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여부도 모르면서 무조건 싸잡아 욕

 

요즈음 사람들은 다혈질이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 성격들이 때로는 커다란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세상은 상대적이다. 나에게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거나 해를 가하면 누구나 먼저 이유를 따지기보다 욕지거리가 먼저 나온다. 요즈음 사람들의 습성이다. 남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행동, 그것이 문제다.

 

지난 주말 남문시장 팔달문 홍보관에 앉아있는데 누군가 문을 요란하게 두드린다. 점심시간이라 근무자가 없어 잠시 문을 닫고 쉬고 있었기 때문에 “근무자가 없어요”라고 했지만 문을 열라고 한다. 급한 일인 듯해 문을 열어주니 다짜고짜 화장실로 가잔다. 난 근무자가 아니라서 못간다고 했더니 “근무자도 아닌 사람이 왜 여기 있느냐?”는 것이다.

 

은근히 부화가 치밀었지만 연세가 드신 분이라 말을 못하고 따라나섰다. 홍보관에 딸린 공용화장실에 갔더니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성 한분이 30분이나 문을 못 열어 용변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화장실 근무자가 있기 때문에 주변을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 알아보려고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듯하다.

 

무조건 욕부터 하면 상수인가?

 

세상 사람들이 일이 일어나면 결과도 알아보지 않고 바로 욕부터 한다. 몇 번인가 장애인전용화장실 앞에 달린 개문장치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 근무자가 없으니 그 이유를 나라고 알 수 없다. 그런데 들으라는 듯 바로 욕을 한다. “근무자가 자릴 비우고 돌아다녀. 이런 놈들을 왜 세금으로 월급을 주나 모르겠네”란다.

 

계속 안좋은 소리를 한다. 난 먼저 분명히 이곳 화장실과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들으라는 듯 욕이다. “왜 욕을 하세요? 여기 홍보관 근무자는 화장실과 관계가 없다는 데” 그래도 화가 가시지 않는지 계속한다. 그러더니 들고 있던 카메라로 여성장애인을 찍어댄다. “찍지 마세요”라고 여성이 이여기를 해도 막무가내로 찍는다.

 

이 정도면 어이가 없다. 혼자만 애국자요 정의로운 줄로 아는가보다. 나이를 먹었으면 좀 더 산중하게 가려서 말을 해야 한다. 관계가 없다고 설명도 했고 문을 열기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싸잡아서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안 졸은 말로 나이가 무슨 벼슬인 듯하다.

 

작동방법 설명문이라도 붙여 놓았더라면

“돈만 받아쳐먹고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이런 놈들에게 왜 세금으로 월급을 주어야하느냐”며 곁에서 이유를 묻던 또 한 사람도 욕을 한다.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 열리는 것이라고 아는 체까지 한다. “불이 꺼져있는데 무슨 사람이 있느냐?” 고 했더니 바로 욕부터 한다.

 

여성 분은 변이 어지간히 급한지 “바지에 싸도 되느냐?”고 묻는다. 참으로 난감하다. 왜 그런 질문을 내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게 하려고 “어디서 왔느냐? 무엇을 타고 왔느냐?”고 질문을 하면서 개문스위치를 길게 눌렀더니 문이 열린다. 장애인 전용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사용할까봐 길게 눌러야 문이 열린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다급해하는 장애인에게 문이 열렸으니 얼른 들어가 용변을 보라고 문을 닫아주었다. 그렇게 일러놓고 나니 울화가 치민다.

 

장애인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와서 부탁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욕부터 해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왜 관계가 없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욕부터 하는 것일까? 나이를 먹었으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로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요즈음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이유없이 욕부터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점점 강퍅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세상을 오래 살았으면 그만큼 모든 것을 정확히 분간하고 아랫사람들에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 결과도 모르고 무조건 관계없는 사람들을 싸잡아 욕하는 이런 폐단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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