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9년부터 1835년까지 56년간이나 선교사 없이 자신들의 조국에 복음의 씨를 뿌린 한국평신도들은 마땅히 한국천주교회창립자들이라고 해야 한다

19841014,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 요한바울로 2세가 한 말이다.

 

지난 11일 아침, 비가 뿌린다. 가을비는 을씨년스럽다. 날도 우중충한 것이 바깥출입을 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날씨지만 장애가족 추천여행지를 알아보기 위해 빗길에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로 1203(우산리)에 소재한 한국천주교의 발상지 천진암 성지로 향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천진암 성지

 

천진암으로 들어가는 길 양편에는 이곳 계곡이 유원지임을 알리듯 각종 음식점들과 카페, 웨딩촬영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천진암 입구에 도착하니 주차장 앞에 높다랗게 지은 건물이 버티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천주교의 발상지인 성지 앞을 막아 저렇게 건물을 지어놓은 것일까? 아무리 자신의 땅에 지은 것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성지에 저런 건물을 세웠어야 했을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 안내소를 찾아가니 안내를 하는 신부님이 방명록에 기록을 하라고 한다. 방명록을 적고나서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 불편하지 않는가?”를 물으니 성모성당 앞까지 버스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곳까지는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강학단지 등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는 무리라는 대답이다.

 

그래도 이곳이 한국천주교 발상지이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경사진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천진암 성지는 입구에 광암성당이 자리하고 있고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성모성당과 천진암박물관, 성모상 등이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천진암 주변으로는 비가 그치면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천진암으로 오르는 길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길 양편에 붉게 잎을 물들이고 있는 단풍이며 길가에 노랑꽃을 피운 소국이 천진암을 찾아 온 손을 맞이한다. 비가 그쳤다고는 하나 날이 쌀쌀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광주시 퇴촌면과 남종면 일대를 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에 다녀온 천진암이라 만나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그래도 옛 기억을 다듬어 본다.

 

 

한국천주교의 발상지 천진암

 

천주교는 처음 남인계 학자들의 강학을 통한 유교 경전 한역 서학서를 중심으로 연구가 되면서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 전서 목민심서를 기초로 1779(정조3) 겨울 앵자봉 기슭에서 학자 이벽의 천학소개와 논증을 통하여 이승훈, 정약용 등 10명의 당대학자들의 우주만물의 진리탐구토론의 학문모임으로 출발했다가 천주교의 교리를 깨닫고 진리실천 선봉의 종교 수련회로 변한 천주교 전파의 발상지이다.

 

천진암터를 정비할 때 놋쇠향로 1(높이 15cm, 둘레 45cm), 사기 그릇 1, 글씨가 새겨진 기왓장 조각 등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현재 이곳에 100년 계획에 의거 천주교 대성당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천주교 대성당 건립 모형도가 있어 이곳이 한국천주교의 중심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학자 이벽(1754 영조 30 ~1786 정조 10)1777(정조1)년 권칠신, 정약전 등의 서학 토론회에 참석한 뒤 천주교에 관심을 기울여 친척 이승훈에게 부탁하여 중국에서 서적을 구입해 구독하고 남인들 사이 동지를 규합하여 천주교의 선교에 투신하였으며 이승훈에게 영세를 받아 지도자가 되었다.

 

1785(정조 9) 신도 김범우 통역관의 집으로 자리를 옮겨 천주교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1785년 을사년 첫 박해를 받기 시작해 1885년 말까지 100년간의 잔혹한 박해를 이겨내면서 오늘날 한국천주교회로 발전시키는 거처가 되었다. 천진암 성지는 그런 한국천주교 신앙의 발상지이며 국내 최초의 본거지로 그 의미가 깊은 곳이다.

 

그 어려운 박해를 이겨내고도 천주교를 전파해 온 많은 선현들의 묘가 자리하고 있는 천진암. 이곳에 들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에 알지 못할 뜨거운 기운이 솟는 듯하다. 천진암을 떠나면서 둘러 본 인근의 산은 어느새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어 붉은 기운이 여기저기 물감을 뿌린 듯하다.

