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바뀌면서 남들과 다른 날 쉬어야 하고, 남들은 쉴 때는 일을 해야한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온전히 쉬는 것은 아니다. 그저 편하게 몇 시간이라도 내 생활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세상을 살다보니 화를 낼일 보다는 감사할 일이 많다는 것을 뒤늦게 배워나가고 있다.

 

매주 목요일은 마음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날이다. 이 목요일이 나에게는 그렇게 중요할 수 없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하루를 시간을 내어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그동안 꾹꾹 참고 있었던 문화재 답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문화재담사, 얼마나 마음 설레는 일인가? 30년 가까운 시간 전국을 돌며 수많은 문화재를 만났지만 아직 볼 것도 많고 갈 곳도 많다. 예전처럼 먼 길을 떠날 수 없으니 가까운 안성시를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함께 동행한 지인이 안성에 상당히 아름다운 카페를 알고 있다고 하면서 그곳에 들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하자고 한다.

 

 

아름다운 미산저수지 옆 카페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299-8(미산리)에 소재한 카페엔비노 로스가든. 알고보니 탤러트 노주현씨가 운영하는 카페리고 한다. 친구들과 이곳을 들렸던 지인이 황혼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고 안내를 해준다. 미산저수지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이 카페는 주변이 산과 저수지, 그리고 숲으로 쌓여있어 상당히 아름다운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22, 30도를 웃도는 날씨라고 하지만 이곳은 별천지인 듯하다. 앞으로는 시원하게 조망이 전개되고, 미산저수지가 바라다보이기 때문에 더운 줄을 모르겠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가? 그저 이런 곳에서 단 하루라도 모든 세상시름을 다 잊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어딜 가나 주변 소음이 문제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주변경관이 아름답다보니 평일 한 낮인데도 꽤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고 보니 이곳 손님들 대부분은 여자들이다. 주변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접시가 깨질만도 하다. 저수지 주변을 돌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보니 상당히 주변정리가 잘 되어있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란 생각이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문화재 한 점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하는 중압감 때문인가? 오후 세 시가 넘어가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침 동행한 지인이 미리내성지를 돌아보다가 보고 싶은 문화재가 있으면 찾아가보자고 한다. 그 말 한 마디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멀지 않은 곳에 경기도 기념물 제46호인 안성 대농리 석불입상을 돌아보기로 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얼마만의 문화재답사인가? 안성시 대덕면 대농리 91에 소재한 경기도 기념물 제46호인 대농리 석불입상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석불입상과는 다르다. 머리에 쓴 보관은 중절모와 같은 형태의 갓을 쓰고 있다. 커다란 나무 옆에 서 있는 석불입상은 하반부가 땅 속에 묻혀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형태는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민머리에 오뚝한 코와 눈, 입 등은 산명하게 표시되어 있고, 귀는 어깨까지 늘어져 있다. 법의는 통견으로 두 어깨를 감싸 흘러내렸으며 오른손은 가슴 앞에서 보병을 잡고 왼손은 병을 받치고 있다. 이 석불입상은 그 조형한 형태로 볼 때 고려 때의 것으로 추정한다. 안성에는 유난히 미륵입상이 많은 곳이다. 아마 궁예가 이곳 칠장사에서 어린시절 수학을 했다고 하는데 그와 안성의 관계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미륵은 석가모니 다음 후천세계에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미륵불은 보살과 부처의 상으로 구분되는데 이 미륵입상은 불상으로 조성되었다. 손에 들고 있는 보병은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는 약병으로 볼 수 있으며, 이 미륵입상은 약사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수많은 석불입상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특이한 석불입상은 처음인 듯하다. 더구나 머리에 쓴 보관의 형태기 흡사 무관들이 쓰는 전립과 같은 형태로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만든다.

 

단 하루의 여유가 이렇게 즐거움을 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루를 바쁘게 몇 곳을 돌아보면서 모처럼 생기를 되찾은 듯하다. 수원에 자리를 잡았을 때 수원의 문화재를 만나면서 한참이나 활기가 차 있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문화재답사. 모처럼 만난 문화재 한 점에서 예전 그 열정을 되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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