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자주 하는 나로서는 가끔 곤욕을 치루는 때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리현상 때문이다.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을 하려면 먼저 볼일부터 보기는 하지만, 사람의 장이라는 것이 꼭 때를 맞추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가끔은 참으로 난감할 때가 생길 경우에는 정말 ‘미칠 것 같다.’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길게는 5~6시간 씩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다가보면 평균 두 시간을 넘기지 않고 휴게소를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도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출발한지 채 30분이 되지 않았는데, 휴게소에서 15분을 쉬고 가기도 한다. 바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들의 밥 때를 맞추기 때문인가 보다.


버스 여행에 길들여진 버릇

갑자기 일이 있어 매일 옆구리에 부치고 다니던 카메라 가방만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2시간 30여 분이 걸리는 길이라, 아무 걱정 없이 차에 올랐다. 여행을 할 때는 항상 맨 앞좌석을 달라고 부탁을 한다. 시야도 확보되지만, 가끔은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도 기사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에 오르면 제일먼저 하는 일이 카메라를 옆에 놓는 일이다. 그런 버릇 때문에 기사님들에게 괜한 핀잔도 듣는다. 왜 카메라를 옆에 두느냐고. 대답이야 가다가 경치를 찍으려고 한다지만, 버스 유리창이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으니 찍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엇이라고 하면, 슬그머니 카메라를 집어넣는 체 한다. 찍을 것이 생기면 재빨리 꺼내드는 데는 이미 이골이 났다. 참 버릇치고는 좋지 않은 버릇이다.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지만, 그렇게 버스를 타고 출발을 했다. 전주에서 목포까지는 고작 두 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버스를 타려는데 기사님이 승객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한다. “가다가 휴게소에 들리지 않아도 되죠?” 라는 질문이다. 승객들이 하나같이 “예”라는 대답을 한다.

그런데 슬슬 배가 이상하다. 고속도로를 들어서 얼마가지 않았는데 영 속이 불편하다. 이걸 어쩐다. 그러고 보니 출발하기 전에 꼭 들려야 할 곳을 들리지 않았다. 이제 겨우 출발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 이걸 어쩌나.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마땅하게 해결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좋은 방법이란 버스에서 내리는 길인데, 고속도로에서 내려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난감하다.

기사님 잠시만 쉬어가면 안될까요?

이제는 방법이 없다. 참을 만큼 참았지만, 더 이상은 견뎌 낼 자신이 없다. 그런데 휴게소 안내판이 나왔다. 5km를 가면 휴게소란다. <휴게소 함평천지>, 그 안내판이 왜 그렇게 반갑던지. 얼른 기사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기사님 휴게소에 잠시만 들려가죠”
“아까 물어보았잖아요. 안 가셔도 된다고 하셨으면서”
"갑자기 탈이 난 듯 하네요. 잠시만 들려주세요.“
“이제 한 40여분만 가면 되는데, 조금 참아보세요”

이런 답답한 일이 있다. 참을 만큼 참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부탁을 하는데, 더 참아보라니.

“기사님이 제 생리현상을 해결해 보실래요. 그렇다면 그냥 가시고요”
“그 양반 참.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죠"
"기사님은 생리현상도 마음대로 조절을 하시나 보네요"

사람들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두 사람의 대화가 그렇게 재미가 있었나. 남은 속이 까맣게 타는 줄은 모르고. 결국 버스는 함평천지 휴게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버스가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줄을 지어 내린다. 그렇다면 저 분들도 다 속이 불편했나? 저 분들 나 아니면 오늘 다 일 벌어질 뻔 했단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그 기사님이 나 혼자만을 살린 것은 아닌듯하다. 저렇게 여러 분이 생리현상을 해결했으니. 여행을 하다가 보면 가끔 이렇게 황당한 일을 당한다. ‘애고 다음부터는 꼭 볼일부터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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