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에서 서이천 IC 방향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가 보면, 우측에 약수터 가든이라는 음식점이 나온다. 조금 지나면 U턴을 할 수 있고, 내려가다가 우측으로 난 소로에 <보물 제982호 태평흥국명 마애보살좌상>이라는 문화재 안내판이 있다.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논이 나오는데, 이들을 '넘어새말들'이라고 한다. 길 좌측에 바위가 하나 서 있는데, 마을사람들은 이 바위를 '미륵바우'라고 부른다. 화강암의 재질에 조형된 이 마애불은 도드람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물 제982호 마애보살좌상은 이 바위에 옅은 부조로 새긴 3.2m의 보살좌상이다.   

 


자연석을 최대한 이용한 걸작

 

넓적한 화강암에 새긴 이 보살상은 고려 경종 6년인 980년에 조성이 되었다. 마애불에 조성 연대가 새겨진 것은 흔치가 않다. 이 마애보살좌상은 바위 뒷면에 '太平興國 六年 辛巳 二月 十三日...'이라고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서, 조성연대가 밝혀졌다. 그런데 이 마애보살상을 보면 얼굴의 부분이 돋을새김을 하였다. 턱 부분이 돋아있고. 남은 부분은 굵게 선각처리를 하였다. 오른발은 밑으로 내려 앙련좌 위에 놓고, 왼발은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린 반가상의 형태로 조성되었다.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중앙에 화불을 새겨넣었다

  
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어 관음보살상임을 알 수 있다

  
오른발은 밑으로 내려 앙련좌 위에 놓고, 왼발은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린 반가상의 형태로 조성되었다


이 발을 올린 부분을 보면 이곳 역시 턱이 져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턱을 그대로 이용해 반가자세를 취한 마애불을 조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저 턱도 돌이 돌출된 부분을 다듬어 이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강암을 절단한다고 하여도 지금처럼 칼로 무를 베듯 그렇게 절단할 수가 없었던 지난 시절, 그 돌의 생김새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마애불을 조성한 당시의 석공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보관 위에 구멍은 무엇일까?

 

장암리 마애불은 머리에 보관을 쓰고 있다. 가운데는 화불을 새겼고, 오른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다. 이런 형태로 보면 관음보살이다. 얼굴은 사각형에 가깝고 전체적으로 조형이 잘 맞지 않는 듯도 하다. 그런데 보관의 양편 끝에 작은 구멍이 보인다. 이 구멍은 도대체 언제 뚫은 것이며, 무슨 용도로 사용된 것일까?

 

보관의 양편 끝에 작은 구멍이 굵은 나무젓가락이 들어갈 만한 크기다. 그렇다면 이것은 처음부터 뚫려 있었고, 아마 이곳에 쇠막대 등을 집어넣은 후 그곳에 보관의 장식을 하였을 것 같다. 즉 보관을 아름답게 치장을 하기 위해, 막대에 구슬 등을 달았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 이곳 장암리의 옛 지명 이름이 '장수왕리'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지명과 관계되는 것도 연구할 만하다. 

 

  
보관 양편 끝에 두 개의 구멍은 무엇일까? 아마 그 곳에 쇠막대 등을 끼워 장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측면에서 보면 얼굴의 턱 부분이 돋을새김으로 조성하였고, 다리부분도 돌출이 되어있다.

 

마애불 앞에 놓인 돌의 용도는

 

마애불 앞에는 커다란 돌이 두 개 놓여 있다. 그 중 하나는 네모난 구멍이 나있다. 이 돌들이 어디에 쓰였던 것인지는 몰라도, 마을주민의 이야기로는 처음부터 그 근처에 굴러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전각에 사용한 돌은 아닐까? 혹은 마애불의 앞에 석등의 받침돌은 아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어디에도 이 돌들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중앙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석등보다는 마애불이 전각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마애불의 앞에 있는 두개의 사각형 돌의 용도는 무엇일까? 전각을 지었던 돌이나 석등의 받침돌 등으로 보인다.

 

보물이라고 해도 보호각이나 주변에 특별한 설치물이 없이, 길 가에 놓여있는 마애보살좌상. 바위 뒷면에 새겨져 있다는 명문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기가 힘들다. 아주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어, 그동안 마모가 된 것으로 보인다. 보관 위 양편에 뚫린 두 개의 구멍에 자꾸만 눈이 간다. 명문으로 인해 조성연대가 밝혀진 보물 제982호 태평흥국명 마애보살좌상. 그 앞에서 마음 속에 서원을 빌어본다. 제발 보통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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