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사 향나무 창건 때 심었을 것으로 추정

 

사람이 기쁨과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모든 생명을 아프게 하거나 해치지를 말라

살아있는 것들의 아픔을 없애주고

죽음에서 살려주는 일을 즐겨하면

뒷날 반드시 행복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느니라

 

불경인 법구경 도장품 중의 가르침이다. 팔달구 우만동 248 봉녕사 경내에 소재하고 있는 수령 800년이 지난 수원시 보호수인 향나무 아래 적힌 글이다. 이 향나무는 수원222007522일 지정이 되었다. 향나무의 높이는 9.4m이며, 둘레는 2.8m이다. 향나무의 경우 이렇게 큰 나무는 그리 많지가 않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상나무, 또는 노송나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향나무는 바늘모양과 비늘모양의 두 종류가 있다. 향나무의 심재는 진한 향기가 나므로 이곳을 이용해 제사를 지낼 때 향료로 사용을 했다. 요즈음은 향나무를 정원수나 공원의 나무로 많이 식재하고 있다.

 

 

 

 

봉령사 향나무를 만나다.

 

26() 오후에 돌아 본 봉령사. 향나무는 봉녕사의 중심전각인 대적광전과 용화각 앞에 자리한다. 봉녕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이 향나무는 수령이 800년이 지난 고목이다. 향나무의 밑동은 한쪽 면을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있으며, 가지 하나가 밑으로 처져 마치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이 향나무를 볼 때마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수령이 오래되었고, 높이나 둘레가 적지 않은 나무인데 왜 보호수로만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외과수술은 했지만 잎이나 가지 등을 보면 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봉녕사를 찾을 때마다 이 향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이 나무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 것만 같아서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중에서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향나무도 여러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있는데, 232호인 남양주 양지리 향나무(수령 500), 240호 서울 선농단 향나무(수령 500), 88호인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수령 800), 314호 안동 주하리 뚝향나무(수령 500), 321호 연기 봉산동 향나무(수령 400), 427호 천안 양령리 향나무(수령 1,200), 194호 서울 창덕궁 향나무(수령 750) 등이 지정되어 있다.

 

 

 

 

봉녕사 창건과 맞아 떨어지는 향나무

 

이 외에도 많은 향나무들이 지역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봉녕사 향나무를 돌아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향나무가 언제 누가 이곳에 심었을까 하는 점이다. 봉녕사는 고려 희종 4년인 1208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지금으로부터 807년 전이다. 이 향나무의 나이도 800년이다. 2007년에 지정이 되었으니, 이 향나무의 수령과 봉녕사의 창건연대가 일치한다.

 

우연일까? 그렇다면 이곳에 절을 창건한 원각국사와 이 향나무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봉녕사의 창건연대와 향나무의 수령을 보면, 이 향나무는 봉녕사를 창건할 때 심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향나무가 바로 봉녕사의 역사인 셈이다. 이 향나무를 더 애지중지 보호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남들은 그저 쉽게 오래 묵은 향나무 정도로 알겠지만, 이 향나무와 봉녕사의 관계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 향나무가 곧 봉녕사이고, 봉녕사가 이 향나무라면 억지스런 주장일까? 향나무 앞에 서서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못하다. 대낮에 나온 낮달이 향나무 가지에 걸려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이 나무가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역사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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