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 천년 반룡송의 위엄과 매애보살의 자비를 만나다

 

그동안 한참이니 잊고 있었던 문화재답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 일인지 모처람 깨닫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봄까지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문화재답사를 했지만 근 1년 여 동안 문화재를 찾아 길을 나서지 못했다. 328일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마을에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몇 명이 함께 길을 나섰다.

 

도립리는 46일부터 산수유축제를 열지만 벌써부터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산수유 소식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인 듯하다. 산수유마을을 돌아보고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201-11에 소재한 천연기념물 제381호 반룡송을 찾아갔다. 신라 말 도선이 심었다고 전하는 나무인 반룡송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찾아보는 나무지만 올해 나무는 그동안 보던 때와는 다르다. 생육이 실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벌써 반룡송을 둘러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반룡송은 신라 말기의 승려이며 풍수설의 대가인 도선이 심었다고 전하는 나무이다.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15세에 출가하여 월유산 화엄사에서 승려가 되었다. 국사의 속성은 금씨이며 통일 신라 시대 김천 지역의 청암사를 창건한 승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반룡송을 도선국사가 함흥, 서울, 강원도, 계룡산 등에서 장차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을 예언하면서 소나무를 심었는데 그 중 한 그루라고 한다. 그런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미 이 소나무의 수령은 1,100년이 지났다는 것을 뜻한다. 반룡송은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소나무의 껍질이 마치 용비늘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만년을 산다는 뜻으로 만년송(萬年松)’이라고도 불러

 

천연기념물인 이 나무를 반룡송이라는 부르는 이유는, 하늘에 오르기 전에 땅에 서리고 있는 용과 같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는 일 만년 이상 살아갈 용송(龍松)’이라 하여 만년송(萬年松)’이라고도 부른다. 몇 번이고 이곳을 찾아 반룡송을 보았지만 올해처럼 솔잎이 푸른 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 반룡송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고 생각한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은 대개 나무에 얽힌 설화가 전하고 있는데 반룡송 또한 구전에 의하면 껍질을 벗긴 사람이 병을 얻어 죽었다거나, 반룡송 밑에 떨어진 솔잎을 긁어다가 땠는데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았다는 이야기 등이 전한다. 그렇기에 아무도 반룡송에 해를 가하거나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다.

 

 

반룡송의 솔잎 색이 푸르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것을 뜻한다. 함께 답사에 동행한 사람이 묻는다.

선생님은 왜 같은 문화재를 반복해서 답사하세요?”

문화제는 늘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해요. 계절별로 다르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도 달라지니까요

그렇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요?”, 신경을 쓰면 쓸수록 문화재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니까요

 

30년 세월 문화재답사를 하고 다니면서도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야 했다. 지난번에 멀쩡하던 문화재가 길지 않은 시간 돌아보지 않아 훼손된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재는 지나칠 때마다 쉬지 않고 찾아보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문화재를 온전히 지킬 방법이기 때문이다.

 

 

태평흥국명마애보살좌상을 다시 만나다

 

반룡송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태평흥국명마애보살좌상. 마애보살의 뒷면에 음각으로 '太平興國 六年 辛巳 二月 十三日(고려 경종 6980)'이라고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서 그 조성연대가 확실한 경우이다 조성년대를 확실하게 기록해놓아 명마애보상좌상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577-5 (장암리)에 소재한 고려 때 마애불인 보물 제982호인 이 마애불은 큰 길에서 안으로 들어가 논길 한 옆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쪽 논을 마을 사람들은 넘어새말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마애불이 조각되어 있는 큰 바위를 미륵바우라 부른다,

 

마애불은 바위의 한 면을 음각으로 깎아내 부조로 조성하였다. 장암리 마애불은 머리에 보관을 쓰고 있다. 가운데는 화불을 새겼고 오른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다. 이런 형태로 보면 관음보살이다. 마애보상좌상은 인근의 누군가 관심을 갖고 돌보고 있는 듯하다. 갈 때마다 주변정리가 잘 돼있다. 이런 점으로 보면 문화재담당부서나 관리청보다 오히려 지역에서 관심을 갖고 돌보는 사람들이 우리 문화재 보존에 대해 더 공이 크다고 할 것이다.

 

 

화강암의 재질에 조형된 이 마애불은 도드람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물 제982호 마애보살좌상은 이 바위에 옅은 부조로 새긴 3.2m의 보살좌상이다. 동행한 일행들에게 마애보살좌상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서도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없음에 마음 한편이 아쉽다. 많은 것을 자세히 설명하려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봄날 산수유 꽃을 보기 위해 떠난 길이 답사가 되었지만 예전처럼 혼자가 아닌 일행이 함께였다는 점에 마음이 들뜬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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