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란 무엇인가요? 굿은 왜 하는 건가요? 굿을 하면 정말 재수가 좋은가요?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예전 TV드라마 주몽을 보면 부여에서는 신녀(神女)가 있어 왕과 대등한 위치에서 정사에 곧잘 참여를 했음을 볼 수 있다. 하기야 신라의 남해왕을 별칭 차차웅(次次雄)이라고 하여 곧 무()를 이름이라 했으니 삼국 초기만 해도 제정이 완전 분리되지 않았었나 보다.

 

굿의 역사는 깊다. 우리가 흔히 단군(檀君)이란 명칭은 단의 주인이니 곧 제사장을 일컬음이다. 당시에는 하늘에 감사하는 의식을 어떻게 드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부여의 영고(迎鼓), 예의 무천(舞天), 고구려의 동맹(東盟) 등은 모두 제천의식으로 하늘에 감사할 때 3일 밤낮을 주야로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고 하니 가히 대축제였다고 보아야겠다.

 

이렇게 굿이란 뜻은 마지(=)의 뜻으로 제천의식을 <맞이굿>, <매굿>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즉 하늘에 감사하는 의미로 봄, 가을 며칠 동안 제사를 드리고 모든 사람들이 즐겼다는 점이다. 이 맞이굿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고 하니 당시의 정경을 보면 참으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수백, 수천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가 수족상응(手足相應)하면서 춤을 추었다는 기록은 굿이 단순한 초복축사(招福逐邪)를 하는 신앙적 요소가 아닌 전국적인 축제였던 점을 알 수 있다.

 

 

굿은 전쟁에서도 쓰였다. 전장에서 굿을 쳤다는 말은 굿이 삼국시대만 해도 단순한 치병이나 점술의 차원이 아닌 하늘에 대한 기원의식이요, 힘을 돋우기 위한 축제를 상징하는 용어였음을 알아야겠다. 전쟁에서 말하는 굿을 친다.’라는 것은 아마 지금 우리가 신명나게 한판 벌이는 풍물(風物)을 말하는 것일 게다. 굿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전통예술이 굿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그거야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말하는 것일 테고, 당시에는 가장 큰 행사로 이루어지던 제천의식 속에 모든 악가무희(樂歌舞戱)가 총 망라되었을 것이니 그런 말도 나옴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에서 제정분리(祭政分離)가 되면서 급격히 퇴락한 무격(巫覡)의 위치와 그들이 하는 행위인 굿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굿이 지금은 그저 재수나 불려주고, 병이나 고쳐주는 그러한 행위쯤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강릉단오굿이나 일부 지역의 굿은 축제화를 하는데 성공한 예도 있지만 요즈음은 그 본질이 변한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에 감사를 드리는 축제의 굿! 얼마나 대단한 축제였을까? 3일간을 주야로 모든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고 마시고 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이 굿이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굿판은 열린사회다. 그래서 남녀노소 구별을 할 것 없이 아무나 굿판에 참여할 수 있다. 복을 불러주고, 농사가 잘되게 하고, 마을을 평안하게 하고, 바다에 나가면 고기가 잘 잡히고, 어디 그 뿐이랴 굿이 우리에게 준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크다고 하겠다. 지금과 같은 의미의 개인적인 치성이나 드리는 그런 굿과는 그 모양새부터가 다르다.

 

 

우리가 한일월드컵 때 전국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치던 박수를 기억할까 모르겠다. ‘대한민국~ 짝 짝 짝짝짝이 박수가 굿에서 사용하는 동살풀이라는 장단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굿은 우리를 신명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풍물판에서 한바탕 흐드러지게 노는 것을 <판굿>이라고 한다. 굿판을 벌였다는 소리다. 그만큼 굿이란 단어는 우리 풍습에서 포괄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굿을 이야기하다가 보면 굿에 관련된 속담이 생각난다. ‘굿하고 싶어도 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 안한다.’굿이 얼마나 신명이 나면 시부모 앞에서 며느리가 춤을 출 것인가? 그만큼 굿은 사람들을 그 안으로 끌어 들인다. ‘메밀 떡 굿에 북 두개 치랴라는 속담도 있다. 메밀떡만 해놓은 차린 것 없는 굿판에 쌍장고를 친다라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을 벌여 놓은 것을 말한다. ‘굿해 먹은 집 같다.’라는 속담도 있다. 굿을 할 때는 온 동네가 시끄럽다. 그런데 굿을 마치고 나면 그런 소음이 사라져 조용하다. 그런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어수선한 일이 끝나고 갑자기 조용해진 것을 말한다.

 

올해처럼 날이 더운데 갑자기 굿 이야기를 왜하나? 라고 질문을 한다면 굿이 좋다거나 복을 준다거나 하는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험하니 그저 예전처럼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이 한바탕 축제를 벌여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서로가 손에 손을 잡고 주야로 3일을 춤을 추다가 보면 피부로 전해지는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다가 보면 이웃과 다투고, 서로를 죽이고, 남의 것을 탐하고, 나만 잘 살겠다고 소란을 피우고,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면서 다투는 그런 것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요즘처럼 살기 어렵고 날도 더운데 풍물을 앞세워 한바탕 걸판진 굿판 한번 벌여보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2002년을 상기하면서... 그때 왜 그런 모습을 우린 보지 않았던가. 우리나라가 이길 때마다 알지도 못하는 생면부지의 옆 사람과 서로 끌어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것을...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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