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일까지 예술공간 봄 제3전시실 전시

 

전시실 정면에는 늘어진 천에 수묵화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고 주변 벽에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 321일까지 전시되는 박수련 작가의 <혼합우연성 Aleatorik Painting>이란 전시제목을 달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기에 삼가를 하는 편이지만 인근에 취재가 있어 행궁동 예술공간 봄을 찾았다.

 

3월도 벌써 절반이 지난 15일이다. 비가 내리는 오후에 찾아간 예술공간 봄에는 관객이라고는 나 하나 밖에 없는 듯하다. 하긴 봄비치고는 하루 종일 내리는 비가 갤러리를 찾아 작품을 관람하겠다고 나들이 하기에는 적합지 않을 듯하다. 또한 주말도 아닌 평일이니 더욱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작가 박수련은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전공을 하고 있다. 그동안 2012년부터 6회의 개인전을 열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많은 단체전에 참여했다. 빅수련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만 해도 국립현대미술관, 안산제일장례식장, 법무법인 한가람, ()우신전자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삶은 우연을 동반한다

 

우리는 삶에서 우연을 마주한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는 늘 우연을 동반한다. 행운, 인연, 악연 등 결과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다양한 우연의 산물들은 시간, 공간, 환경과 뒤섞여 세상이 되고 나의 작품은 그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관련하여 심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캔버스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은유한다. 각기 다른 크기와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 틀 안에서 작품이 그려지는 것처럼 내가 사는 세상도 내가 속한 사회라는 틀 안에서 우연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 박수련은 자신이 작품을 잉태해 내는 캔버스를 세상이라고 표현한다. 살아가는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그 안에 정해진 틀이 있으며 그 틀 안에서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먹과 아크릴을 주로 사용하는데 박수련 작가의 작품 중 천에 그려 늘여놓은 전시실 중앙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조선시대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그런 작가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모호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우연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부산물이라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박수련 작가의 작품은 우연성

 

작가 화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요소가 우연성이다. 작위적이고 기계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라 우연적으로 혹은 즉흥적으로 화면에 퍼지고 번지고 하는 유동의 흔적이 그림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우연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작가가 피조물의 입장에서 불가해한 영역이나 미지의 실체가 개입하도록 방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연이라는 것도 상대적 필연일 수 있듯이, 화면상의 우연성 역시 의도되거나 조율된 우연성(aleatoric)이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은 박수련 작가의 전시서문 필연적 우연의 향연이라는 글에서 작가의 작품을 우연성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적고 있다. 결국 박수련 작가의 작품세계는 시간, 공간, 환경을 배경으로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우연을 작품 안에 내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전시공간에 전시된 작가의 작품은 문외한인 내가보아도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비가내리는 15일 오후에 찾아간 예술공간 봄 제3전시실. 그곳에서 만난 박수련 작가의 <혼합우연성>을 돌아보면서 세상은 우연이라는 것으로 엮인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인다. 아직은 작품 안에 그려진 작가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없지만 그래도 창밖으로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작가가 그려내고자 했단 우연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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