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박물관 입춘축(立春祝)’ 나눔행사 가져

 

4일은 일 년 24절기 중 첫 절기에 해당하는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말 그대로 봄을 시작하는 날로 도시나 시골을 가리지 않고 대문과 기둥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 붙인다. 이를 춘축(春祝)’이라 하는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손수 춘축을 써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가서 자신의 가정에 적당한 글귀를 받아오기도 한다.

 

4일 아침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수원박물관을 찾았다. 10시부터 박물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입춘축을 써 나누어주는 행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수원박물관 1층 로비에는 시작한다는 시간 전에 사람들이 몰릴 듯 1015분인데도 불구하고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춘축을 받아가기 위해 박물관을 찾아온 것이다.

 

 

오늘 박물관에서 유명 서예가들이 춘축을 써 나누어 준다고 해서 일찍 왔어요. 주말이고 날도 춥지가 않아 아이들과 춘축도 받고 박물관을 돌아본 후 시내 구경도 할 겸 서둘렀는데 벌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줄을 서 있네요

 

영통에서 왔다고 하는 이아무개(, 54)씨는 서둘러 박물관을 찾아왔지만 사람들이 워낙 부지런하다며 웃는다. 정월 설날이 첫날이긴 하지만 우리풍속에서는 입춘을 첫 날로 삼기도 했다. 그만큼 입춘에 대한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입춘축을 쓰거나 받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들은 춘축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궐에서도 입춘축을 기둥 등에 붙여

 

옛날 대궐에서는 대전의 기둥이나 난간, 혹은 문 등에 춘축을 붙였다. 정월 초하룻날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 중에서 좋은 글귀를 선정해 붙였는데 이를 춘첩자(春帖子)’라고 했다. ‘연상시(延祥詩)’란 명절을 맞이하여 나라와 군주에게 상서로운 일이 있기를 바라는 뜻으로 대신들이 임금에게 지어 바치는 시를 말하는 것이다.

 

<열양세시기>에 보면 입춘이 되기 며칠 전에 승정원 정삼품 통정대부 이하와 시종을 뽑아 임금께 아뢰고 각 전과 궁의 춘첩자를 지을 사람을 소명하는 패를 보내 부르게 하였다. 대제학은 오언칠구의 사률이나 절구로 각각 1편씩을 지으라고 운자를 내어준다. 마치 과거를 보는 것과 같이 3등급 이상을 뽑아 합격시키고 줄 머리에 횡으로 줄을 그어 나누는 표시를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입춘축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글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부모쳔년수 자손만세영(父母千年壽 子孫萬歲榮), 문영춘하추동복 호납동서남북재(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등이었다. 한 해의 첫날을 상징하는 입춘축이므로 좋은 글귀를 써 붙여 일 년간 평안을 빌었던 것이다.

 

 

여염집에도 대련을 써서 붙여

 

대련(對聯)’이란 대문이나 기둥 같은 곳에 써 붙이는 대구(對句)의 글귀를 말한다. 입춘축을 써 붙일 때 여염집에서는 대개 대련으로 글귀를 써 양편에 글을 나누어 붙였다. 여염집에 붙이는 대련의 문구는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거천재 내백목(去天災 來百福), ’요지일원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등의 대련구를 많이 붙였다.

 

입춘은 말 그대로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음력으로는 절기의 차이가 심해 정월에 들기도 하고 섣달에 들기도 한다. 섣달과 정월, 거듭들기도 하는데 이를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이렇게 입춘을 맞이하여 시민들에게 입춘축을 써서 나누어주는 행위는 바람직한 일이란 생각이다.

 

올 한 해는 서민들이 살기가 버거울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입춘에 춘축 한 장 받아 문 입구에 붙여놓으면 그래도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늘 많은 복이 들어왔으면 기대하는 마음으로 소문만복래를 부탁드렸죠

 

줄을 서서 한참이나 기다라던 한 시민은 가까운 곳에서 왔기 때문에 금방 받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수원박물관이 마련한 입춘축 나누어주기 행사. 글을 받아 든 모든 사람들이 입춘축 글귀대로 무탈하게 지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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