 

 

꽃그령이 하늘거리는 팔당 물안개공원

 

꽃그령은 길가나 빈터, 풀밭에서 흔하게 자라는 식물이다. 여러 해살이 풀로 꽃은 8~9월에 피고 원뿔모양꽃차례는 길이 20~40cm이며 가지는 1개씩 달려서 퍼지고 털이 없으며 꽃자루 윗부분에 황색 ()이 있다. 꽃그령이 작은 바람에도 꽃대를 날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천진암이 소재한 퇴촌면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광주시 남종면에 도착한다. 남종면은 팔당호를 끼고 있어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남종면 면 소재지를 지나면 팔당호를 따라 목책산책로가 이어진다.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이곳은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팔당호에 뿌리를 내린 연꽃을 바라보고는 한다.

 

이곳에 마련한 물안개공원은 상당히 넓은 주차공간을 갖고 있다. 차를 주차장에 대놓고 물안개공원을 따라 들어가면 비가 온 뒤 쌀쌀한 가을날씨에도 걷기가 좋은 길이 있다. 한편으로는 팔당호의 물과 연잎들이 손을 반기고 한편으로는 꽃그령 무리가 손짓을 한다. 그저 이곳에 난 산책로를 천천히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충주 탄금대까지 이어지는 팔당호

 

팔당호는 두물머리부터 시작해 충주 탄금대까지 이어지면서 팔경을 만들어 낸다. 1경은 양평 두물머리, 2경은 광주시 억새림, 3경은 여주시 이포보, 4경은 여주시 물억새군락지 자연형 어도, 5경은 여주 남한강의 황포돛배. 6경은 단양 쑥부쟁이, 7경은 충주와 원주의 경계를 잇는 농암리섬, 8경은 충주 탄금대이다.

 

이렇게 팔달호 팔경을 자랑하는 한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팔당 물안개공원. 팔당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연꽃의 커다란 잎들도 어느새 가을을 입고 있다. 천천히 변색이 되어가고 있는 연잎들을 바라보며 서편에 점차 숨어들고 있는 노을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팔당 물안개공원을 한 바퀴 돌아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남종면 분원리에 소재하고 있는 분원백자관과 얼굴박물관 등을 돌아볼 수도 있다. 남종면 소재지인 분원리에는 붕어찜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팔당호를 바라보며 석양에 붕어찜 한 그릇을 놓고 벗과 술 한 잔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즐거운 일이 있겠는가? 팔당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지는 물안개공원 저 멀리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간이 꽤 흘렀나보다.

수원복지신문 한미연 기자

 

삼남길 제4길 서호천길에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 오긴 왔나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나로서는 이 선선한 바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여름 내내 취재하느라 온몸에 땀띠가 돋아 고통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이 가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곧 눈이 내리는 겨울이 닥칠 것만 같다. 이젠 철도 달라져 봄, 가을이 사라지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든다.

 

그런들 어떠랴? 더위만 가신다고 하면 그보다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14일 오전, 모처럼 서호를 찾았다. 서호낙조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서호 옆에 자리한 농민회관에 볼일이 있어 찾아갔다가 이왕 내친길이니 서호천을 조금이라도 걸어보고 싶어서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사람들은 그것도 역마살이라고 한다.

 

 

서호에서 북쪽을 향해 걸으면 화서2동 꽃뫼마을이 된다. 이곳은 경기도 삼남길의 제4길로 지지대비에서 이목교, 해우재를 거쳐 서호공원 입구까지 총 7.1km 구간으로 약 2시간 정도가 걸리는 길이다. 하지만 굳이 지지대비까지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지지대고개는 정조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가 잠들어계신 현릉원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길에 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정조임금의 애틋한 효심을 이 길에서 느낄 수가 있다. 가을이라고 해도 한 낮의 햇볕은 따갑다. 이 따가운 햇볕으로 인해 곡식이 영글어간다고 한다.

 

 

천천히 걷는 서호천길, 하늘거리는 강아지풀도 반겨

 

나무그늘로 숨어든다. 그늘만 들어가도 따가운 가을 햇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한 낮의 기온에 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길은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혼자 걸으면 쓸쓸하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수원의 산책로는 외롭지가 않다. 내가 길을 자주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지대를 향해 걷다가 서호천옆으로 내려가 본다. 강아지풀인가? 예전에는 저런 풀을 뽑아 여치집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추억조차 다 잊은 듯하다. 세상이 변한 것인지? 내가 변한 것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다. 그저 바람에 하늘거리는 풀들이 그리 정겨울 수가 없다. 볕이 따갑지만 그런 풀 한포기도 길에서는 반갑다.

