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듯해지면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저 할 일없이 떠나는 것은 아니다. 오래도록 문화재 답사를 해오면서 이 계절이 되면 문화재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요즈음 날씨가 문화재 답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기온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산은 연두색과 초록색이 적당히 섞여 있으며 여기저기 꽃이 피어있기 때문이다.

 

수원시의 문화재를 하나하나 답사를 하고 글을 쓰면서 늘 서운한 것은 바로 불교문화유적 많지 않다는 점이다. 수원은 광교산과 여기산, 숙지산, 칠보산 등 주변이 산에 들러 쌓여 있으면서도 정작 불교와 관련된 문화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보물로 지정된 진각국사 탑비와 팔달문 동종, 봉령사 석조삼존불, 봉령사 불화, 청년암 영산회상도와 탱화 등이다.

 

이 외에 수원시 향토유적으로 지정 된 창성사지와, 수원박물관에 자리하고 있는 동래정씨 약사불 정도이다. 한때 광교산에는 89개의 사암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전하지만, 그에 비해 문화재가 별로 많지 않아 늘 아쉽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85% 정도가 불교관련 문화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원의 불교관련 문화재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동래정씨 약사불은 왜 문화재가 아니죠?

 

아는 지인 한사람과 수원박물관을 찾아가 문화재 촬영을 하고 있는데 질문을 한다.

다니다가 보면 이렇게 돌에 조각을 해 놓은 것들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던데, 왜 이 동래정씨 약사불은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았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일이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답사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한번으로 답사를 마치는 것이 아니고, 그 문화재에 대해 속속들이 알 때까지 찾아다녀야 한다. 그래야 우리 문화재 답사를 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현장에 가서 직접 문화재를 보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 못할 때는 부득이 혼자라도 가까운 곳에 있는 문화재를 찾아가, 그 문화재와 비교를 할 수 있게 글을 쓰는 방법도 있다. 늘 이렇게 문화재를 하나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일이 바로 내일이란 생각이다.

 

 

 

 

보물 제982호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을 찾아가다

 

28, 길을 나섰다.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577-5 (장암리)에는 고려 때 마애불인 보물 제982호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마애불은 큰 길에서 안으로 들어가 논길 한 옆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쪽 논을 마을 사람들은 넘어새말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마애불이 조각되어 있는 큰 바위를 미륵바우라고 부른다,

 

이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을 한 때는 태평흥국명 마애보살좌상이라고 불렀다. 넓적한 화강암에 새긴 이 보살상은 고려 경종 6년인 980년에 조성이 되었다. 마애불에 조성 연대가 새겨진 것은 흔치가 않다. 이 마애보살반가상은 바위 뒷면에 '太平興國 六年 辛巳 二月 十三日...'이라고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서 그 조성연대가 확실한 경우이다

 

이렇듯 문화재는 그 조성연대가 확실하게 밝혀지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이 반가상의 경우도 처음에는 그 조성연대 때문에 태평흥국명이라고 연대를 문화재명에 넣어 지정을 했다가, 후에 이천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으로 정정을 한 경우이다.

 

장암리 마애불은 머리에 보관을 쓰고 있다. 가운데는 화불을 새겼고, 오른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다. 이런 형태로 보면 관음보살이다. 얼굴은 사각형에 가깝고 전체적으로 조형이 잘 맞지 않는 듯도 하다. 그런데 보관의 양편 끝에 작은 구멍이 보인다. 아마 이곳에 쇠막대 등을 집어넣은 후 그곳에 보관의 장식을 하였을 것 같다. 즉 보관을 아름답게 치장을 하기 위해, 막대에 구슬 등을 달았을 가능성이 있다.

 

 

 

 

고려 중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래정씨 약사불

 

수원박물관 경내에서 만날 수 있는 동래정씨 약사불. 오래도록 동래 정씨들이 섬겨왔다는 마애불은, 중앙에 약사여래좌상을 두고 양편에 협시불을 조성했다. 일석에 삼존상을 조성하였는데 중앙 본존인 약사불은 연화대좌위에 좌상으로 새겨져 있고, 양쪽에는 협시상은 입상으로 조각하였다.

 

본존의 높이는 120cm 정도로 두광을 조성하고, 육계가 평평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마의 중앙에는 백호의 흔적이 보인다. 목에는 삼도를 조각하였으나 많이 마모가 되었다. 법의는 통견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양편에 조각한 협시상은 입상으로, 높이가 100cm 정도이다. 흔히 동자상이 민머리인데 비해 이들 협시상은 머리에 관을 쓰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아마도 동자가 아닌 보살상으로 조성을 한 듯하다

 

같은 일석에 조성을 한 이천 장암리 마애보살반가상(보물)과 수원박물관 동래정씨 약사불(수원시 향토유적)은 조각을 한 바위의 크기나 상태, 그리고 조성연대 등을 알 수 있는가? 등의 차이가 있다. 문화재를 일일이 비교를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중요하게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조성연대의 정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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