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순 할머니가 조리한 전통음식

 

가끔 세상을 살다보면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음식만들기를 좋아하던 모친은 마을에서 손이 큰 여장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떡을 해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해서 온 마을에 돌리고는 했는데, 음식을 조리할 때 화학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하기에 지금도 식당 등을 찾아가 음식을 먹을 때면 화학조미료 때문에 가끔 곤욕을 치르고는 한다.

 

그런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일부러 식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조리해보기도 하지만 어찌 그 손맛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지 않겠는가? 그런 손맛이 그리워 음식점을 찾았을 때 비슷한 맛을 내는 집이 있으면 줄기차게 그 집만을 고집한다.

 

그런 어머니의 손맛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지인의 안내로 우연히 찾아간 고색동의 헌 커피숍. 권선구 서부로 1566번길 1에 소재한 한 커피숍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이었다고 한다. 커피숍에서 무슨 어머니의 손맛을 찾을 수 있으려나 하겠지만 커피숍이 바로 김해순 할머니께서 운영하던 식당이었다는 것이다. 그 커피숍 주변에 온통 어머니를 느낄 수 있는 찬거리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지난해까지도 식당을 운영했다는 김해순 할머니

 

고색동 커피숍 자리에서 40년간 식당을 운영하셨다는 할머니는 이제 식당자리에 커피숍을 차려 딸이 운영을 하고 있다. 커피숍 옆 건물 한편에는 장아찌며 각종 장에 몇 년씩 묵은 찬거리들을 용기마다 가득 담아 놓았다. 일일이 독을 열어 찬을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할머니는 화성시 매송면 어천리가 고향이시라고 한다.

 

이곳 고색동으로 나와 식당을 40년간 운영하다가 지난해 커피숍을 차려 딸에게 물려주고 난후 그래도 옛 솜씨가 있기 때문에 각종 찬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계신다. 건물 옆 컨테이너에도 각종 찬들이 그득하다. 모두 우리 전통조리법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찬거리를 종류 만해도 상당하다.

 

이제 이거 팔고나면 그만해야지 힘에 부쳐

일일이 이걸 다 담으신 건가요?”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죠. 화성 서신면 백미리 바닷가에 밭이 있어 그곳에서 일일이 채취해서 담아놓은 것들예요

음식맛이 어머니의 손맛이네요. 오랜만에 밥을 맛있게 막을 수 있겠어요

 

 

각종 찬거리를 사들고 돌아오다

 

모처럼 만난 어머니의 손맛 때문에 기분까지 좋아진 날이다. 몇 년전에 이곳에 들려 찬이 마음에 들어 다시 찾았다고 하는 지인 덕분에 식당은 커피숍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많은 찬거리가 있어 다행이라는 지인의 말처럼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어머니의 손맛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기 짝이없다.

 

할머니는 솔잎과 양파 농사를 백미리와 원평뜰에서 직접 지으신 것으로 음료도 담아놓으셨는데, 솔잎은 백미리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것들을 일일이 채취해 담으셨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팩을 꺼내 직접 가위로 잘라주시면서 먹어보라고 권유하시는 할머니의 인정에서 예전 어머니의 따스함을 느낀다.

 

앞으로는 힘들어서 찬거리를 만드시는 것도 못하시겠다는 할머니. 몇 년씩 묵은 찬들의 감칠맛이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기억하게 만든다. 늘 들에 나가 고들빼기를 채취해 담아주시던 김치 맛이 그리웠던 차에 할머니의 고들빼기김치가 옛 맛을 일깨운다. 김치 한 그릇과 할머니께서 직접 조제했다는 한과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 오늘저녁은 푸짐한 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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