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중앙공원 6색 수원둘레길을 걷다

 

수원의 길을 그토록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다. 길이란 길을 거의 다 돌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동안 내가 걸은 길은 수원전체 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보면 그 길이 아름답고, 그런 길을 소개하면서 더 많은 길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8일 만난 광교중앙공원의 6색길은 수원둘레길이다.

 

광교 카페거리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곁에 있는 산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점심을 먹은 것이라도 소화를 시킬 생각으로 오른 그 길은 처음부터 사람을 놀래게 만들었다. “정말 수원 둘레길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왜 이 길을 모르고 산 것일까?”

길이 아름답다. 그 길이 짧은 것도 아니다. 봉녕사 옆에서 시작하는 이 둘레길인 에코브리지라고 하는 생태통로에는 모두 10개의 다리가 있다.

 

 

반딧불이다리를 시작으로 나비잠자리다리, 소나무다리, 갈참나무다리를 지나 풍뎅이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다리가 바로 여담교이다. 여담이란 화성의 성벽위에 설치한 시설인 여장(女墻)의 다른 말이다. 수원 화성의 곡선이 아름다운 것에 비해 이 다리를 상징적으로 여담교라 불렀다고 한다.

 

길은 숲길이다. 조금만 걸어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한 낮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아와 책 한권 읽으면 딱 좋을 그런 곳이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근처에 고속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차량이 질주라는 소음이 들린다는 것인데, 이 숲속에서 자연을 만끽하자면 그런 조금의 불편을 참아야 할 듯하다.

 

숲이 우거진 길에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길이 좋다보니 고민을 하게 만든다. 중간에 길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이리로 가면 어디가 나오고 저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올까? 그런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반드시 이정표가 서 있기 때문이다. 한 곳은 광교카페거리와 푸드타운으로 가는 길이고 또 한 길은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호수공원 1.7km, 멀지 않은 길이지만 오후에 할 일이 남았다. 그렇다고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거리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걸어본 후에 결정을 하기로 하고 흙길을 천천히 걷는다. 길가에 개망초가 벌써 부쩍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벌써 계절이 이리 되었나? 혼자 속으로 묻고 대답하기를 반복한다.

 

혼자 길을 걸으면 이런 것이 좋다.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좋기 때문이다. 그저 혼자 자연을 보고 묻고, 지나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푸드덕거리며 날아가는 새에게 물어도 좋다. 하다못해 길가에 핀 꽃에게 물은들 어떠랴? 누가 대답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질문을 했으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소통을 의미하는 바라뫼 문을 지나다

 

'바라뫼'라는 뜻은 "산을 바라보면서 웅장하고 변함없는 기상을 닮아 살자"는 뜻과 "산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바라뫼문을 수원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다. 아마 이 길을 조성할 때 건너편 산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길을 합해 형상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뜬 구름 없이 길을 걷는데 홍살문이 앞을 막아선다. 옆에는 바라뫼 문이란 제목과 설명이 붙어있다.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 시 조성된 한강의 배다리(정약용의 실학사상에 의해 토목학과 건축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음)에 설치된 홍살문을 형상화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나라와 백성이 함께하는 소통의 의미,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의 평화와 안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길은 소통의 길인 셈이다. 이런 좋은 길을 가까이에 두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점심을 먹은 후 걸어본 수원 6색길 여담교, 그리고 바라뫼 문. 이 얼마나 좋은 길인가? 가까운 시일 안에 이 길의 남은 구간을 걸어보아야겠다. 그 끝에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경관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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