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 자택서 30여명 모여 명인인증 축하

 

날이 갑자기 쌀쌀해지고 바람까지 부는 날 야외에서 갖는 행사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수원시나 구청 등 행정기관이 주관하는 행사가 아닌 경우 인원을 동원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더욱 개인이 주관하는 행사일 경우에는 더욱 사람들의 참여를 도출해 낸다는 것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보낸 행사가 열렸다.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 64)씨는 내림을 받은 강신무이다. 이미 내림을 받은 지 40년이 훌쩍 지났다. 수원 근동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린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큰 무당(巫堂)’이다. 남자를 박수무당이라고 하지만 고성주씨는 스스로를 만신(萬神)이라고 표현한다.

 

대개 사회에서 무당이라고 하면 욕심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라는 관념으로 보이고 있다. 사회에서 보통사람들과 일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못하고 있는 점도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게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고성주씨가 남다른 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신내린 사람들하고는 다르다는 점이다.

 

일 년 내내 남들과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저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무엇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한다. 작은체구에서 우러나는 나눔의 마음을 보면 우리가 흔히 봉사를 한다는 사람들과 비교해도 몇 배나 더 많은 것을 나누고 봉사를 한다. 그렇기에 집에는 늘 사람들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뛰어난 예능 보이는 경기안택굿

 

경기안택굿은 경기도 지방에서 전해진 강신무계열의 굿이다. 말 그대로 집안을 편안하게 만드는 안택(安宅)을 위한 것으로 경기도에서는 각 가정마다 한해가 시작하는 음력 정월이나 음력 10월 상달에 안택굿을 했다. 정월에 하는 안택굿은 가내의 안과태평과 기족들의 무병장수를 위한 굿으로, 10월 상달의 안택굿은 일 년의 평안함 등을 감사하는 굿으로 펼친다.

 

경기안택굿이 뛰어난 예술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도 잘 알려졌다. 하지만 여타 굿이 모두 무형문화제로 지정을 받은 것에 비해 경기안택굿이 아직도 문화재로 지정을 받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지정을 반대하는 일부 학자들은 경기안택굿이 한양굿과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한 마디로 경기안택굿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한양굿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양은 도성을 지칭한다. 도성 안에 거주하던 무격(巫覡)들은 수시로 성 밖으로 축출을 당했다. 그런 그들이 한양성내에서 굿을 했고 그들에게서 전해지는 굿이 한양굿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한양 성내에서 굿을 할 수가 있었을까? 알다시피 조선은 숭유(崇儒)국가이기 때문에 한양 성내에는 무당들이 살기도 어려웠다. 그들은 대개 한강을 건너 노량진 밖으로 쫓겨났기 때문에 노들만신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던 강신무들은 조선조 말기의 세습무인 화랭이들로부터 많은 고초를 당한다. 심지어는 강신무들이 굿을 하지 못하게 막아 지하실에서 음악소리를 내지 못하고 빨래판 등을 긁어 장단을 맞추며 굿을 했다는 말도 전한다. 그렇게 전해진 것이 다양한 춤과 소리, 사설(=巫歌) 등을 보존하고 있는 경기안택굿이다.

 

경기안택굿의 무가는 경기도판소리인 경제(京制)를 기본으로 경기민요의 창법을 함께 생성하고 있는 특이한 창법을 구사한다. 화랭이들의 판소리무가와 흡사한 듯 하지만 흥겨움에서는 화랭이들의 소리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고성주씨는 그런 경기도 강신무계열의 안택굿을 집안에서 4(100년 이상)를 전승시켜 온 무계(巫係) 집안이다.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안택굿을 오롯이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안택굿으로 명인(名人) 인증 받아

 

12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팔달구 지동 고성주씨 집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모인 사람들 중에는 지동행정복지센터 박란자 동장을 비롯해 주민자치위원회 이용성 위원장, 지동통장협의회 유지현 회장 등이다. 또한 명인지정을 한 ()한국토속문화진릉협회 중앙회 오호범 회장을 비롯해 중앙회 간부들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해 121일자로 경기안택굿으로 명인 인증을 받고 이날 사람들이 축하하는 가운데 현판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지역에 전해지는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고성주 명인은 현판식을 마친 후 이제 선대의 굿꾼들에게 배운 경기안택굿이 제자리를 찾은 것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만큼 경기안택굿을 지켜가는 데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토속문화진릉협회 오호범 중앙회장은 예술적으로 뛰어난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을 제1호 명인으로 지정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이제 후대들에게 기량 면으로나 예술적인 면으로 어느 지역의 굿에 뒤쳐지지 않은 경기안택굿이 제대로 전승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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