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 않은 전시실에서 만난닿지 않는 사람들

 

나는 사람을 실체로써 대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느끼는 감정을 사람의 몸으로 표현한다. 몸은 내면의 소리를 발산한다. 몸은 자아와 타자, 세상과의 소통 주체이고 감정을 표출하는 가장 직접적 틀이다. 즉 몸은 세포 더미, 고깃덩어리가 아닌 감정체이며 그것이 사람이다. 나는 텍스만으로 느낄 수 없는 사람의 몸짓, 표정, 행동이 표출하는 감정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읽으려 한다

 

팔달구 행궁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에서 18일까지 전시가 이어지는 작가 이은우의 닿지 않는 사람들. 7일 오후 찾아간 전시실 벽면에 커다랗게 걸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은우 작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많은 군상 속에 혹 작가도 그 중 한사람일 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즈음 바삐 살다보니 별 것을 다 작품과 작가를 연결 지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닿지 않는 사람들전은 이은우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2015년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그 동안 수차례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한 작가는, 2016년 한 해 동안 제27회 한국파스텔화협회 공모대전 장려상, 15회 한성백제미술대전 특선, GAMMA Young Artist Award 등을 수상했다.

 

 

기계와 전자매체는 인간내면을 매개하지 못한다

 

기계와 전자매체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직접적 매개를 편리의 이름으로 점령했다. 직접적 소통을 대신한 매개는 편리함을 준 대신, 사람 간의 갈등과 몰이해를 동시에 확대했다. 기계와 전자매체의 방식은 인간 내면의 근원적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매개하지 못한다. 때문에 인간은 소통의 편리함이 가져다준 시간단축 속에서도 내면적 거리감의 확대를 경험한다. 이렇게 실체적 몸의 언어는 버려졌다.

나는 사람들, 몸짓, 몸짓의 감정을 확인하며 인간의 본질적 내면으로 들어간다.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위해 모호하고 덩어리진 이목구비, 얼굴, 몸을 그리며, 그들의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한다

 

 

이은우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아무리 세상이 전자매체 등이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해도 인간 내면의 근원적 목소리를 대신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작금의 세상은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들을 기계나 전자매체 등이 대신하면서 인간들 스스로 인간이 누릴 권한을 기계에게 점령당하고 있다고 한다.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가 감독한 영화 메트릭스는 시스템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고 인간은 태어나면서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해 평생 기계에 의해 설정된 가상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이 시대에 기계에 점차 종속되어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 언어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한 드로잉

 

이은우 작가의 닿지 않는 사람들전을 보면서 갑자기 영화 매트릭스의 장면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언젠가 알파고라는 슈퍼컴퓨터와 인간이 바둑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간들의 이 세상을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이은우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점차 나약해져만 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작품 안에서 보는 듯해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이은우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카메라렌즈가 담을 수 없는 육화된 인간의 몸 언어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나의 드로잉에 담는다. 모노톤의 드로잉은 늘 몸의 내면적 표정을 추적하며 방향을 알 수 없는 빛의 산란과 확산, 연필선의 뭉침으로 사람의 감정을 전달한다. 소통 매체의 증대 속에 배제된 내면의 실체적 감정을 나는 포착하고 표현하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어찌보면 작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종속되고 있는 많은 기계와 전자매체 등에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단순히 작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 것은 작품 안에 알 수 없는 묘한 이끌림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18일까지 계속되는 이은우 작가의 전시를 한 번쯤 찾아가 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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