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현덕면 덕목리 소재 심복사의 아름다운 화장실

 

평택시 현덕면 덕목라에 소재한 심복사(深福寺)’.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565호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모시고 있어 유명한 절이다. 이 비로자나불좌상은 파주 문산포에 거주하던 천문을(千文乙)이라는 어부가 덕목리 앞바다에서 고기잡이 중에 건진 것이라고 한다. 어부는 이 불상을 모실 곳을 물색하던 중 현 심복사 자리에 오자 갑자기 석불이 무거워져 옮길 수 없어 현재의 터에 절을 짓고 복을 많이 받는 절이라는 뜻을 가진 심복사(深福寺)’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내가 심복사를 찾아간 것은 보물인 비로자나불좌상을 보고자 한 것이 아니다. 3년 전인가 이곳을 찾았을 때 만났던 심복사 해우소 때문이다. 해우소란 절에서 사용하는 화장실의 명칭이다. 해우소는 근심을 풀어내는 곳이란 뜻을 갖고 있으며 우리 수원시에는 화장실 변기를 닮은 해우재가 있어 세계적인 화장실 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 수원에 거주하다보니 자연 어디를 가나 해우소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많은 절을 찾아다니면서 문화재답사를 하다가 해우소에 들려 일을 보았는데 그 종 몇 곳의 해우소는 정말 나중에 책으로 한권 엮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절에서 만난 화장실인 해우소가 문화재로 지정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신진대사를 위해 꼭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비움의 미학’, 해우소

 

심복사 해우소를 처음 본 것은 20151월이다, 정말 뼈 속까지 엄습하던 추위가 찾아온 날이었다. 당시 이 해우소는 축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건물을 구성한 목재들이 모두 색조차 바라지 않았고, 해우소에 들어가면 강한 송진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그런 심복사 해우소가 아름다운 화장실로 지정받았다는 소식에 29일 아침 할일도 마다한 체 한 달음에 달려간 것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전통 해우소는 대개 복층으로 짓는다. 입구는 높은 곳에 마련하고, 밑으로 축대를 쌓아 배설물을 저장하는 공간을 구성한다. 심복사 해우소도 전통 방식을 따라 지었다. 밖으로 나와 보면 커다란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려놓았다. 나무의 틀 역시 전통방식으로 짜 맞추어 모양새가 좋다. 뒤편으로 돌아가서 해우소를 보면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래층 중앙에 문을 내었다.

 

비움의 미학이라는 해우소는 이 아래 칸에 조성한 문으로 안에 쌓인 배설물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낙엽이나 재 등과 섞어 유기농비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결국 먹고 버리는 것이지만 다시 인간에게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 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만든다. 심복사 해우소 역시 그런 전통방식을 따른 것이다.

 

 

앞으로 전통 해우소 이야기 계속하고 싶어

 

피안(彼岸)’이란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심복사 해우소는 입구를 반으로 갈라 들어서면서 우측은 여자용, 좌측은 남자용이다. 그런데 이 해우소는 칸막이 높이가 사람의 가슴 높이정도이기 때문에 사람이 일을 보기 위해 이곳을 들어가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다 보인다.

 

여자용은 네 칸 2줄로 모두 8칸이고, 남자용은 세 칸 2줄로 모두 6칸이다. 물론 중앙에는 칸막이가 있지만 이 칸막이 역시 성인이 일어서면 옆의 용변을 보는 사람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이다. 왜 이렇게 남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일까? 아마도 인간이 모든 것을 가리려고만 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심복사 해우소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면 벽면이 살창으로 되어 있어 밖이 훤히 내다보인다. 날씨가 추워져 찬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로 바람을 막고 있지만 그래도 보일 것은 다 보인다. 그곳에 앉아 볼일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저 밖이 피안의 세계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닐로 막았다고 하지만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저 그곳에 앉아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의 전통해우소를 찾아다니며 해우소 이야기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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