나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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