 

서호천 옆에 커다란 능수버들이 가지를 물가까지 늘이고 서 있다. 도심 속에서 이런 정겨운 광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원이다. 그리고 길마다 이름을 붙여 정겨움을 더한다. ‘삼남길이란 이 길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을까? 아마 등걸잠방이를 입고 괘나리 봇짐에 짚신 서너 켤레 매달고 휘적거리며 한양으로 향했을 것이다.

 

 

물소리도 반가운 이 길, 자랑하고 싶다

 

올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서호천에도 물이 흐르는 소리가 제법 크다. 그동안 이 길을 몇 번이고 걸으면서도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르는 것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역시 하천은 물이 흘러야 제격이다. 물소리가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위에 물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서호천 양편으로 아파트촌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주로 산길이나 집이 없는 길을 많이 다녔던 나로서는 이렇게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 반갑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자연과 동떨어지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던 나에게 함께 길을 걷던 지인이 자연과 현대가 접목된 그런 모습도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 시대는 그런 것 자체가 자연이 아니겠느냐?”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생각을 바꿨다. 자연과 현대문명이 함께 자리한 곳도 보기에 따라 아름다워졌으니 말이다. 난 수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늘 자랑을 하고 싶다. 어느 곳에 이렇게 좋은 길이 많이 있겠는가? 가을이 내리 앉는 서호천 길을 걸으면서 이 길도 자랑하고 싶다. 가을이 더 깊어지면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4km거리, 뒷짐 지고 걸어도 한 시간

 

늘 이 길을 걸으면서 좋다는 생각을 잊지 못한다. 어느 곳에서 시작을 하던지 어떤 이유로 걷던지, 또는 어느 계절에 길을 걸어도 늘 좋기 때문이다. 다만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주변 나무들의 색깔과 저수지에 고여있는 물의 양이다. 광교저수지 둘레길은 언제 찾아가도 늘 그대로 사람을 반긴다.

 

5. 아침부터 정신없이 할 일을 마쳤다. 매주 화요일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일과 씨름을 해야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화요일에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났더니 오후 2. 지인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광교저수지로 향했다. 오랜 만에 광교저수지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딴 때 같으면 반딧불이 화장실을 지나 광교저수지변 쉼터에서 걷기 시작해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를 한번 왕복하거나 광교공원에서 시작해 저수지변 쉼터까지 왕복을 하곤 했는데, 이날은 온전히 광교저수지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기에 광교저수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저수지수변산책로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비가 많이 왔는데 생각 외로 저수지에는 물이 많지 고여 있지 않다. 그래서인가 저수지물에 녹조가 심하게 끼어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물 관리를 잘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지동교에서 바라본 남수문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이 하류로 흘러내렀는데 어째서 광교저수지엔 이렇게 심하게 녹조가 낀 것일까?

 

 

광교저수지 물 관리 제대로 했나?

 

저수지 산책로로 올라서 바라본 저수지는 아예 물 색깔이 초록색이다. 녹조가 끼어도 심하다 싶을 정도이다. 장맛비를 비롯해 가을 장맛비까지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렸는데 어째서 이곳은 이렇게 심한 녹조가 낀 것일까? 이해를 할 수 없다. 물이 차고 넘치면 녹조가 빠져나갔을 텐데 저수지는 두텁게 녹조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수변산책로의 거리는 반딧불이 화장실부터 저수지변 쉼터까지는 2.1km이다. 절반이나 지났을까? 밑으로 보이는 광교저수지의 물 색깔이 진하다 못해 말 그대로 녹조라떼를 연상케 한다. 이 물이 상수원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일까? 몇 번을 생각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많은 양의 비가 내렸는데 녹조가 하나도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광교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면서 이날처럼 기분이 언짢아 본 날이 없다. 물속에 잠시 손만 담가도 손이 초록색으로 물들 듯하다. 그 정도로 두텁게 녹조가 끼어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내린 장맛비가 이곳은 오지 않았다는 것인가? 아니면 물을 일부러 딴 곳으로 흘리기라도 한 것일까? 이해가 기질 않는다.

