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을 꽉 메운 한옥마을을 찾은 사람들

 

수원 행궁동 일원과 전주 한옥마을 무엇이 다른가?

 

살다가 인생이 재미가 없거나 삶에 지쳤거든 주말에 전주한옥마을을 찾아가세요. 그곳에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며 새롭게 생활을 시작하세요. 그저 길가 아무 곳에나 앉아 지나는 사람들만 보고 있어도 힘이 솟아오릅니다.”

 

27일과 282일 동안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보고 난 후,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곳은 이미 그저 한옥마을이 아니었다. 한 해에 한옥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일천만명. 그 중 80%가 외지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 도시도 아닌 풍남동과 교동이라는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벌어들이는 경제 효과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한 점포에서 하루에 올린 매상이 수천만원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처음에는 설마하며 웃었는데 정작 한옥마을에 찾아와 보니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보세요, 이 길가에 사람들을. 이들이 모두 대여한 한복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잖아요. 4시간에 만원이라고 하는데 한복만 대여해서 하루에 300만원의 매상을 올린집도 있다고 하네요

 

이목대에서 내려다 본 한옥마을의 지붕들 

 

한옥마을에서 만난 이아무개(, 44).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이씨는 자신도 두 딸과 함께 한옥마을에 와서 1박을 했지만 이런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 줄은 몰랐다고 한다. 주말에 한옥마을 중요도로는 차량통제를 하고 있어 그야말로 관광객들의 지상낙원으로 변한다. 길거리마다 즐비하게 자리 잡은 각종 먹을거리 또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리 아이도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왔는데 23일 동안 여행경비 18민원을 학교에 내고 아이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돈 10만원을 주었으니까, 이곳에서 사용하고 온 돈이 숙식비를 포함해 30만원 가까운 돈을 쓴 것이죠. 일 년이면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정말 이 한 마을에서 어마어마한 경제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한옥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한복으로 치장하고 즐기고 있다

  남녀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한옥마을 전체가 흥겨운 놀이판

 

이틀 동안 돌아본 한옥마을은 우리들이 알던 세상과는 별천지였다. 흡사 조선시대로 회귀를 한 것 같은 분위기이다. 거리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거리도 젊어진다. 나이가 느긋한 어른들은 찻집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을 띠운다. 여기저기 풍악소리가 울리는 한옥마을은 그저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5년 전에 나도 이곳 인근에서 몇 년인가를 살며 거의 날마다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그 5넌 전은 이곳에 있지 않았다. 당시의 한옥마을은 관광객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다. 어떻게 길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변화를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한옥들로 인해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마을을 돌아보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는 것에 감탄을 한다. 한 마디로 한옥마을 전체가 놀이판이 된 것이다.

 

한옥마을에는 한복대여점이 곳곳에 있어 누구나 한복을 입고 즐길 수 있다

  수학여행을 온 여학생들이 경기전 안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대박'이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마침 한옥마을에서는 제34회 전국대사습대회 학생전국대회가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기간이다. 이목대, 경기전, 풍남문광장 등 한옥마을 일원 가는 곳마다 소리를 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다가 길거리 곳곳에 대사습유랑단이라 쓴 윗옷을 걸친 젊은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연주를 하는 학생들은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연주를 하고, 지나던 관광객들도 가장 편한 자세로 구경을 한다.

 

이 넓지 않은 공간 여기저기서 춤을 추고 연주를 하고 소리를 한다. 음악소리가 나서 따라가 보면 신명나게 순서를 기다리는 대사습 참가학생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공연이 된다. ‘국악의 도시 전주’, 그 말이 이렇게 실감이 날 수 없다. ‘노다가세 노다나가세라는 부제를 둔 대사습놀이는 그저 사람들이 절로 놀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이다.

 

전주학생대사습에 참가한 학생이 이목대 국악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전 대금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대사습 무용경연에 참가한 한 학생이 승무춤을 연습하고 있다

 

수원 행궁동과 전주 한옥마을 이것이 다르다

 

수원 화성 안 행궁동에도 요즈음 한옥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집을 한옥으로 개조하는 것은 보기가 힘들다. 수원시에서 매입한 토지나 건물들을 한옥으로 개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날마다 한옥으로 개조공사를 하고 있는 집들을 볼 수 있다. 벌써 700여동이나 되는 한옥들이 들어섰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라는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 건너 전주읍성 풍남문 일대에는 전주남부시장이 있다. 수원 화성 팔달문 밖에는 9곳의 인정시장이 있다. 전주남부시장은 지난해에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지장이 되었고, 수원 남문시장(팔달문 밖 9곳의 통합시장)은 올해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협약식을 맺었다. 수원과 전주 닮아도 너무 많이 닮았다. 하지만 그 양상은 전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은 이미 전국 최고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거기에 비해 수원 행궁동과 남문시장은 이제 변화를 시작했다. 과연 이 두 곳을 비교는 할 수 있을까? ‘절대불가란 없다. 노력해서 안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의식과 노력이 차이이다.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수많은 노력을 한 곳과 주어진 일을 처리한다는 의식의 차이이다.

 

수원 화성 행궁동 안에 한옥이 좀 더 많이 늘어선 거리가 있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렇지 않다. 주민들의 의식의 변화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한옥이 있다고 해도 전주한옥마을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는 아이 젖 주기식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일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주 한옥마을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옥마을 어디서나 길을 다니면서 먹을 것을 먹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한옥마을은 스스로 변화를 했다. 그들은 한옥마을을 살리기 위해 한옥을 늘리고 자신의 점포 앞을 개방했다. 지나던 사람들이 여기저기 쉴만한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나가던 관광객 누구라도 들어가 잠시 쉬겠다고 하면 흔쾌히 허락을 하고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내온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하나라도 구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왔다가 떠나는 사람마다 손에 쇼핑백이 들려있는 이유이다.

 

수원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단 몇 집을 돌아다녀보아도 목소리가 높아진다.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 의식과 개념의 차이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전주 한옥마을은 그저 꿈같은 곳이다. 그들의 변화는 먼저 지신을 버리고 모두의 이익을 앞장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찾았다. 정신의 변화를 먼저 시작한 것이다. “수원 행궁동은 절대 전주 한옥마을을 따라갈 수 없다하지만 늦은 것이란 없다. 이제라도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변화를 시도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전문가 집단이 탁상공론을 하는 자들이라면 기대할 바가 없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 본 전문가들이라야 변화가 가능하다. 탁상공론으로 인해 망쳐진 환경과 계획을 수도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전주 한옥마을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은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전주한옥마을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변화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꿈까지 깨지는 않을 생각이다. 노력하면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구 125만의 전국 지자체 중 최고의 도시 수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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