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 창작센터 앞 제비둥지에 새끼 네 마리

 

제비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여름철새이다. 부산이나 제주도 등지의 남쪽지방에서는 겨울에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대개 음력 99일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음력 33일이 되면 돌아온다고 한다. 하기에 우리는 흔히 삼월삼짇날 즈음에 돌아오는 제비를 보고 강남 갔던 제비라고 한다.

 

재비는 4 ~7월에 처마 밑등에 둥우리를 튼다. 둥지를 만들면 한 번에 3 ~ 7개 정도의 알을 낳아 13 ~18일간 포란을 한 뒤 20일 정도의 육추기간이 끝나면 둥지를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제비는 대부분 동남아나 대만, 필리핀 등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이면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우리나라에서 태국까지의 거리가 약 3,840에 이르는데, 이 거리를 날아가는 것이다. 보호새인 제비는 일 년에 새끼를 두 번 친다.

 

요즈음은 도심에서 제비를 보기 힘들다. 우선은 먹을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제비는 새끼를 육추할 때 어미가 쉬지 않고 파리나 벌, 거미 등의 성충이나 유충을 물어다 먹이는데 그 양만 해도 엄청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비는 길조라고 하여 은혜를 갚는 새로 알려져 있다.

 

 

지동 창작센터 앞에 둥지를 튼 제비

 

지동 창작센터 앞에 이발소가 있다. 이발소 처마 밑에 몇 년 전부터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제비의 습성은 둥지를 틀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는데, 이발소 처마에는 이번에 세 번째로 둥지를 튼 것이다. 제비는 둥지가 있어도 새로 둥지를 틀기 때문에, 현 둥지 옆에 지난 해 사용했던 둥지가 남아있다.

 

도심이긴 하지만 지동 창작센터 주변으로는 화성이 있고, 화성 안에 숲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먹이를 구하기 쉬워 이곳에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후 남문시장 특성화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처마 밑 제비들이 시끄럽게 지저댄다. 먹이를 물어오는 어미를 기다리는 양,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지만 어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제비를 보면 인간으로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제비들은 새끼들 근처에 사람들이 있으면 절대로 새끼들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끼가 없는 전깃줄이나 인근 빈 제비둥지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런 제비들을 보면서 미물도 자신의 자식을 보호하고자 저렇게 노력하는데 인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제비집을 살피기 시작했다.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제법 덩치가 크다. 이제 곧 육추기간이 끝나 둥지를 떠날 때가 된 듯하다. 두 마리는 머리를 둥지 밖으로 내밀고 금방이라도 둥지에서 벗어나 날아오를 듯 난리를 친다. 새끼들을 놓아두고 먼 곳에서 둥지를 바라보고 있는 어미제비는 마음이 편치 않은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닌다. 그러면서도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는 날아오지 않는다.

 

 

이 땅에도 봄이 오려나?

 

일제하에 동요를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그리운 강남이라는 동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 오며는 이 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남 넘겨주오라는 이 노래는 일제치하의 암울했던 시절 어린이들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는 노래였다고도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리운 강남’(김석송 작사)은 안기영이 1929<안기영 작곡집 제1>을 통해 발표하였다. 안기영의 작품은 월북 작곡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한때 금지가 되었다가 1988년 해금되었다.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이 고무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불렀다는 그리운 강남. 고무줄을 하는 여자 아이들을 훼방 놓을 생각으로 무던히도 고무줄을 끊고 도망 다니고는 했다. 이 노랫말처럼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 봄이 오려나? 일제치하처럼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지동을 찾아 든 제비. 아제 지동에도 봄이 올 듯하다.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지동이기에 창작센터 앞에 둥우리를 튼 제비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