 

 

가을이 깊어가는 저수지 둘레길

 

쉼터에서 잠시 주변을 돌아보니 가을이 오고 있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그런 가을에 돌아보는 광교저수지 둘레길은 걷기만 해도 좋다. 이런 길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수원이 좋은 이유 중 하나기 바로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많다는 점이다.

 

저녁시간인데도 목책길을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 저녁준비를 해놓고 바람이라도 쏘이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닐까?

수원에 살아도 이 길을 처음 걸어 봐요,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어요. 하루에 한 차례씩 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요

 

함께 저수지 둘레길을 돌아본 지인은 이렇게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긴 수원에 살고 있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길을 걸어보았을까? 가을이 오는 계절에 이 길을 처음 걸었다. 덮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은 계절. 광교저수지 둘레길에도 점차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녹조가 심하게 낀 저수지 물 때문이다. 내일은 왜 그렇게 심하게 녹조가 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아야겠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되는 수많은 꽃들의 향연

 

매주 목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들뜬 기분이 된다. 6일 동안 여기저기 취재를 하기 위해 다니다가 모처럼 하루를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쉰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남들처럼 편하게 쉬는 것이 아니라 수원을 벗어나 한 주간동안 쌓인 피로도 풀 수 있고 유일하게 수원 밖으로 나가 답사를 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을장마로 인해 제대로 된 답사를 하지 못하다가 31, 8월의 끝날 일찍 짐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남들은 짐이라고 하면 거창한 여행이라도 떠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 짐이란 간단하다. 필기를 할 수 있는 기자수첩과 연필, 그리고 카메라 한 대가 전부이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답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그동안 가까이 있으면서도 찾아가지 못한 화성시 팔탄면 3, 1만세로 777-17에 소재한 우리 꽃 전시관을 찾아갔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이 되는 식물과 꽃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고 자연의 숲이 있는 곳이라 초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인 곳이기 때문이다. 더욱 인근에는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가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이곳을 택했다.

 

우리 꽃 전시관을 찾아가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이 넓은 우리 꽃 전시관이 장애인들이 관람을 하기에 가장 시설이 잘 되어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장애인복지를 입으로만 떠들었지 정작 정애인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설치한 것이 아니고 비장애인이 바라본 관점으로 조명을 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용을 하려고 하면 불편 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애인을 배려한 우리 꽃 전시관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 입장을 하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입구에 장애인과 노약자 전용통로를 안내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움틈관, 싹틈관, 피움관을 만날 수 있다. 통로 입구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가 유리관 안에 7대가 비치되어 있어 누구라도 마음대로 이용을 할 수 있게 하였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한편에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2층을 오르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또한 2층으로 올라가면 뒤편에 있는 유리온실인 4계절관이 있다. 한옥의 지붕 처마선을 본떠 조성한 지붕의 선이 날렵하다.

 

이 사계절관에는 5대 명산을 재현하였으며 식물 580여 종을 식재하였다. 안으로 들어가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큰 돌을 이용해 산의 모형을 조성했고 그곳에 각종 식물과 꽃을 심었다.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곳에 들리면 발걸음을 떼지 못할 듯하다. 그만큼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갖가지 꽃들과 나무, 그리고 돌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까지, 선경이 따로 없다,

 

 

야외볼거리는 가히 압권이다

 

부럽다. 야외에 조성한 길은 한 마디로 압권이다. 전국에 많은 식물원과 꽃을 키우는 전시관 등을 보았지만 우리 꽃 전시관은 다르다. 그저 거대한 자연이다. 그 자연 안에 많은 식물들과 꽃들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길을 조성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성한 길은 가을이 내리깔리고 있다.

