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를 바꾸었다. 벌써 한 100여일이 지났나보다. 전주에서 남원으로 내려와, 아이폰으로 바꾸면서 번호를 바꾼 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전화번호를 조금 편한 것으로 바꾸고자 했을 뿐이다. 절집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은, 뒤 번호를 ‘0108’을 선호한다. ‘108번뇌’를 뜻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속해서 이상한 문자가 들어오고는 했다. 주식을 샀다고 오는가 하면, 몇 시간 뒤에는 또 팔았다고도 온다. 하도 짜증이 나서 문자를 넣은 곳에 전화를 해 번호가 바뀌었으니 ‘문자질’좀 제발 그만하라고 말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문자가, 많게는 하루에 열통 이상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진은 인터넷 이미지 사진

‘여보세요. 여기 ○○검찰청인데요’

어제 장수풍뎅이를 찍겠다고 가는 길이다. 전화가 왔다. 번호를 보니 서울전화다. 낯모르는 전화는 무슨 설문조사를 한다고 많이 들어와, 가급적이면 모르는 번호가 찍히면 무시해 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요즈음은 내가 하고 있는 일로 인해 전화를 거르지 않고 받는 편이다.

“여보세요. 여기 ○○검찰청인데요.”
“예, 무슨 일로 그러시죠?”
“예, 무엇 좀 알아보려고요”
“무슨 일을 알아보시겠다고요?”

이런 류의 사기전화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무시를 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주소가 바뀌어서 우편물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무슨 우편물이 돌아와요?”
“좀 나와 달라고 벌써 몇 번이나 보냈는데, 연락이 없어서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죄를 짓지 않아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언짢은 법이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도 이런 류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 듯하다. 그때는 그냥 무시해 버리고 말았는데.

“언제 우편물을 보냈는데요?”
“작년 8월부터 계속 보냈는데요.”
“작년 8월요.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요?”
“○○○씨 아니세요?”

그리고 보니 주식을 팔고 샀다고 문자에 찍혔던 이름이다. 아마도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전화번호의 먼저 주인이었나 보다. 전화번호를 준 KT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이따위 번호를 주었느냐고. 하기야 그 사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전화번호를 사용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전화번호 바꾸었다가 졸지에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동행한 사람이 아는 사람이니 무슨 일이라고 설명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만일 전혀 모르는 사람들하고 있을 때 이런 전화가 왔다면 정말로 낭패일 듯하다. 이거 참 또 번호를 바꾸어야 하나? 거 참 전화번호 바꾸었다가 이런 일을 당하면 이 번호 정말로 정이 안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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