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가파른 산길 끝에 공원이 일품

 

칠보산(七寶山) 등산로는 모두 8갈래의 길이 있다. 그동안 칠보산을 몇 번 오르면서도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계곡을 따라 오른 덕에 등산로의 상태는 잘 모르고 있었다. 1일 오후 가장 무더운 시간이라는 오후 3시 칠보산을 오르기 위해 개심사로 향했다. 개심사하면 사람들은 충남 서산의 개심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칠보산에도 개심사가 있다. 권선구 금곡동에 소재한 상촌중학교 뒤편으로 돌아가면 칠보산으로 오를 수 있는 작은 길이 있다. 이곳 입구에 자그마한 절이 바로 개심사다. 개심사 마당에는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서부터 칠보산 제6 등산로가 시작된다.

 

개심사에서 천천히 걸어 칠보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칠보산은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과 안산시 상록구 사사동, 화성시 매송면 일원에 걸려있는 산이다. 칠보산은 원래 팔보산(八寶山)이었다고 한다. 산삼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사찰, 장사, 금 등 8가지 보물이 있어 팔보산으로 부르다가 황금수탉이 없어져 칠보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파르고 좁은 등산로 제대로 땀 흘려

 

등산로를 조금 오르다보니 계곡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장맛비로 인해 나무들이 물을 머금고 있다가 내보내는 듯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앉을자리가 마땅치 않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도 보기 힘들었던 버섯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산행을 하면서 산을 살펴보기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급할 일이 없다. 그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오르는 산행이지만 가파르고 좁은 산길은 금방 땀으로 얼룩지게 만든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체질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기 때문에 손수건 한 장으로는 감당이 되질 않는다.

 

6 등산로는 개심사에서 산 위 쉴 수 있는 공지까지 불과 4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날이 무더운 탓에 음수를 준비하지 못한 산행은 힘들다. 목이 말라오기 때문이다. 산행을 할 때는 물을 꼭 준비하지만 우연히 개심사를 찾아갔다가 오른 산행이기 때문에 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갈증이 나는 것을 참으면서 천천히 오른 칠보산 제6 등산로. 우로 오를수록 점점 경사가 가팔라진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코스라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산을 오른다. 400m의 등산로가 그렇게 멀게 느껴진 것은 바로 날씨 때문이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더위로 인해 날마다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있는 날 산행이니 오죽하랴.

 

 

시원한 바람이 맞아주는 칠보산

 

계곡으로 산행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길이지만 오히려 힘이 더 든다. 물론 느낌이 그렇겠지만 계곡을 이용한 산행은 볼 것이 많은데 비해 숲만 보고 올라야 하는 산행이다. 아마 주변 경치가 아름답지 않았으면 그저 오르기를 중단하고 다시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오르고 내리는 길에도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하긴 누가 이 더위에 산행을 할 것인가? 그래도 산위에 오르니 철봉 등 운동기구가 잇고 쉴 수 있는 의자도 있다. 시원한 산 바람이 잠시 땀을 식혀준다. 6구간 산위에서 우측으로 가면 제1전망대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가면 칠보산 정상과 헬기장, 1전망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내려오는 길. 오를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이 길에는 유난히 중간에 동아줄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만큼 경사가 급하다는 뜻이다. 내려오는 길이야 무엇이 힘들 것인가? 조금 내려오니 개심사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가 들린다. 아마 저녁 예불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우연히 오른 칠보산 제6 등산로. 날이 조금 시원해지면 이 좋은 등산로를 한 길씩 올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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