 

벌써 철 이른 나무들은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을이 벌써 이렇게 성큼 다가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엊그제만 해도 덥다고 난리를 피웠으니 말이다. 산으로 향한 길을 걸어본다. 자연스런 산길을 각종 나무와 꽃길로 조성한 길이 바라다만 보아도 사람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이렇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몇 곳을 하루에 돌아보기 위해 가장 늦게 도착한 우리 꽃 전시관. 산을 오르내리며 많은 꽃을 볼 수 있다는 길 하나를 남겨두었다. 가을이 좀 더 깊어지면 이른 시간 이곳을 찾아와 좀 더 많은 시간을 즐겨보기 위함이다. 매주 목요일 돌아보는 주변의 많은 문화유산과 자연경관. 사람이 살아가는 재미가 이보다 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범ㅓ

 

하루가 멀다 하고 폭우가 쏟아진다. 가을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것도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아침에 멀쩡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로 변했다. 잠시 동안 내린 비로 도로에 온통 물이 흘러내린다. 28일은 음력으로 77일인 칠석이다. 일 년에 단 한 번 만난다는 칠석에 그동안 만나지 못한 견우직녀가 만단설화를 하며 회포를 푸느라 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산시 외삼미동 328-2에 소재한 오산터널을 찾았다. 지난해와 올해 몇 번 찾아갔던 곳이다. 오산터널 인근에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고인돌이 있어 취재를 갔다가 터널로 향했다. 아침나절에 괜찮다 싶어 우산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급히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 안내문을 보니 평일 오후 시간대는 무료입장이라는 것이다. 오산터널은 경부선의 상행선으로 1939년 일제가 대륙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20044월 이곳이 폐 터널이 될 때까지 사용한 오산터널은 말굽형태로 조성되었으며 길이 360m, 터널 폭 5m, 높이 7.5m의 일반적인 철도 터널이다.

 

 

터널 그대로를 이용한 별빛터널

 

오산터널이 폐 터널로 방치되면서 이곳은 우범지역에 각종 쓰레기는 물론, 폐기물 등을 버리는 장소로 전락했다. 오산시에서는 20121년여의 각종조사를 마친 후 20134월 공사를 시작하여 20143월 현재의 상태로 정리를 마쳤다고 한다. 이 오산터널은 20여 점의 각종 대형 돌 조각과 130만 여개의 LED 전구로 꾸며졌으며, 냉장고 1대를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이용해 화려하고 멋있는 조명으로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터널 안은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았다. 옛 터널을 그대로 이용하여 수많은 전구를 이용해 꾸며 놓은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오색찬란한 전구들의 불빛이 눈길을 끈다. 중간중간 빈 병들이 늘어서 있어 궁금하다. 알고보니 터널 안에 카페가 있고 그곳에서 와인을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하기야 와인을 이런 터널에서 숙성시킨다면 그 맛 또한 일품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터널 안은 아무도 없다. 하긴 이 우중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혼자 천천히 터널을 걸어본다. 늦장마로 인해 습기가 찬 터널 윗부분에서 물이 떨어진다. 터널 그대로를 이용해 조성하였기 때문에 비닐을 쳐놓아 물이 앙 옆 배수로로 빠지도록 해놓았다. 그러고 보면 이 별빛터널은 있는 그대로를 살려 수입원이 될 수 있도록 조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많이 찾아와요

 

130만 여개의 LED 전구가 다이다. 그리고 사용전력도 냉장고 한 대를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그런 비용을 들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터널을 벗어나면 우측 비탈길로 오르는 곳이 있다. 그 위에 대형 조립식 건물이 보이고 앞에는 피서용 텐트들이 줄지어 서 있다. 텐트 안에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기구도 마련되어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런데 이곳을 주말이면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피서를 즐기고 고기를 구워먹으면 가족 간의 우대를 돈독히 한다고 한다. 폐 터널 하나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버려진 곳들이 상당히 많다. 사람들이 그런 곳을 이용하지 못할 뿐이다.

 

폐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 수원에도 이렇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지는 않을까? 오산 별빛터널을 돌아보면서 늘 우리 수원에도 이런 관광지원으로 활용한 만한 곳은 없는지 취재를 다니면서 살펴보고는 한다. 팔달구 지동에는 구 서울목욕탕을 구조변경해 창룡마을 창작센터를 조성했다. 적은 예산이 들어진 않았지만 그래도 흉물로 서 있던 건물이 새로운 마을공간이 된 것이다. 이렇듯 버려진 자원의 활용은 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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