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광한루와 춘향이다. 남원의 광한루 앞 오작교에서 사대부가의 몽룡이와, 기생 월매의 딸 춘향이가 서로의 사랑을 언약을 하고 백년가약을 약속을 했다고 한다. 당시의 관습으로 보아서 이 두 사람의 사랑은 파격적인 것이다. 요즈음이야 문벌이나 체면치레는 대충 넘어가는 편이지만 유교적인 조선조의 사고 속에서 기생의 딸과 대가 집의 도령이 눈에 맞았다니 참 알게 모르게 그 때도 사랑은 국경을 초월했는가보다.

 

광한루는 보물 제281호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그 외에 주변을 다 이루어 사적 제303호로 지정하였다. 광한루는 조선시대의 재상 황희가 남원에 유배 가서 1418년 현재보다 규모가 작은 누를 지어 광통루(廣通樓)라 부른데서 유래한다. 1434년 남원부사 민여공이 증축했고, 1444(세종 26) 전라관찰사 정인지에 의해서 광한루라 불리게 되었다.

 

광한루란 말은 달 속의 선녀가 사는 월궁의 이름인 광한전의 광한청허루(廣寒淸虛樓)에서 따온 것이다. 1461년 신임부사인 장의국이 요천 물을 끌어다 연못을 조성하였는데, 4개의 홍예로 구성된 오작교를 화강암과 강돌로 축조하여 월궁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584년 송강 정철에 의해 수리될 때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州)의 삼신산(三神山)을 연못 속에 축조하므로 광한루, 오작교와 더불어 월궁과 같은 선경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 뒤 정유재란으로 전소된 것을 1638(인조 16)에 중건하여 지금에 이르렀고 춘향전에 의해 많이 알려졌다.

 

 

춘향이와 이도령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하는 광한루는 여인의 지조와 절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많은 이야기가 끝이 슬프게 끝나는데 비해 춘향전은 대미를 기쁨으로 장식하고 있어서 좋다. 아무래도 슬픈 것 보다야 기쁜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초신경을 자극받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시청자들을 울리려고 한다. 때로는 황당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도령과 성춘향의 이야기는 과거 급제를 한 이도령이 옥에 갇힌 춘향이를 구해내고 두 사람이 행복하게 만나는 것을 대미로 삼았다.

 

그런데 왜 이도령은 춘향이를 시험해보았을까? 그것은 바로 유교적인 인습 때문이다. 아마 여기서 춘향이가 이도령 인줄 모르고 암행어사에게 수청을 들겠다고 했으면 오늘날의 광한루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춘향이는 어사에게도 질책을 한다. 자신은 임자가 있는 몸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이 참 멋지다. 당시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극에 달했을 때인데 감히 어사를 질책하다니. 그것도 기생의 딸이라는 춘향이가 말이다.

 

이 대목은 상당히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 하나는 당시의 관습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왕명을 받은 어사는 임금을 대신하는 직분이다. 그런데도 수청을 거절했다는 것은 왕을 거절한 것이나 진배없다. 여기서 민초들의 속마음이 담겨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 하나는, 여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조를 지켜야한다는 지극히 유교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어쨌든지 그래서 광한루는 사랑을 지키려는 춘향이와, 그것을 어찌해보려는 변학도가 한판 성대결을 펼친 곳이다. 물론 춘향이의 승리로 끝났지만 말이다. 이 춘향전은 오늘 날 남녀평등을 부르짖고, 여성상위를 부르짖은 계기가 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광한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춘향사당은 많은 여인들이 관람을 하러 드나든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이곳을 찾는 많은 남녀들이 다 부부일까? 아니면 젊은이들이야 연인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쌍도 꽤 많이 눈에 띤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여길 온 것일까? 여자는 자신의 정조를 지금부터라도 지키려는 마음이고, 저 남자는 변학도의 마음을 갖고 어찌해보려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사당 안에 모셔진 춘향이의 영정에서는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 너 나가

 

요즈음처럼 성이 문란한 시기에 남원 광한루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찌 보면 꽤나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줄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은 지고지순한 것이라고 하는데, 한번쯤 사랑하는 사람과 남원 광한루를 가서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굳은 언약이라도 해보면 좋을 듯하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래요요즘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니 말이다. 한 사람만을 끝까지 사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너무 문란해진 성 도덕 때문에 이젠 남원 광한루에 가서 모두가 소양교육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 춘향이의 그 절개를 마음에 담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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