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로 변한 벌말도당굿, 그나마 다행이다

 

14일 오전부터 수원시 권선구 평동로76번길 23-7(평동)에 소재한 도당집이 북적인다. 수원시 향토유적 제12호인 벌말도당굿이 열렸기 때문이다. 벌말은 평동에 있는 마을로 벌말 도당은 원래 초가로 되어 있었고 나무 비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6 25 한국전쟁 때 파괴되어 선경직물 사장이던 최학배씨가 동네 주민들과 협조해서 기와와 석조 건물로 개축했다고 전한다.

 

도당 안에는 말을 탄 신라 경순왕인 김부대왕과 안씨부인을 그린 탱화가 벽면에 걸려 있다. 벌말 도당굿은 음력 정월 11일에 마을에 있는 도당에서 당주 굿을 한 후 서낭모시기와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돌돌이 후 당 안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도당굿이 펼쳐진다. 하기에 벌말 도당굿은 시흥 군자봉도당굿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년 이상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대동굿으로 전승되었다고 전하는 벌말도당굿은 몇 년 전만해도 경기도당굿보존회에서 맡아 굿을 진행했으나 최근 여러 가지 사유로 잠시 동안 굿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고사형식으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벌말도당굿이 열린다는 말에 한 달음에 달려갔다.

 

 

한수이남에 전승된 예술성이 뛰어난 경기도당굿

 

경기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굿은 음력 정월과 10월에 마을의 안녕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고 생업의 형태에 따라서 풍농이나 풍어를 기원하며 대동이 모두 참여하는 도당굿(지역적 특정에 따라서 곳창굿 혹은 성황굿이라고 부른다)이다.

 

이규경(李奎景)五州衍文 長箋散稿에 보면 [我東鄕俗多虎豹之患, 夜不能出, 小醵錢備牲醴, 祭山君於本里鎭山, 巫覡粉若鼓之以妥之, 名曰都堂祭 : 옛날 우리나라에는 호랑이나 범에 의한 피해가 많아 밤에는 집 밖으로 출입을 하기 어려웠다. 백성들이 돈을 모아 제물을 마련하여 동리의 진산에 있는 신당에서 제를 올렸는데 무격들이 분으로 단장하고 북을 두드렸는데 이를 도당제라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옛날 당신을 위하는 굿, 즉 각 고을, , , , 부 등 서울과 시골을 가리지 않고 거주하는 곳(=)에 있는 큰 산이나 주산에 있는 신당에서 그 산의 산신에게 마을의 호환을 피하기를 기원하며 올리는 제나 굿을 의미하는데 이를 도당제 혹은 도당굿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의 도당굿은 매년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온 마을 주민이 대동으로 합심하여 돈을 거두어 무격(巫覡)으로 하여금 도당에 모시는 신에게 마을의 안녕 또는 풍농, 풍어를 비는 대동굿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형태가 달라진 벌말도당굿 이대로 좋은가?

 

벌말도당굿이 열리는 도당을 들어서니 장고와 쇳소리가 요란하다. 1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고기를 굽고 있고 한편에선 술잔이 오고간다. 원래 정월에 열리는 도당굿은 마을 주민들이 한 해 동안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굿이다.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 화랭이들의 굿으로 전승이 된 경기도당굿은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되고 난 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을 순회하면서 수많은 도당굿 연희를 할 정도로 활성화가 되었었다.

 

그런 경기도당굿은 예능보유자인 오수복 선생이 타계하고 난 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보존회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몇 사람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한 보존단체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경기도당굿의 전승에도 문제가 생겼다. 보존회는 양분이 되고 심지어는 도당굿이 이대로 전승이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든다.

 

 

그런 상태에서 평동 벌말도당굿이 온전히 전승될 리가 없다. 14일 만난 도당에서 굿을 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도당굿을 하는 화랭이나 미지들이 아니라 일반 무속인들이 굿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도당굿과는 거리가 먼 굿의 형태이다. 하지만 도당굿보존회의 각종 문제로 인해 벌말도당굿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으니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갑갑함이다.

 

굿은 열린축제라고 한다. 그 굿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굿판에서 지역주민 모두가 즐겁고 공동체가 형성되었다고 하면 그 또한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동안 경기도당굿으로 전해지던 굿이 사라졌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경기도당굿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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