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 1-1 금대봉 왼쪽 산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은, 영월읍의 동강과 서강이 합수되는 곳서부터 '남한강'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다.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수되기까지, 216.7km를 흐르는 남한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길을 갖고 있는 강이다.

 

'4대강 정비'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파헤치고 깨치고, 온통 속살을 드러내면서 흙탕물이 군데군데 모여 맑디맑던 남한강을 버려놓고 있다. 아름답던 강 길 곁에 억새와 갈대는 모두 흙더미와 함께 한 곳에 쌓여있고, 강 주변에서 하늘거리던 나무들은 뿌리째 뽑혀 나갔다. 여강선원에서는 이렇게 강을 버려놓고 있으면서 4대강 정비라고 위장을 한 엄청난 환경파괴를, '위장 대운하 공사'라 칭한다.         

 

흥원창서 바위늪구비까지 돌아보다

 

  
▲ 오탁방지막 오탁방지막이 쳐진 그 밑으로는 흙탕물인 듯한 물빛이 보인다.
ⓒ 하주성
흥원창

강원도 부론면 흥원창. 4대강의 절경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역으로는 충청북도와 강원도, 경기도가 만나는 곳이며, 섬강과 청미천이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곳이다. 세 가닥으로 갈라진 물줄기는 거대한 암벽 밑을 감돈다. 판소리 적벽가라도 한 대목 나올 만한 그러한 절경이다. 이곳 흥원창 일대도 이미 강바닥을 파내는 공사가 시작이 되었다.

 

강을 반으로 가르는 작업을 하는지, 한편은 흙탕물로 벌겋게 변했다. 오탁방지막도 거리를 두어 친 것도 아니고 두 줄을 한꺼번에 붙여놓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저 밑에 또 이중으로 친 오탁방지막이 있는 곳의 물도 붉은 색을 띠고 있다.

 

  
▲ 해돋이 산길 건너편 이 곳 역시 중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 하주성
해돋이 산길

 

닷둔리에서 해돋이 산길을 걷는 길. 그 중간에 수천마리의 철새들이 물을 박차고 날아간다. 그 강 건너편 속에도 중장비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어디 한 곳 놓아두는 곳이 없다. 온통 갈가리 찢고 있는 중이다.

 

바위늪구비 일대, 이곳은 물을 가로질러 길을 내놓았다. 강천리에서 도리까지를 물을 막아 길을 내고, 양편으로 덤프트럭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 2종 보호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집단서식지이다.

 

바위늪구비 습지는 하도내습지, 범람형배후습지, 하중도습지, 합류형습지, 사력퇴초본형습지, 사락퇴차단형습지 등 여러 형태의 습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생태적으로 안정된 곳이기 때문에 수많은 조류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주환경연합에서 몇 번의 싸움 끝에 지켜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미 모든 지역에 중장비가 들어차 있다.

 

강천보 현장주변

 

  
▲ 이호대교 부근 강천보 건설현장인 이호대교 부근. 중장비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 하주성
이호대교

 

깅천보가 건설 중인 이호대교 인근은 이미 모래와 자갈의 퇴적이, 이호대교 높이만큼 높이 올라 차 있다. 이호대교 위서부터 여주의 가장 아름답다는 금모래은모래까지 바닥이 송두리째 파헤쳐지고 있다. 여기저기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강바닥의 암반 발파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이호대교에서 신륵사 방향으로 가다가보니 강을 건넌 덤프트럭들이 날라다가 쌓은 모래와 자갈더미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다. 수석채취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아픔의 산물, 통한의 산물인 저 모래와 자갈의 퇴적더미에서 돈을 벌겠다고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 과연 강의 소중함이나 알고 있는 것일까?

 

  
▲ 금모래은모래 여강선원 뒤에서 바라다 본 금모래은모래. 남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밭을 갖고 있었다. 모두 다 파헤쳐지고 있다.
ⓒ 하주성
금모래은모래

 

여강선원에서 은모래금모래 쪽을 바라다본다. 중장비들이 흡사 공룡처럼 짐칸부분을 들고 서 있다. 그것이 무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득 발아래 모래톱을 들여다보니, 누군가 두꺼비집을 만들다 가버렸다. 채 완성이 안 된 두꺼비집. 모래밭에서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했는데, 이제 그 아이들은 다 가고 없다.

 

여강선원 뒤편 강물에 쳐진 오탁방지막. 그 밑으로 오리들이 유영을 한다. 오리 한 마리가 오탁방지막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또 한 마리가 위로 오른다. 과연 저 부유물들이 생명을 지키는 오탁방지막일까?

 

  
▲ 두꺼비집 누군가 여강선원 뒤 모래에다 두꺼비집을 만들다가 갔다. 이런 놀이를 하던 모래밭이 다 사라지고 있다.
ⓒ 하주성
여강선원

  
▲ 오탁방지막 오리들이 오탁방지막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 하주성
오탁방지막

 

여주보와 이포보 현장주변

 

여주보 현장을 찾았다. 강바닥에 무수히 박힌 철제빔들. 그리고 산처럼 쌓인 모래와 자갈, 저 멀리까지 온통 장비들이 강을 헤집고 있다. 대신면 보통리쪽으로 향하다가 강둑길로 접어들었다. 바로 밑으로는 이미 강바닥을 다 파내고 평탄작업을 하고 있다. 

 

  
▲ 여주보 철제빔이 무수히 강바닥에 박히고, 저 멀리까지 온통 중장비로 강바닥을 도배를 한 듯하다
ⓒ 하주성
철제빔

 

양편을 평평하게 만들고 중앙은 깊이 파 요철을 낼 것이다. 저렇게 평평하게 만들면 물이 과연 깨끗해질까? 헛웃음만 터져나온다. 강바닥은 자연적으로 구비가 있고, 요철이 있어야 수생생물이 살 수가 있다. 그래야 생명 또한 이곳에서 살 수가 있다. 그리고 바닥에 모래와 자갈 등이 있어야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자정기능을 할 수 있다. 저렇게 다 퍼내고 평평하게 만든 바닥이 물을 깨끗이 한다니, 요즈음은 이런 개발을 찬성하는 학자들의 되지도 않는 학설도 씨가 먹히나 보다.

 

이포보 옆 높은 곳으로 올랐다. 이포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편 산 위에는 파사산성이 구불거리고 산을 누비고 있다. 아래서는 연신 굉음을 내며 중장비가 바닥의 돌을 깨어내고 있다. 떨어져 나간 커다란 돌덩어리들이 마치 내 살이 뭉텅 잘려나간 느낌이다.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너무 많이 아프다.

 

  
▲ 이포보 이포대교 인근에 세워지는 이포보. 멀리 파사산성이 보인다.
ⓒ 하주성
이포보

  
▲ 채석 중장비가 하루 종일 돌을 깨고 있는 굉음이 시끄럽다. 아름다운 강바닥이 송두리채 찢겨 나가고 있다.
ⓒ 하주성
이포보

 

이렇게 갈가리 찢긴 남한강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 2010년 3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돌아본 남한강. 흥원창부터 이포교까지 그 아름답던 남한강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통한의 강이 되었다. 하연 속살을 다 내놓고 있는 남한강은, 그렇게 아픔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