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농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을비가 많이 내리면 먹을 것이 부족하고 광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요즈음처럼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가을장마라고 한다. 올 여름 장맛지가 예년에 비해 상당한 강우량을 기록했다. 마른장마가 들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빗나갔고, 여름장마에 이어 가을장마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추수를 해야 할 때인 이런 시기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농작물을 거둬들일 수 없다. 추수를 한 곡식들을 건조하게 잘 말려야 하는데 비로 인해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옛 속담 중에 가을비는 장인(丈人)의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을비는 잠시 내리다 멀기 때문에 장인 영감의 턱수염 밑에서도 비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즈음의 가을비는 그런 정도가 아니다. 하루에 100mm가 넘는 비가 쏟아진다. 이렇게 많이 연일 쏟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가을장마라고 한다. 가을장마는 주로 8월 말에 찾아오는데 여름장마에 이어 오는 경우가 많다. ‘가을장마에 다 된 곡식 썩인다라는 말은 가을장마는 농사에 아무런 득도 없다는 것이다.

 

 

가을장마에 찾아간 만석공원의 오후

 

19일 오후, 수원시제2야외음악당인 만석공원 일원에서 6회 수원화성여름시인학교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하지만 문자로 받은 시작시간이 되어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알고 보니 정작 행사는 오후 4시부터 시작이고 본 행사는 6시가 되어야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하라는 연락인 것은 알겠지만 정확한 시간을 고지를 해야 옳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두세 시간을 그곳에서 기다릴 수가 없다. 이왕 카메라를 메고 나온 김에 가을초입에 만나는 만석공원의 주말 오후는 어떤지를 돌아볼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영화정 앞을 지나니 그동안 내린 비로 마음껏 산책을 하지 못한 시민들이 열심히 만석공원 산책로를 걷고 뛰는 모습이 보인다.

 

 

간간히 빗방울이 뿌리기는 해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비가 내린다. 연꽃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만석거(萬石渠)1795년 정조 때 축조되었으며 오늘날 용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길이는 387m, 높이는 4.8m, 저수면적은 24.7, 몽리면적은 82.2, 평균수심은 1.8m이다.

 

영화정 앞을 지나면서 보니 만석거 주변 나무 밑에 마련한 의자마다 사람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젊은 남녀,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 중년부인들, 모두 주말 오후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천천히 걸어 수문이 있는 다리 밑을 보니 어른 팔뚝보다 굵은 물고기들이 모여 있다.

 

 

산책로가 많은 수원은 행복한 도시

 

수원은 여기저기 산책로를 많이 조성해 놓았다. 각 하천은 물론 저수지와 정조 때 마련한 만석거와 축만제 등에도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즐겨 걷게 만들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산책로를 찾아가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살기 좋은 가장 쾌적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우리 수원은 젊은 도시답게 여기저기 산책로가 많아 좋습니다. 만석공원은 가을이 되면 정말 아름답죠.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든 만석공원을 걸으면 도심생활에서 쌓인 피로가 다 날아가 버립니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고 일기예보에서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잠시 동안이나마 걸을 수 있기에 나왔어요. 이렇게 나무의자에 앉아 만석거를 바라다보면 가슴이 시원해지죠

 

인근 송죽동애 살고 있다는 시민 장아무개(, 66)씨는 거주지 주변에 만석공원이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만석공원 산책로를 한 바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수원은 산책로가 많아 즐겁다는 장씨는 그저 걷고 싶으면 어디든지 가서 걷고는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걷기에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행사취재를 나갔다 잠시 돌아본 만석공원. 그곳에서 가을 초입의 여유로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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