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ㅓ

 

하루가 멀다 하고 폭우가 쏟아진다. 가을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것도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아침에 멀쩡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로 변했다. 잠시 동안 내린 비로 도로에 온통 물이 흘러내린다. 28일은 음력으로 77일인 칠석이다. 일 년에 단 한 번 만난다는 칠석에 그동안 만나지 못한 견우직녀가 만단설화를 하며 회포를 푸느라 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산시 외삼미동 328-2에 소재한 오산터널을 찾았다. 지난해와 올해 몇 번 찾아갔던 곳이다. 오산터널 인근에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고인돌이 있어 취재를 갔다가 터널로 향했다. 아침나절에 괜찮다 싶어 우산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급히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 안내문을 보니 평일 오후 시간대는 무료입장이라는 것이다. 오산터널은 경부선의 상행선으로 1939년 일제가 대륙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20044월 이곳이 폐 터널이 될 때까지 사용한 오산터널은 말굽형태로 조성되었으며 길이 360m, 터널 폭 5m, 높이 7.5m의 일반적인 철도 터널이다.

 

 

터널 그대로를 이용한 별빛터널

 

오산터널이 폐 터널로 방치되면서 이곳은 우범지역에 각종 쓰레기는 물론, 폐기물 등을 버리는 장소로 전락했다. 오산시에서는 20121년여의 각종조사를 마친 후 20134월 공사를 시작하여 20143월 현재의 상태로 정리를 마쳤다고 한다. 이 오산터널은 20여 점의 각종 대형 돌 조각과 130만 여개의 LED 전구로 꾸며졌으며, 냉장고 1대를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이용해 화려하고 멋있는 조명으로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터널 안은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았다. 옛 터널을 그대로 이용하여 수많은 전구를 이용해 꾸며 놓은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오색찬란한 전구들의 불빛이 눈길을 끈다. 중간중간 빈 병들이 늘어서 있어 궁금하다. 알고보니 터널 안에 카페가 있고 그곳에서 와인을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하기야 와인을 이런 터널에서 숙성시킨다면 그 맛 또한 일품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터널 안은 아무도 없다. 하긴 이 우중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혼자 천천히 터널을 걸어본다. 늦장마로 인해 습기가 찬 터널 윗부분에서 물이 떨어진다. 터널 그대로를 이용해 조성하였기 때문에 비닐을 쳐놓아 물이 앙 옆 배수로로 빠지도록 해놓았다. 그러고 보면 이 별빛터널은 있는 그대로를 살려 수입원이 될 수 있도록 조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많이 찾아와요

 

130만 여개의 LED 전구가 다이다. 그리고 사용전력도 냉장고 한 대를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그런 비용을 들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터널을 벗어나면 우측 비탈길로 오르는 곳이 있다. 그 위에 대형 조립식 건물이 보이고 앞에는 피서용 텐트들이 줄지어 서 있다. 텐트 안에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기구도 마련되어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런데 이곳을 주말이면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피서를 즐기고 고기를 구워먹으면 가족 간의 우대를 돈독히 한다고 한다. 폐 터널 하나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버려진 곳들이 상당히 많다. 사람들이 그런 곳을 이용하지 못할 뿐이다.

 

폐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 수원에도 이렇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지는 않을까? 오산 별빛터널을 돌아보면서 늘 우리 수원에도 이런 관광지원으로 활용한 만한 곳은 없는지 취재를 다니면서 살펴보고는 한다. 팔달구 지동에는 구 서울목욕탕을 구조변경해 창룡마을 창작센터를 조성했다. 적은 예산이 들어진 않았지만 그래도 흉물로 서 있던 건물이 새로운 마을공간이 된 것이다. 이렇듯 버려진 자원의 활용은 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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