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당신네 가정사 이야길 들어야 해?”

 

정말 낯을 들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낯 뜨거운 적이 없었다. 그냥 곁에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몸을 숨기고 싶은 심정이다. 나름 열심히 세상을 살아온다고 했는데 이렇게 낯 뜨거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내가 한 일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바로 반성을 한다. 상대방의 이야길 듣고 보니 내가 정말 부끄러운 짓을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이다. 취재를 하고 있는데 연세가 드신 분이 , e수원뉴스 하주성 으뜸기자 아니세요?”라고 묻는다. “누구신데 저를 아세요?”라고 했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으뜸기자라는 사람이 시민들이 낸 혈세로 기사료를 받아가면서 양심에 꺼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분의 말뜻을 잘 몰라 의이해 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말씀을 하시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그렇게 창피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내가 한 일이 정말 낯부끄러운 짓을 했기 때문이다. 그분은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기사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원시에서 기사료를 지급하는 것은 말 그대로 수원시를 홍보하라고 주는 돈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분의 말씀은 100% 옳다. 시민기자들을 뽑고 기사를 쓰면 그에 대한 적정한 기사료를 지급하는 것은 바로 수원시의 정책 등을 홍보하라고 시민기자를 뽑고 그에 대한 기사료를 책정해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쓴 모든 기사가 과연 수원시의 정책을 홍보하는 글이었느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

 

 

내가 왜 당신들의 가정사를 들어야 하는가?

 

공직에서 오래 몸담고 있었다는 그분은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분의 말씀대로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되죠. 시민기자들의 의무가 무엇입니까> 수원시의 정책을 홍보하고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해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새료를 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좀 보세요. 내가 왜 당신들의 집안 이야길 들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런 기사를 쓰면서 왜 시민들의 세금을 축내고 있느냐 이 말입니다

 

백번 생각해도 맞는 말이다. e수원뉴스에는 출동 시민기자와 사는 이야기가 있다. 출동 시민기자는 수원시의 각종 현안을 현장에서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것이다. 사는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소개하는 일이다. 그런데 심하다 할 정도로 개인적인 사생활을 기사로 쓰는 일이 허다하다.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e수원뉴스룰 열어 하나하나 읽다보면 정말 한심할 정도입니다. 무슨 기자들이 집안이야기를 그렇게 써 대는지 말이죠. 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 사람들의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가족 중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얼 먹었는지, 어디로 놀러갔다 왔는지 그런 이야길 쓰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런 이야기 궁금하지 않아요. 제발 양심 좀 갖고 기자노릇 하세요

 

 

부끄러움을 깊이 반성하다.

 

하긴 가끔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글들이 올라온다. 사는 이야기라고 해도 현장을 가던지 수원과 연관이 있는 것들을 기사로 써야 하는데 아무 관련이 없는 개인사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기사를 쓴 적이 있기 때문에 그분이 말씀에 공감을 한다. 그래서 더 부끄러울 뿐이다.

 

하긴 이런 이야길 한두 사람에게서 들은 것이 아니다. 그동안 몇 사람에게 이런 지적을 받았지만 그저 기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것이 이렇게 낯 뜨거운 짓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물론 그런 일을 당하고 난 뒤 난 현장을 찾아가지 않은 기사를 쓰는 일은 없었다. 더 이상은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함이다.

 

개인 블로그에나 올릴 글을 가시라고 버젓이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깊은 반성을 한다. 그런 비양심적인 글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2천개가 넘는 기사를 쓰면서 나 역시 그런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그저 혼자만 감당하고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그분의 말씀이 백번 옳다는 생각이다. 물론 기자들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을 해보아야겠지만 앞으로 이런 개인사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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