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간공예가 이수진의 작품, 호랑이도를 만나다

 

선생님, 제가 만든 작품이 하나 있는데 선생님 사무실에 갖다 놓으려고요

무슨 작품인데요?”

제가 만든 맥간작품인데 호랑이 다섯 마리를 작품 안에 넣었어요

그럼 상당한 대작일 텐데요

, 작업실에 들려 선생님 사무실로 가져갈께요

 

19, 휴일인데도 쉬지 못하고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맥간공예가 이수진씨가 전화를 했다. 사무실을 옮겼으니 자신의 작품 한 점을 갖다 사무실에 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수진씨의 작품전시를 할 때마다 찾아가고는 했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접할 수가 있었다. 그동안 전시가 되어있던 호랑이작품은 이미 보아왔던 터라 그 가치를 알고 있다.

 

이수진씨의 호랑이 작품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크기도 보통 크기가 아니다. 사무실 책상 한편을 가로막을 수 있을 정도의 대작이다. 당시 그 작품을 조성하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릿대를 갖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정성이나 노력이 예삿일이 아니다.

 

 

보리 짚으로 작품을 만드는 맥간공예

 

맥간공예란 자연 고유의 소재인 맥간(麥稈·보리줄기)을 이용해,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공예기법을 도입해 만드는 독특한 예술장르이다. 맥간공예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수원에 거주하는 이상수 작가가 1983년 처음으로 맥간공예의 실용신안을 획득했다. 이상수 작가는 현재 맥간과 금박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뜻 이 맥간공예 기법을 이용한 금박공예를 나전칠기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전칠기가 조개껍데기인 자개를 잘라 붙여 만든다면,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평평하게 펴서 이를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인 뒤 목칠공예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그 공정과정은 나전칠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손질을 해야 작품완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수진 맥간공예가는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맥간공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수진 공예가는 벌써 24년 째 맥간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으나 배우기 시작한지 2년이 지나, 다니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어렵고 힘든 전문 공예가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청춘을 보릿대와 함께 세월을 보낸 셈이다.

 

책상 앞에 자리를 튼 다섯 마리의 호랑이

 

이수진 맥간공예가는 현재 맥간아트 및 아카데미 대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2012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 선정으로 전통, 연희 부문에 특별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차례의 개인전과 아세아미술초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북경 문화당미술관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또한 수원시청 로비와 영통구청 로비 등 이웃을 돕기 위한 수많은 전시를 한 바 있다.

 

맥간공예는 자연적 질감인 보리대의 한쪽을 쪼개어 잘 편 후 쪄서 사용하기 때문에 대작의 경우에는 3~4개월 씩 걸리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맥간공예는 빛의 각도나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작품으로, 고품격 생활 공예를 지향하고 있다. 맥간공예를 하기 위해서는 보릿짚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보리를 벨 철이 되면 상태가 좋은 보릿짚을 선점하는 것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표호하고 있는 맥간작품. 금방이라도 작품 속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기개가 보인다, 날카로운 발톱에 잔뜩 힘을 주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호랑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 안에 절로 힘이 솟는듯하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작품이기에 그 안에서 내뿜는 기가 배가되는 듯하다.

 

작가의 작품을 책상 앞에 놓는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사무실을 옮기고 호랑이처럼 표호하는 시간이 되시라고 하는 이수진 공예가. 그 작품 속에 깃든 작가의 마음을 받는다. 그래서 더 좋은 일이 생길 듯하다. 날마다 바라볼 수 있는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