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인 추석은 우리나라에서는 설 다음으로 치는 큰 명절이다. 추석에는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들에게 감사의 예를 표한다. 이런 차례를 두고 어느 종교에서는 우상숭배다 무엇이다해서 차례 자체를 지내지 않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도 참 어이없는 일이다. 조상에게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예를 올리는 것을, 무슨 종교적인 차원으로 된다, 안 된다는 논할 것인가?

지금 종교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 추석연휴는 오늘부터 치면 4일이나 된다. 긴 연휴이다. 어제부터 쉬는 곳도 있었다고 하니, 5일간이나 쉬게 된다. 그래서인가 동해안 지역의 콘도는 거의 예약이 끝났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에 놀러가서 추석을 어떻게 지내고들 올까? 하는 점이다.

사진 / 다음 이미지

얘들아, 너희 같으면 이 차례상 즐겁게 받겠냐?

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는 이 때쯤 되면 여기저기 걸리는 현수막이 있다. 설과 추석 등 명절 때만 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수막이다. 바로 '4인 기준 차례상 00만원' 등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다. 차례를 지낸 제수를 돈만 내면 다 알아서 배달까지 콘도로 해준다는 것이다.

지난 해인가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자신의 친척이 동해안으로 명절 연휴에 갔다가 차례상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상을 받아놓고 보니, 도저히 그 음식으로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리지 못하겠다라고.  물론 음식이야 그런데로 괜찮지만, 조상님들께 음식을 모두 사다가  차례를 지낸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더라는 것.

할 수 없이 장에 나가 몇 가지만 준비를 하고, 과일 등도 간다하게 몇 가지만 사서 조촐하게 상을 차리고 예를 올렸다는 것이다. 아마도 조상님들꼐서 그 조촐한 상을 더 즐겨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밖을 보니 연신 차례를 지낼 음식을 배달하는 차량들이 들락거리고 있더라는 것. 자신도 그 음식을 시키기는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더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차려도 정성들인 상을 차려야


연휴에 가족끼리 경치좋은 곳을 찾아 즐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요즈음은 콘도에도 웬만한 기물은 다 준비가 되어있다. 어느 곳에서는 부탁을 하면 상과 제기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장에나가 가족끼리 제사를 모실 음식 등을 준비해, 오손도손 둘러 앉아 제수를 마현한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고나면, 그 음식은 모두 가족들이 먹게 되어있다. 집에서 차례를 모시는 사람들이야,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많이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가족끼리 여행을 갔다면 그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것만 차리면 되기 때문이다. 조촐하게 차려도 정성을 드린 음식, 아마 조상님들은 그 음식을 더 즐겨 감흥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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