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석공원은 가을이 깊게 내리앉기 시작했다. 붉은 단풍이 여기저기 아름답게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을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아름다운 단품 때문이다. 꼭 붉어야 단풍일까? 가을의 색은 붉은색만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도로변 인도에 떨어진 갈색의 낙엽조차도 가을작품이란 생각이다.

 

만석거를 한 바퀴 돌아 수원시미술전시관을 찾았다. 1층 전관에는 제28회 경기미술작가전이, 22관에는 석사학위 청구 작가전인 이명숙 전이 열리고 있다. 1층 경기미술작가회전은 벌써 28회 째라고 한다. 29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이 1층 넓은 전시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천천히 돌아보면서 가을을 만끽한다. 저마다 개성있는 작품들이 크고 작은 틀 안에서 관객의 눈길을 끈다. 그런 작품을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몰래 어느새 내가 작품속의 인물이 된다. 아마 가을이기 때문인가 보다.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이리저리 걷다보면 이 가을에 미술전시관 한번 찾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온 산천이 붉게 물든 이 시기야 말로 여행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멀리 단풍구경을 갈 수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 가을을 맞이하는 의식을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과 미술전시관을 찾아 이 가을에 만나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대신한다. 그만해도 호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달을 주제로 한 예술적 미의 고찰

 

경기미술작가회전을 돌아본 후 2층으로 올라갔다. 2 전시실에서는 이달 30일까지 이명숙의 석사학위 청구 작품전이 열린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을 한 이명숙의 달을 주제로 한 예술적 미의 고찰이라는 작품전에 전시된 작품들. 이곳 수원시미술전시관을 찾아오는 것은 졸업작품전에 출품되는 생각 밖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숙은 작가노트에서 달의 이미지가 인간에게 끼치는 다양한 감성적인 부분과 일상적이며 전통적인 예술적 미를 여러 시점에서 접근하였다면서 자연을 개념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단순한 대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을 자연의 미적 감상을 위한 모델로 격상시켜 인간의 감정이입을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면 단순히 진부하게 달에 대한 막연한 인식과 낭만적인 사유를 넘어서 달의 형상과 그 주변의 풍경을 새로운 시각과 의미로 그려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명숙의 작품은 회화를 기본으로 하여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입체전환기법을 활용해 표현을 극대화 시켜 달의 새로운 모습과 회화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연구 작품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많은 나날들의 기억을 붙잡는 만남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가을 전시관을 찾아 길을 나서자

 

이명숙의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달들은 그림속의 달이 아니다. 입체적으로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 작품답게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준다. 작품을 돌아보면서 작가의 고뇌가 느껴지는 것은 대학원이라는 과정에서 만난 작품들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에 작가의 작품 속에 달은 또 다른 공부를 하게 만든다.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단풍을 찾아 길을 나선다. 하지만 굳이 먼 길을 가지 않아도 수원 곳곳에 아름다운 단풍이 있다. 이 가을 먼 길을 나서 고생을 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곳을 먼저 찾아보자. 그리고 수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을 돌아보자.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 들려본 수원시미술전시관. 25일 오후 찾아간 그곳에서 뜻밖에 좋은 전시를 만났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수원시미술전시관의 이명숙 졸업 작품전을 바람 따라, 단풍 따라 찾아가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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