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관 앞 서호공원 자연학습장을 돌아보다

 

바람이 심하다. 거기다 미세먼지와 송화가루까지 심하게 날린다. 나들이를 하기에는 좋지 않은 날이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글만 쓴다는 것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바람이라도 쏘일 겸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불고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일 때는, 숲이 좋다고 했으니 나무가 무성한 옛 농촌진흥청 자리를 찾았다.

 

팔달구 화서동 436-3에 소재한 농민회관 앞은 서호가 있고, 주변에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있는 곳이다. 물과 숲, 거기다가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싶다. 그동안 수원에 거주하면서 나름 좋다는 곳을 다 다녔지만 이곳은 딴 곳에 비해 볼 것이 많은 곳이다.

 

우선 옛 농촌진흥청 안쪽에 자리한 여기산은 선사유적지이다. 특히 여기산에는 화성 축성 당시 성돌을 뜨던 자리가 남아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토성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거기다 서호는 낙조로 유명한 곳이다. 서호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 민으로도 별천지란 느낌이 든다. 일몰시간에 찾아갔다면 절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송화가루까지, 그래도 좋다

 

농민회관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들이 꽉 들이찼다. 6일 토요일 오후에 농민회관 웨딩홀에서 결혼을 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은 모양이다. 카페도 온통 사람들로 들이찼다. 이건 카페가 아니라 완전 시장바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목소리를 왜 그렇게 높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단한 식사를 시켜놓고 주변을 둘러본다. 바람에 흙먼지와 함께 송화가루, 민들레 씨앗까지 함께 날려 검은 옷이 금방 하얗게 변해버린다. 하지만 이곳 숲을 걷기위해 찾아오지 않았든가? 길을 건너 서호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순간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하고 눈을 이심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 연분홍 영산홍 단지가 펼쳐진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나뭇잎이 모두 한편으로 기울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꽃밭의 장관 때문에 그런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수원 곳곳을 그렇게 다녔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이곳을 몰랐다는 것이 후회가 된다. 서호 위를 날고 있는 새들도 바람에 날개 짓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래도 좋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서호 주변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하다. 서호공원에서는 이 먼지에도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곳으로 가다보니 서호공원 자연학습장이라 쓴 석물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텃밭들이 있다. 언제 이런 텃밭이 이곳에 생겼을까?

 

                        

 

살기좋은 수원, 아름다운 길이 많아 좋다

 

작은 텃밭에는 갖가지 야채들을 심었다. 대파, 마늘, 고추, 토마토, 참외, 쪽파 등. 정성들여 가꾼 텃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한 편에 쉼터에 다리를 뻗고 앉아 서호를 바라다본다. 서호의 본래명칭은 측만제이다. 축만제는 조선 정조 23년인 1799년 농업용 저수지로 축조됐다. 당시에 만석거와 만년제, 축만제 세 곳에 저수지를 조성했는데, 그 중 서쪽에 있어서 서호라고 불렸다.

 

예전부터 서호는 낙조와 겨울철새 들이 찾아드는 곳으로 유명했으며, 잉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명성을 얻었다. 아마 화성유수 박기수도 이곳 서호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시 한 구절을 짓지는 않았을까? 그만큼 수원에는 아름다운 길과 명소가 즐비하다. 언제 찾아가도 나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런 수원이 있어 좋다. 오랜만에 찾아 온 서호. 그 주변에 늘어선 숲과 꽃길, 그리고 새들의 소리가 즐거운 곳. 서호가 있어 행복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항미정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세먼지가 나쁨이라는 날 찾아간 서호 주변. 난 그곳에서 또 다른 아름다운 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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